▲ (왼쪽부터) SKT, KT, LG유플러스 서울 사옥 (사진=각사)
▲ (왼쪽부터) SKT, KT, LG유플러스 서울 사옥 (사진=각사)

코로나19 대유행이 몰고 온 비대면 가상세계에 대한 수요는 2021년 메타버스(Metaverse)란 이름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부순다는 목표 아래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자체 메타버스 서비스 출시, 혹은 협력에 나섰고 시장 규모는 단박에 수십조원을 넘어섰다. 또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탈통신'을 공통의 숙제를 안고 있는 이동통신사들 역시 자사만의 메타버스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는 모습이다.

'아이버스'로 제2의 삶을 만들겠다는 SKT
SK텔레콤은 국내 이통 3사 중 메타버스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평가된다. 2021년 7월 출시한 이프랜드(IFland)를 중심으로 '플랫폼' 중심의 독자적인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프랜드는 엔터테인먼트가 강조된 '제페토'나 '로블록스' 등 기존의 유명 메타버스 플랫폼과 달리 모임과 소통에 중점을 두고 차별화를 꾀했다. 이를 위해 서비스 초기 순천향대와 손잡고 '비대면 입학식'을 추진하고 기자간담회를 이프랜드에서 여는 등, 메타버스를 통한 대면의 비대면화가 주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데 힘을 실었다.

이외에도 이프랜드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 기업 내 이프랜드 활용 사례를 꾸준히 발굴하며 플랫폼을 키운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이용자 450만명을 달성, 순항 중이다.

SKT는 이프랜드를 발판 삼아 메타버스 스케일을 '또 하나의 사용자가 살아가는 세상'으로 키우고 다른 메타버스와의 연결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이를 '아이버스'란 이름으로 제시했다. 사용자가 제어하지 않아도 가상세계에서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소통하는 아바타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가상자산 기반의 독자적인 경제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론 메타버스 간 연동이 가능하고 사용자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삶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사진=SKT
▲ 사진=SKT

KT, 메타버스 기반 커머스 서비스 확대
KT는 아직 메타버스 관련 전략이나 행보를 뚜렷하게 드러낸 바 없다. 그러나 최근 행보를 보면 커머스 융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의 커머스·솔루션 자회사인 KT알파는 지난 14일 한국토지신탁, 후오비코리아와 손잡고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거래 플랫폼 사업 추진에 나섰다.

3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가상토지, 가상부동산과 같은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아이템 거래 및 콘텐츠형 서비스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KT알파는 메타버스 월드맵 플랫폼과 쇼핑·콘텐츠 등 거래 서비스 운영을 맡는다.

정기호 KT알파 대표는 "올해 상반기부터 '옴니버스 메타밸리(가칭)' 플랫폼 구축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K쇼핑, 콘텐츠 유통 등이 플랫폼 내 거래 서비스 형태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에는 KT커머스가 블록랩스와 손잡고 현실공간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방식의 메타버스 전자상거래를 구현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양사는 SBS미디어넷, 심스리얼리티, 국제진품관리협회 등 각 분야별 선두기업과도 협력하기로 했다.

또 완전한 탈중앙화 방식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통해 운영 주체가 사라질 경우의 문제를 해소하고, 쇼핑을 넘어 공연·교육·전시 등 가상공간 내에서의 무한한 확장과 협업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 자료=KT
▲ 자료=KT

체험 중심의 LG유플러스…가상오피스도 만든다
LG유플러스는 일찍이 'XR얼라이언스' 의장사로서 VR 중심의 메타버스 콘텐츠를 고도화하고 있다. XR얼라이언스는 2020년 9월 출범한 글로벌 5G 콘텐츠 연합체로, 전세계 유수의 이통사들과 VR/AR 기술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행보를 고려할 때 LG유플러스의 메타버스 서비스 전략은 '체험'에 무게가 실린다. 고품질 VR 콘텐츠 제작 기반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 쉽게 체험하기 힘든 재미와 교육 효과를 제안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XR얼라이언스는 지난해 5월 실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360도 VR체험 콘텐츠 '우주체험: ISS 경험(Space Explorers: The ISS Experience)'을 선보였으며 ISS 내 우주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 ISS 실내에서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재배하는 장면 (자료=ISS 에피소드2 갈무리)
▲ ISS 실내에서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재배하는 장면 (자료=ISS 에피소드2 갈무리)

같은 해 10월에는 글로벌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와 손잡고 아이들 전용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이를 통해 국내 최초로 '키즈 메타버스'를 U+아이들나라 모바일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며 아이들이 가상현실 속 직업체험 서비스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실제 현실과 가상공간이 융합되는 측면에서의 메타버스 개발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21년 11월에는 유니티 코리아와 손잡았다. 유니티는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리얼타임 3D 콘텐츠 개발 플랫폼이다. LG유플러스는 유니티를 활용해 올해 가상 오피스 서비스를 출시하고 다양한 영역의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에 나설 방침이다.

이통 3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 전략이 언제쯤 실제 수익화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설계보다는 트렌드에 맞춰 시장을 설계해 나가는 단계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는 최근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든 여러 기업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연령도 현재는 주로 경제력이 수준이 높지 않은 MZ세대에 한정돼 있다.

다만, 시장조사업체들은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진 리서치는 2020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476억9000만달러(약 57조원)으로 추산했으며, 2028년에는 8289억5000만달러(약 98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5년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800억달러(약 3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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