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민 SK케미칼 오픈이노베이션 팀장(왼쪽)이 인공지능 협업 파트너사인 스탠다임 소속 김한조 합성연구소장(오른쪽)과 신약 개발 연구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사진=SK케미칼)
▲ 이수민 SK케미칼 오픈이노베이션 팀장(왼쪽)이 인공지능 협업 파트너사인 스탠다임 소속 김한조 합성연구소장(오른쪽)과 신약 개발 연구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사진=SK케미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및 검증 과정을 AI 알고리즘을 통해 대폭 감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해당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양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AI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연구소·기업과 제약·바이오 기업 간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 역시 해당 사업의 진흥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AI 핵심 기술을 활용해 신약 연구개발(R&D) 과정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이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AI 플랫폼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 각 기업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AI 기술이 향후 제약·바이오 업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AI 기반 신약 발굴 시장은 세계 굴지 기업들의 투자에 따라 그 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매년 4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24년에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AI 기반 신약 발굴을 주요 지원 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AI 활용 혁신신약 발굴’ 사업을 시작한다. 올해 16억5000만원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신약 발굴 AI 개발 과제 공모를 받아 핵심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완성된 플랫폼을 공개해 관련 기업·기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과기정통부 세종 청사. (사진=과기정통부)
▲ 과기정통부 세종 청사. (사진=과기정통부)

GC녹십자·SK케미칼 ‘협업 확대’…몸값 높아지는 AI 기업
국내 기업들 자체적으로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GC녹십자·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24일 서울대학교 AI연구원과 ‘AI 신약 연구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질병 관련 유전체·단백질 연구 플랫폼 구축’을 함께 진행한다. 회사는 △물질 스크리닝 △유효성 예측 △변이 탐색 등 질병 및 신약개발 전반에 걸친 분야의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가운데),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오른쪽), 정재욱 목암연구소 소장이 24일 경기도 용인 GC녹십자 목암타운에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GC녹십자)
▲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가운데),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오른쪽), 정재욱 목암연구소 소장이 24일 경기도 용인 GC녹십자 목암타운에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GC녹십자)

SK케미칼 역시 AI 기반 신약 발굴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기업으로 꼽힌다. SK케미칼은 최근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인 심플렉스와 ‘신약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당시 계약에 따라 신약 후보물질 탐색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기존 임시 조직 형태로 운영하던 ‘오픈 연구개발(R&D) 태스크포스(TF)’를 정규 조직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기존 TF를 ‘오픈이노베이션팀’으로 확대해 미래 지향적 R&D 혁신을 강화하겠단 포부다. △신약개발 △AI △투자·파트너링 등 3가지 파트에서 전담 인력이 상시 업무를 수행하며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SK케미칼은 2019년 스탠다임과 공동 연구를 시작으로 디어젠·닥터노아 등 다수의 AI 관련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회사 측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AI 기반 신약 개발에 나서면서 관련 기술을 확보한 기업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AI 신약 벤처기업 ‘온코크로스’가 대표적이다. 온코크로스는 지난해부터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을 끌어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신약 후보물질과 신규 적응증을 찾아내는 AI 플랫폼 기술과 관련 빅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다.

온코크로스는 지난해 3월 대웅제약과 협약을 맺었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 물질의 적응증(사용범위)을 확대하는 데 온코크로스가 보유한 AI 플랫폼 ‘랩터AI’를 활용하는 게 협약의 핵심 내용이다. 온코크로스는 대웅제약과의 협업에 이어 이달 동화약품과의 공동연구에도 나섰다. 동화약품은 자사가 보유한 항암신약 후보물질의 신규 고형암 적응증을 온코크로스의 플랫폼을 통해 도출할 예정이다.

온코크로스 외에도 △제이엘케이 △아스텔라스 △갤럭스 등이 신약 관련 AI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기업으로 꼽힌다. 이 중 갤럭스는 지난달 카카오브레인으로부터 50억원 투자받은 바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후보 물질 개발에만 5년, 비용은 8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성공률은 10% 안팎에 그친다”며 “AI는 이 비용과 성공률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게임 체인저’로 여겨지고 있고,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카카오)
▲ (사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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