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T·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업계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규제가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섣부른 규제, 혹은 시장경쟁에만 맡기는 방안 모두 일장일단이 명확한 만큼 정부의 개입은 신중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왼쪽부터) SKT, KT, LG유플러스 사옥 전경 (사진=각사)
▲ (왼쪽부터) SKT, KT, LG유플러스 사옥 전경 (사진=각사)

가계통신비 인하, 통신시장 독점 방지를 위해 도입된 '알뜰폰'
알뜰폰(MVNO)은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3사의 망을 저렴하게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통사 대비 고객 개개인이 제공받는 혜택 범위는 좁지만 '요금제가 저렴하고 통화·데이터를 더 많이 제공한다'는 단순한 장점만으로도 가계통신비 인하에 일조해왔다. 정부가 2010년 알뜰폰 제도를 도입한 이유 역시 이통사가 삼분한 국내 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통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알뜰폰 시행 초기 중소 사업자들의 자금, 체계적인 홍보 부족으로 가입자가 눈에 띄게 늘지 않자 정부는 2012년과 2014년 2차례에 걸쳐 이통3사의 알뜰폰 진입을 허가했다. 통신 시장에서 오랜 노하우를 가진 이들 업체에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기대한 것. 이후 정부의 바람대로 국내 알뜰폰 회선 규모는 빠르게 확대됐다. 2015년 500만명을 달성했고, 6년만인 지난해 11월에는 1000만 회선 돌파에 성공했다.

▲ 알뜰폰 도입 후 가입자 증가 추이 (자료=과기정통부)
▲ 알뜰폰 도입 후 가입자 증가 추이 (자료=과기정통부)

알뜰폰 시장도 '통신 삼국지' 재현될까…고개 드는 규제론
하지만 곧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알뜰폰 1000만 가입자'라는 상징성 아래 내실은 기대와 달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계한 알뜰폰 1000만 회선에는 일반 이동통신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카, 결제 POS 등) 회선수가 포함된다. 이를 기준으로 2021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집계를 보면 전체 1000만 회선 중 IoT 회선은 409만개로 40%에 달한다. 실제 알뜰폰 휴대폰 회선 가입자는 591만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어 같은 해 12월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중 이통3사 자회사 가입자 비중은 약 50%로 확인됐다. 알뜰폰 휴대폰 시장에서 서너개 자회사가 300만명의 가입자를 나눠 갖고, 20여개의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남은 300만명을 나눠 가진 비대칭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알뜰폰 시장마저 이통3사에 장악될 여지가 높아지자 정부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지난해부터 알뜰폰 자회사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논의의 핵심도 알뜰폰 점유율 집계에서 IoT 회선은 제외하고 순수 휴대폰 회선만으로 계산해 이통3사 자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신규가입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자는 것이다.

▲ 자료=양정숙 의원실
▲ 자료=양정숙 의원실

시장균형 vs 소비자 이익
하지만 단순 규제만으론 시장 균형 유지,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따른다.

정부의 알뜰폰 자회사 규제를 찬성하는 진영은 대부분 중소 알뜰폰 업체다. 이들은 입을 모아 "알뜰폰 자회사들이 이통사의 막강한 자금, 서비스 연계, 마케팅 역량을 빌려 가입자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무약정 요금제 기반인 알뜰폰은 특성상 가입 시 제공하는 사은품, 데이터 제공량 등의 혜택이 클수록 가입자 확보가 쉽다. 반면 자금력과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 대목에서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소 알뜰폰 업체 A 대표는 "알뜰폰 자회사들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적자는 면하고 있지만 장기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KB리브엠처럼 자회사 규제는 받지 않지만 강력한 자금력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사업자에 대한 제재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알뜰폰 자회사 규제를 반대하는 진영은 당사자인 자회사들, 일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과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알뜰폰 자회사는 여전히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존재"라는 입장이다. 이는 알뜰폰 가입자 규모가 아직 수백만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가 알뜰폰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당일 유심배송, 다양한 이벤트, 홍보 등이 이뤄지면서 알뜰폰 시장의 전체 파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논리다.

결과적으로 초점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고려해 정부가 '균형 조절'에 나설 것인지, 당분간 알뜰폰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규제를 유예할 것인지로 귀결된다.

이에 관해 또 다른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처음 알뜰폰 도입 취지를 생각할 때 현재 자회사 규제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지만 신규가입 제한 조치는 오히려 자회사 가입에 '프리미엄'을 부여할 수 있다"며 "소비자 편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알뜰폰 자회사들의 과잉 경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정부도 고심 중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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