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중개 플랫폼 '오토벨(Autobell)'을 론칭한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최근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진출을 일시중지하라는 권고를 내린 가운데 그룹 계열사가 중개 플랫폼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일 오토벨을 론칭했다고 밝혔다. 오토벨은 '차를 아는 전문가가 만든 중고차 플랫폼'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현대글로비스는 오토벨이 중고차 매매업체에 플랫폼을 통해 판로를 공급하고, 소비자에게는 신뢰도 높은 구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거래시장의 이해관계자들끼리 상호 '윈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서운 중고차'는 옛말...IT 서비스로 차별화
오토벨은 그동안 중고차 거래시장의 문제점을 몇가지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토벨은 허위매물 방지를 위해 엄격한 운영방식을 고수할 계획이다. 신뢰받는 딜러망을 구축하기 위해 중고차 딜러들이 오토벨 회원 가입시 소속 매매상사의 사업자등록증과 종사원증을 필수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중고차 매매자격을 꼼꼼히 확인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운영 중인 각 중고차 경매센터와 데이터를 연동해 차량의 실매물과 판매 여부를 검증한다.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는 월 평균 1만여대의 차량이 출품되고 있다. 2200여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경매센터와 무관하게 딜러가 매입한 중고차를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경우에도 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허위매물을 팔다 적발된 딜러의 회원자격을 영구히 상실시키는 규정 등도 마련했다.

오토벨은 소비자들이 차량의 시세와 매물의 실제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현재 시세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소비자는 오토벨의 '내차 사기' 항목에서 '라이브 스튜디오' 메뉴를 통해 차량의 내외부를 VR로 확인할 수 있다. 전문평가사가 진행한 112가지 안전지단 결과도 동시에 확인 가능하다.

소비자는 구매한 차량을 집까지 배송받고 3일간 시승 후 구매를 확정하는 '온라인 홈서비스'도 제공받는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허위 매물에 속아 원하는 차량을 구입하지 못하거나 시세와 동떨어진 가격에 매입하는 위험을 크게 덜 수 있다. 오토벨이 진단한 매물과 시세 데이터가 확산될수록 중고차업계의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중고차 전문 평가사가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상담하는 방문 매각 서비스와 실거래 시세 정보를 활용 복잡한 절차 없이 차량을 매각하는 무평가 매각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룹 물류 전담한 현대글로비스...사업 다각화 '시동'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의 완성차와 반제품(CKD) 등을 글로벌 생산기지와 판매법인에 운송하는 사업을 주로 한다. 현대차그룹에서 받는 일감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내부거래 외에도 자체 사업을 육성해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해운업과 유통업 등 두가지 산업 분야에서 자체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해운 부문에서는 드라이벌크(건화물) 사업을 주로 했는데, 최근 LPG와 암모니아 가스 등 수소 사업의 밸류체인을 육성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LPG와 암모니아를 개질하면 수소를 만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FCEV)와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를 운송과 발전 분야에서 활용해 '수소 경제'의 리딩기업으로 부상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 2021년 3분기 기준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 사업 매출(자료=현대글로비스 IR북)
▲ 2021년 3분기 기준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 사업 매출(자료=현대글로비스 IR북)

유통업에서는 중고차 유통사업을 낙점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경매 사업과 수출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오토벨 론칭은 향후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할 경우 국내 유통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중고차 경매 사업의 누적 매출은 526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하고 있는데, 철스크랩(고철) 유통 매출(1조1593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를 직접 매매하는 유통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경우 오토벨은 중고차 매매를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매입한 차량은 상품화 과정을 거쳐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유통할 수 있다.

현재 중고차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고차 판매사업이 과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현대차 등 대기업의 참여가 제한됐다. 현재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된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3월 중소차 판매사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진출 여부에 따라 현대글로비스 오토벨의 성장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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