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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17일 신한은행과 지분 동맹을 맺었습니다. 양사는 미래성장 DX(디지털전환) 사업에서 협력하기 위해 서로의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KT는 신한은행이 비상장사인 관계로 신한지주의 지분 2.08%(약 4375억원)를 취득합니다. 신한은행은 KT의 지분 5.46%를 취득해 기존의 계열사가 보유했던 0.02%에 더해 총 5.48%의 지분을 갖게 됐습니다.

KT와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의 동행이 막을 내렸습니다. NTT도코모는 지난 2009년 6월 이후 줄곧 KT의 지분 5.46%를 보유하며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2대 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KT와 신한은행의 지분동맹으로 NTT도코모가 보유했던 KT 지분이 신한은행으로 넘어가면서 NTT도코모의 KT 지분율은 0%가 됐습니다. KT의 지분율이 5% 이상인 주요 주주는 NTT도코모 외에 국민연금공단과 영국 투자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왜 NTT도코모의 지분을 가져갔을까요?

이유는 양사가 서로 필요로 하는 조건이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은 KT와 협력하기 위해 지분이 필요했고 NTT도코모는 KT의 지분을 털어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본 자본시장 규제가 다른 법인의 적은 지분을 보유했을 경우 보고의무가 주어지도록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신한은행이 나타난 것이죠. NTT도코모는 지난 18일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 공시를 통해 KT의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는 것을 공식화했습니다.

양사 인연의 시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KT는 과거 KT와 KTF의 합병으로 탄생했죠. NTT도코모는 KTF의 지분을 보유했었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 당초 한국에서 SK텔레콤의 지분 인수를 시도했지만 좌절되자 KTF의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이후 2009년 KT와 KTF의 통합법인 KT가 공식 출범하면서 NTT도코모는 기존 KTF의 지분을 기반으로 KT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양사는 3G 시절부터 로밍과 와이파이 등의 사업을 함께 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위치한 한국과 일본은 국민들의 왕래가 잦죠. 양국의 통신사들은 상대방 국가에 방문하는 자사 고객이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했습니다. 이를 위해 상대방 국가의 통신사와 우호적인 협력 관계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죠. 양사의 지분관계는 종료됐지만 사업적 협력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간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고 앞으로도 자사의 해외 서비스 품질을 위해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KT는 주요주주로 신한은행을 맞으면서 전환의 계기를 맞았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하 디지코)으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는 KT의 전략과 맞물린 모습입니다.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하면서 KT를 통신사에서 나아가 디지코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한 후 비통신 사업을 강화하는 체질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금융 분야는 콘텐츠와 함께 KT가 추진 중인 비통신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입니다. KT는 앞서 핀테크 기업 웹케시와 뱅크샐러드에 투자했고 우리금융그룹, IBK기업은행과 신사업을 위한 협약도 맺었습니다. KT는 금융사들이 보유하지 못한 통신·클라우드 인프라와 AI 기술력을 갖췄죠. 핀테크는 다양한 금융 혜택과 편의성뿐만 아니라 고객의 성향 분석과 서비스 안정성도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KT와 같은 ICT 기업의 역할도 커진 셈이죠.

 

금융과 콘텐츠를 비롯한 비통신 분야에 대한 KT의 투자와 도전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KT의 투자 여력은 있어 보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조889억원입니다. 매출채권및기타채권은 5조4386억원입니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으로 쉽게 말해 받을 돈을 말합니다.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도 꾸준합니다. 같은 기간 KT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4조1622억원입니다. 2020년 3분기 3조6751억원보다 유입된 현금의 규모가 약 5000억원 증가했습니다. KT는 IPTV·초고속인터넷 등 유선 통신 시장에서 1위, 무선 통신 시장에서 2위 기업입니다. 탄탄한 가입자층을 보유하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 유입은 꾸준합니다. 통신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셈이죠.

단 100%를 넘어선 부채비율은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T의 부채비율은 110.5%입니다. 부채비율이란 기업의자산 중 부채가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합니다. 기업의 재무구조에서 타 자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경영지표입니다. 최근 수년간의 KT의 부채비율 흐름을 보면 110%대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주주 명단에 은행 이름을 올린 KT가 적극적인 투자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키워갈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집니다.

생각해 볼 문제

•KT의 ICT 역량과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가 만나 어떤 차별화된 핀테크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요?
•AI·블록체인·헬스케어 등 다양한 비통신 사업 중 어느 분야가 향후 KT의 캐시카우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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