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5G용 주파수 20MHz폭을 경매 방식으로 이동통신 3사에게 추가 할당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둘러싼 공정경쟁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사실상 추가 주파수 확보 가능성이 가장 높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한 SKT, KT의 공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무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주최한 '3.5GHz 대역 주파수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과기정통부가 곧 경매에 부칠 20MHz폭 5G 주파수에 대해 정부와 이통3사, 학계 간 의견 차이를 줄이고 합리적인 주파수 할당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이번에도 토론은 평행선을 달렸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LG유플러스, 5G 추가 주파수는 누가 가져가도 국민이 이익
LG유플러스는 이번 간담회에서도 5G 주파수 추가 할당이 가져올 '국민 편익 증진'을 핵심 논리로 내세웠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은 "이번 20MHz 폭은 어떤 사업자가 가져가도 품질이 개선되는 부분은 사실"이라며 "이것이 사업자들의 서비스 투자 촉매제가 될 것이며 최근 소송까지 제기되고 있는 소비자 5G 품질 불만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가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지역 차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속도와 균등한 품질로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얻는다"며 "1년에 수백만명에 달하는 이동통신 번호이동 가입자들 모두의 편익을 높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5G 주파수 280MHz 경매 당시 대역 구조상 가장 왼쪽에 있는 80MHz A 블록을 낙찰받았다. 반면 KT와 SKT는 각각 100MHz씩 B, C 블록을 나눠가지며 지금까지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주파수 폭이 부족한 상태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일반적으로 주파수 대역폭은 '도로의 폭'과도 같아서 넓을수록 동시에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운반할 수 있다. 현재 LG유플러스가 사용하는 장비는 100MHz 대역폭을 지원하므로, 추가 할당 시 곧바로 개선된 품질의 5G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상황이다.

▲ 자료=블로터DB
▲ 자료=블로터DB

KT, 장비의 열세는 따라잡기 어려워…공정해질 수 없는 구조
주파수는 공공재로서, 정책상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자원이다. SKT와 KT는 이 점에 공감하면서도 그릇된 방식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KT는 자사의 약점까지 거론하며 이번 경매가 공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강변했다. 무선통신 속도는 주파수 대역폭뿐 아니라 장비의 영향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가 매년 상·하반기 진행하는 통신품질평가 결과에서 LG유플러스는 KT보다 주파수 폭이 20MHz 적지만 거의 비슷한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한다. KT는 이것이 핵심 경쟁지역인 수도권에서 LG유플러스의 외산 장비(64TR)가 KT와 SKT가 사용 중인 국산장비(32TR)보다 성능이 30% 이상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SKT가 같은 장비, 같은 대역폭을 가졌음에도 KT보다 다운로드 속도가 앞서는 이유는 LTE+5G 형태의 국내 5G NSA(비단독모드) 특성상 SKT가 LTE 주파수 대역을 더 많이 보유한 까닭이다.

KT는 당사가 주파수 폭, 5G 장비 수량 모두 우위에 있음에도 LG유플러스가 이미 장비의 우수한 성능을 밑바탕 삼아 속도가 동등하므로, 주파수까지 추가로 할당받을 경우 오히려 경쟁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리란 입장이다. KT는 추가 주파수를 할당받은 LG유플러스의 5G 다운로드 예측 속도를 987Gbps로 추산했다. 이는 최근 품질평가에서 819MHz를 기록한 KT를 단번에 앞서는 수치이며, 1위 SKT의 929MHz도 크게 앞서게 되는 결과다.

김광동 KT 정책협력담당은 "지금 상황에서 20MHz 더 투입하면 LG유플러스 고객들은 확실히 좋은 속도를 누릴 수 있지만 남은 70~80%의 소비자들은 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며 "우리도 장비투자 하면 된다고 하지만 제조사의 로드맵상 64TR 장비는 2023년 이후 개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이슈를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보면 타당하지만, LG유플러스 고객을 제외한 대다수 우리 고객들에게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뼈아픈 문제"라고 덧붙였다. KT는 현재 이번 경매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 경매 불참을 결정한 상태다.

▲ 자료=과기정통부, 블로터 가공
▲ 자료=과기정통부, 블로터 가공

SKT, 국민 편익이 높아지면 수단은 불공정해도 되는가
SKT도 국민 편익 증진에 앞서 구조적으로 불공정한 경매 사례를 남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업계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했다. 또 불공정 경매의 여파는 할당 후에도 지속적으로 갈등 소지를 남길 것이란 주장이다.

이상헌 SKT 정책혁신실장은 "소비자 편익이란 목적만 달성되면 그 수단과 과정이 불공정하고 문제가 많아도 상관없다는 것이 이 사회의 법과 정의가 아니라면, 최소한 시장경제 체제 아래 정부의 주파수 정책과 통신 정책의 큰 틀을 기반으로 국민편익 제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SKT와 KT가 무리하게 주파수를 할당받는다고 해도 소비자가 이를 누릴 수 있는 시기는 최소 3년 이후인 점을 강조했다. 멀리 떨어진 주파수를 묶기 위한 CA(주파수집성)기술 마련과 더불어 CA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개발 및 출시까지 고려한 시기다.

또 수도권 기준 새로 받은 주파수 활용을 위한 장비 구축에 1조5000억원 이상이 추가로 들 전망인 가운데, 할당 즉시 추가 투자없이 바로 주파수 추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LG유플러스의 상황은 오히려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유발할 것이란 논리다.

이 밖에도 SKT는 LG유플러스는 현재 보유한 주파수 폭 대비 사용자 수도 가장 적은만큼 추가 할당이 급하지 않은 상황이란 입장이다.

이에 SKT, KT 양사가 공통적으로 정부에 제안하는 안은 LG유플러스가 주파수 경매에 단독 참여해 이를 할당받더라도 사용처와 사용 시기 등에 제한을 둠으로써 최소한의 경쟁 균형을 맞춰달라는 것이다. 주파수 사용 시기에 제한을 두는 조치는 지난 2013년 KT가 인접한 광대역 LTE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받게 된 상황에서 이뤄진 대책과 유사해 이번 추가할당 논란에서 하나의 선례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20MHz는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로, 서비스 시기를 늦추거나 지역별로 시기를 나눠 서비스를 하자는 주장은 소비자 편익에 역행하는 이기주의"라고 반박했다.

정부, 추가 할당 근거는 충분…시간 더 필요하다
SKT와 KT의 강한 반발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파수 추가 할당을 취소할 계획은 없다. 다만 이번 추가 할당이 충분한 기술적 검토와 공정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박태완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과거 기록을 보면 과기정통부에서 이번 20MHz 폭의 주파수 간섭 문제가 해결되면 추가 할당이 가능하단 점을 분명히 알렸다"며 "이번 추가 할당을 결정하기 앞서도 업계의 의견을 공평하게 듣기 위해 블라인드 마이크 환경까지 준비한 점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또 "이때 할당 후 통신 품질 측면, 투자 촉진 측면에서 분명히 할당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된 것"이라며 "5G를 LTE만큼 터지게 하기 위해 그래서 이번 주파수 추가 할당 조건에도 기지국 추가 구축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동통신사들이 이번 이슈 해결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 있는 만큼, 이를 수렴해 할당 조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덧붙였다.

▲ 자료=블로터
▲ 자료=블로터

한편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양정숙 의원은 "전파 자원의 효율성 확보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란 두 가지 목표만 이루면 국민의 통신 서비스 품질은 자연스레 올라간다"며 "(국회가) 계속해서 멍석을 깔아줄 테니 어떻게든 의견을 좁혀 현명한 결론에 이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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