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자, 글로벌 게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메가딜'로, IT업계로 넓혀봐도 지난 2016년 '델'이 'EMC'를 인수할 때 지급한 670억달러(약 79조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특히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콘솔 시장 최대 라이벌인 '소니'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콘솔시장 지형도 바뀔까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게임시장을 주도할 빅3로 올라서게 된다. 중국 및 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텐센트'와 '플레이스테이션'(PS) 시리즈를 통해 콘솔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소니'에 버금갈 만한 규모다. 이를 의식하듯 MS도 "인수 절차가 완료될 경우 MS는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의 게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고 밝혔다.

빅딜이 성사되면 게임과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엑스박스' 시리즈를 앞세운 MS의 콘솔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콜 오브 듀티',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전 세계적으로 수억명에 달하는 팬덤을 보유한 타이틀을 확보하는 만큼 엑스박스의 게임패스 등 콘솔 인프라 활용도 또한 큰 폭으로 확대할 수 있다. 

▲ (사진=엑스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엑스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MS는 이번 빅딜을 성사시켜 '소니'와 '닌텐도'가 차지하고 있는 콘솔 시장 점유율을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엑스박스는 현재 글로벌 콘솔 기기 시장에서 약 25%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관련 시장 내 7할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소니의 아성을 위협하는 한편 플랫폼 다각화 전략을 통해 엑스박스 생태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MS의 노력은 지난 2020년 '제니맥스 미디어' 인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MS는 75억달러(약 8조7232억원)를 베팅해 '제니맥스 미디어'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MS는 베데스다 소프트 웍스,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이드 소프트웨어, 제니맥스, 아케인, 탱고 게임 웍스, 알파 독, 론드 하우스 스튜디오 등 제니맥스 미디어의 자회사를 모두 품게 됐다. 

MS는 해당 인수 건으로 '엘더스크롤', '폴아웃' 등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라인업은 물론 '퀘이크', '둠', '울펜슈타인', '디 이블 위딘', '고스트와이어: 도쿄' 등 각 독립 개발사의 타이틀을 확보하며 소니와 본격적인 독점작 경쟁에 돌입한 바 있다. 여기에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보유한 개발 스튜디오 및 타이틀이 더해질 경우 '독점작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따른 효과는 독점 타이틀 확보 외에도 엑스박스 생태계 강화 측면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발표 이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몇 년간 MS는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에 투자해 글로벌 데이터 센터에 엑스박스 리전을 설치했다"며 "오버워치나 디아블로를 엑스박스 게임패스 형태로 스트리밍할 가능성을 생각하면 벌써 흥미진진하다"고 밝혔다. 

블리자드의 인기 타이틀이 엑스박스 게임패스로 구동될 경우, 클라우드 게임 시장 내 경쟁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쥬'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2020년 5억8500만달러(약 6976억원) 규모에서 내년 48억달러(약 5조7235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 (사진=엑스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엑스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사티아 나델라 CEO가 직접 블리자드 타이틀의 게임패스 입점을 언급한 만큼 오버워치,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등 대표 게임들의 관련 서비스 입점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해당 거래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빨라도 내년 이후에나 블리자드 타이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MS의 빅딜 충격파가 소니에 전달된 것일까. 이 날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소식 이후 소니의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실제로 이날 오전 도쿄증권거래소에서는 소니 주가가 장 시작 30여분만에 약 10%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여기에 내년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거래가 완료될 경우 소니와 공급계약을 맺은 타이틀이 대거 엑스박스 독점작 형태로 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임 사업 성과를 견인할 대형 독점 타이틀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소니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최근 'CES 2022'에서도 'PS VR2'과 관련 독점 타이틀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및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 등을 중점적으로 소개한 것도 이런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빅딜을 추진하고 있는 MS의 투자가 확대될 수록 소니에게는 위협적"이라며 "MS의 투자는 단순히 독점작 확보 경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산업 생태계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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