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갈망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9일 같은 날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했다. 양 후보 모두 투자자 이익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이슈 주목도를 상대후보에게 뺏기지 않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으로도 해석된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서울 역삼동 두나무 사옥을 찾아 가상자산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대표와 간담회를 열었고, 윤석열 후보는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보호 공약 브리핑을 개최했다. 가상자산 으뜸정책으로 윤 후보는 '코인 투자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이 후보는 '가상자산 법제화'를 꼽았다.
이와 동시에 770만 가상자산 투자자를 주식 투자자 수준으로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고 코인·NFT 등 신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불완전 판매, 시세 조작 등 가상자산 부당거래 수익은 사법 절차를 거쳐 전액 환수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법제화를 서둘러 투자자와 사업자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를 조속히 정비하고 입법공백을 해소하겠다"며 "객관적 상장기준을 마련하고 공시제도를 투명화하는 한편,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시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보호규정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약으로 따져보면 윤 후보는 가상자산 시장 생태계 조성에 정부의 통제력을 일정부분 발휘하고, 이 후보는 법제도를 근간으로 사업자들의 자율성 보장에 보다 무게를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국내에서 금지된 ICO(가상자산 투자자 공개모집)를 허용하겠다는데 양 후보는 입장을 같이했다. 다만 윤 후보는 ICO 방식을 전면적으로 채택할 경우 다단계 사기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안전장치가 마련된 거래소발행(IEO, Initial Exchange Offering) 방식부터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ICO 금지가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며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 후보는 "ICO를 금지한 건 법률이 아니라 법무부의 일방적 조치였다"며 "안정성이 담보된 제도를 갖추면 ICO는 허용하는 법률을 만들기 전에도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나아가 회사 지분 등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발행(STO)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는 코인 수익 비과세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윤 후보처럼 액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후보는 "지금 현재 250만원은 지나치다는 것은 분명하고, 올려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며 "주식시장과 똑같이 해야할지 준해서 해야 될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식시장은 기업의 현실적인 자금조달에 도움이 되고 전통적인 산업발전에 직접적인 이익이 되기 때문에 투자를 권장한다는 차원에서 감면제도가 있다"며 "그런데 가상자산은 그와 성격이 달라서 똑같이 취급해야 하느냐는 약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외에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윤 후보는 NFT(대체불가능토큰)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시장 육성을 제안했다. 이 후보는 창의적인 디지털 자산 발행, 안전한 거래 및 보관, 간접투자, 보험을 통한 투자위험 분산 등의 방안을 통해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대남'은 표심의 유동성이 상당하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14일 성인 남녀 30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20대 남성층에서 한 주 만에 상승폭이 33.3%포인트(24.8% → 58.1%)에 달했다.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봉급 200만원 공약을 내놓자 많은 20대 남성 유권자들이 호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청년층의 고유동성을 목도한 양 후보가 가상자산 공약을 같은 날 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누적 회원수는 지난해 10월 25일 890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회원 수(약 300만명)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20대 투자자 비율이 20.1%(약 60만명)에서 31%(약 276만명)로 훌쩍 뛰며 성장세를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