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올해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여론의 질타를 받던 카카오가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새로운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짚어보고 카카오의 단독대표 체제 전환이 갖는 의미와 회사의 과제에 대해 진단해본다.<편집자주>
▲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사무실. (사진=카카오)
▲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사무실.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게임 전문가인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차기 대표로 낙점하면서 회사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남궁 내정자는 회사의 창업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한게임을 함께 일궈냈다. 한게임 한국 총괄을 맡았으며 CJ인터넷·위메이드·엔진·카카오게임즈 등 굵직한 게임 회사의 대표를 지냈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태동과 성장을 함께 경험했다.

김 의장이 이같은 게임 전문가인 남궁 내정자를 새로운 리더로 낙점한 것은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남궁 내정자는 회사의 사업 재편 의지를 나타내며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꼽았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를 활용한 각종 친목 모임뿐만 아니라 경제활동까지 촉발되며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업종으로 게임이 꼽히는 이유다. 이미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아이템을 거래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사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카카오가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선택한다면 이를 키워나갈 적임자가 게임 전문가인 남궁 내정자인 셈이다. 특히 그는 현재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으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남궁 내정자가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면 카카오의 첫 게임 전문가 대표가 된다. 그간 카카오의 대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법조·재무와 마케팅·디자인 전문가로 분류된다.

김 의장이 지난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하며 선임한 이제범 대표는 개발과 기획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이후 이석우 대표가 합류하며 공동대표 체제가 꾸려졌다. 중앙일보 기자로 출발한 이석우 전 대표는 미국 로펌의 변호사에 이어 NHN을 거쳐 카카오로 합류했다. 카카오톡에 게임 플랫폼이 추가되면서 단숨에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이제범 대표가 모바일 플랫폼 전략에 힘을 쏟은 반면 언론·법조 분야에 몸을 담았던 이석우 대표는 마케팅과 대외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주로 맡았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법조와 재무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의 체제가 들어섰다.

당시 다음을 이끌던 최세훈 대표는 다음과 라이코스코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 전문가다. 합병으로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 체제가 마련됐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고 '김범수 키드'로 꼽히는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다음카카오의 CEO에 올랐다. 임 전 대표는 대표적인 재무·투자 전문가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NHN 기획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을 지낸 후 케이큐브벤처스에 합류했다. 임 전 대표와 김 의장은 NHN에서 처음 만났다. 김 의장은 눈여겨봤던 임 전 대표를 사재를 털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에 앉혔고 이어 다음카카오의 대표까지 맡겼다.

2018년 조수용·여민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서비스 전문가 CEO 시대가 열렸다. 조 대표는 프리챌 디자인센터장과 NHN 마케팅·디자인총괄본부장을 지냈다. 여 대표는 이베이코리아와 LG전자 등을 거치며 광고와 마케팅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두 대표들은 각 분야에서 회사를 이끌며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조수용·여민수의 뒤를 이어 게임 전문가인 남궁 대표가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카카오가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어떻게 회사의 체질을 개선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겪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은 탓에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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