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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는 지난해 11월1일 SKT와 ICT 투자전문 회사 SK스퀘어로 인적분할됐습니다. 목적은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극대화입니다. 통신사로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펼치던 SKT는 분할 후 회사의 주력 사업이 통신과 투자, 2개로 구분됐습니다. 존속회사인 SKT는 △유·무선통신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디지털인프라 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 SKT가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1시부터 올해 1월1일 오전 7시까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진행한 '2022 첫날 해돋이 생중계' 행사의 리허설 모습. (사진=SKT)
▲ SKT가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1시부터 올해 1월1일 오전 7시까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진행한 '2022 첫날 해돋이 생중계' 행사의 리허설 모습. (사진=SKT)

지난 2021년 국내 500대 대기업중 자기주식(자사주)을 가장 많이 처분한 곳은 SK텔레콤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사주란 기업이 스스로 발행한 주식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말합니다.

기업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상장사 중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를 한 12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KT는 지난해 약 2조1522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처분해 1위에 올랐습니다. 네이버(7244억원), SK하이닉스(4885억원), 이마트(1500억원), 아모레퍼시픽(1439억원) 등 SKT의 뒤를 이은 상위권 기업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입니다.

SKT는 2022년 들어서도 자사주 처분을 이어갔습니다. 회사는 이달 21일 '자기주식처분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약 230억원 규모의 41만3080주의 주식을 처분한다는 내용입니다. 목적은 자기주식 상여 지급입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구성원 주주참여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죠. 회사의 주식을 직원들의 증권계좌로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은 직원들이 회사의 주주로 직접 참여하도록 하면서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SKT는 지난해 10월 1583억원, 2월 302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처분결정 공시를 각각 했습니다. 역시 목적은 자기주식 상여 지급입니다. 24일 기준 SKT의 최근 1년간 자기주식처분결정 공시 4건 중 3건이 직원들에게 상여용으로 지급하기 위해 이뤄진 것입니다. 1건은 사외이사 보수 지급을 위한 것으로 처분 금액은 약 1억6000만원이었습니다.

자사주 지급으로 회사는 직원들의 근로 의욕 고취를 노릴 수 있죠. 하지만 주주들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주주가 보기에 실적이 만족스럽지 못한데 회사가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경우 불만이 커지겠죠. '주주들에게 배당은 적게 하면서 직원들끼리만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더욱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지급한다면 주식의 소유주만 바뀔뿐 유통 중인 주식 수가 바뀌는 것은 아니죠.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한다면 시장에 있는 해당 회사의 주식 수가 줄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SKT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5월 자사주 869만주(발행주식 총수의 10.8% 규모)를 소각한 바 있습니다. 회사의 분할방식도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낮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택했습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습니다. 반면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소유합니다. 신설회사의 주식이 주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충분히 보상하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확대하려면 그만큼 회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겠죠. SKT의 실적은 어떨까요?

SKT는 5G 가입자가 늘어나고 보안·커머스 사업이 확대되며 지난해에 호조세를 이어갔습니다.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와 앱마켓(원스토어) 등의 사업에는 투자를 지속하며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SKT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14조5662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1조185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6%, 16.54% 증가했습니다. 신사업을 제외한 SKT 별도 기준으로 봐도 같은 기간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조297억원, 영업이익은 9552억원으로 2.51%, 20.84% 늘었습니다. 오는 2월에 발표될 2021년 연간실적에서도 상승세가 예상됩니다.

회사의 실적이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면 주주들의 배당 확대 기대감도 커질 수밖에 없겠죠. SKT는 2021~2023년도 배당정책 발표를 통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에서 설비투자비(CAPEX·캐펙스)를 뺀 금액의 30~40%를 배당 재원으로 설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기지국 추가 구축과 유지보수를 위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캐펙스를 제외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표명한 셈입니다.

회사가 보안·커머스·모빌리티 등 신사업 분야를 떼어낸만큼 이러한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을 이어가려면 실적의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SKT가 분할하며 집중하겠다고 내세운 △유·무선통신 △AI 기반 서비스 △디지털인프라 서비스 중 AI와 디지털인프라 사업의 확대가 절실합니다. 기존 통신 사업 중 무선은 이미 1위 기업이고 시장이 포화 상태를 넘어섰죠. IPTV와 초고속인터넷이 주를 이루는 유선 시장은 확대할 여지가 남아있지만 국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KT·LG유플러스와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 매출·이익 확대를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AI와 디지털인프라는 시장이 개화하는 단계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SKT는 AI 사업에서는 자사의 AI 플랫폼 '누구'를 확대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디지털인프라에서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가 중심입니다. 기업들의 디지털전환(DX)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출시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와 구독 서비스 'T우주'는 함께 생태계를 이룰 파트너사와 콘텐츠 창작자를 늘리기 위한 투자가 지속돼야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신사업의 성패 여부는 SKT가 직원에 대한 보상과 주주친화 정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

•SKT는 분할 후 올해 다시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AI와 디지털인프라 사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SK스퀘어는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3D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에 투자했습니다. SKT는 이들과 어떻게 협력을 이어가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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