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생들에게 그 어느 곳보다 친숙한 공간이다.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늘었지만, 여전히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에게 익숙하고 정겹다. 이런 익숙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친구, 선생님, 경비 아저씨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런 무서운 상상에서 출발한다. 

학교, 그리고 좀비
넷플릭스는 2019년 '킹덤' 시리즈를 통해 한국형 좀비물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한국형 좀비 '생사역'을 전 세계에 알리며 색다른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넷플릭스는 영화 '#살아있다'를 수급해 또 한 번 글로벌 시장에 한국형 좀비물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왼쪽)과 오는 28일 공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왼쪽)과 오는 28일 공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넷플릭스)
극 중 인물들이 위기에 순간에 봉착하며 발생하는 관계의 변화와 일촉즉발의 위급한 상황은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일까. 넷플릭스는 한 번 더 좀비물을 선택했다. 주동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새해 첫 한국 오리지널로 낙점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앞서 지난해 2월 넷플릭스의 라인업 쇼케이스인 'See What's Next Korea 2021'을 통해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원작은 '효산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좀비 사태로 인해 위기를 겪는 학생들이 7일간 생존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원작의 줄거리를 토대로 극 중 캐릭터에 입체적인 변주를 줘 색다른 서사를 그려낼 예정이다.

#하이틴 #로맨스 #성공적(?)
'지금 우리 학교는'을 주목할 만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하이틴'이다. 기존 좀비물이 성인들이 주축이 돼 이야기를 전개한 것과 달리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생들이 서사의 중심이 된다.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에 고립된 학생들은 좀비로 변한 선생님과 친구들을 피해 도망치거나 때로는 그들을 죽이며 '희생'과 '용기'를 배운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함정에 빠뜨리지만,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똘똘 뭉치는 의리를 발휘하기도 한다.

▲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중 한 장면. (사진=네이버웹툰 갈무리)
▲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중 한 장면. (사진=네이버웹툰 갈무리)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은 "어른들은 위험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모두 안전한 선택을 하지만 아이들은 더 위험한 선택이나 판단을 하게 된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아이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어른답다, 인간답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면역자'라는 변수다. 원작 웹툰에서 '최남라'와 '윤귀남'은 좀비에게 물려도 감염체로 변하지 않는 '면역자'로 나온다. 물리면 5~10분 사이 좀비로 변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좀비 바이러스를 이겨내며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다. 다만, 감염된 좀비처럼 산 사람을 먹고 싶어하는 욕구를 드러낸다. 

동명의 극에서는 '면역자'를 비롯한 좀비의 단계에 변주를 주며 한층 입체감 있는 서사를 구현한다. 좀비 증상이 발현됐으나 사고를 할 수 있어 악의를 갖고 생존자들을 공격하는 '이모탈'과 특수한 면역으로 인해 좀비가 되지 않았지만 드문드문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는 '이뮨'이 대표적인 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중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중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웹툰과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감염의 단계다. 기존 좀비물이 경련, 발작, 변이 순서대로 좀비화가 진행됐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의 경우 '공포' 단계를 추가해 새로운 볼거리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차별성은 '캐릭터에 대한 변주'로 압축할 수 있다. 웹툰에서 화자이자 중심 인물이었던 '남온조'는 소방관인 아버지로부터 비상 메뉴얼을 익혔다는 설정을 추가해 탁월한 대처능력을 지닌 캐릭터로 변화시켰다. '최남라'의 경우 좀비 사태를 겪으며 진정한 우정을 깨닫고 성장해 나가는 성격을 부여했다. 특히 원작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온조와 청산, 남라와 수혁 사이에 풋풋한 로맨스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으로 알 수 있는 이야기
오는 28일 오픈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기 전 웹툰을 정주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웹툰을 통해 '지금 우리 학교는'의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는 한편 영상을 보며 원작과의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중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중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특히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주동근 작가의 '후기'편에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전반적인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이병찬'의 아들 '이진수'가 동해바다에서 알 수 없는 괴생물체로 인해 최초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설정을 비롯해 면역자들이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격장애를 겪도록 추가한 부분도 상세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병찬 선생님과 관련된 이야기도 작가가 구축하고 설정한 기획 의도를 통해 다각도로 해석 가능하다.

주동근 작가는 웹툰 기획 당시 영화 '새벽의 저주'와 '28일 후'를 보고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웹툰 마지막 에피소드인 후기편에서 "왜 우리나라에 맞는 좀비물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작품을 만드는 데 뛰어들었다"며 "만화지만 영화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학교라는 공간이 지옥으로 바뀌며 생사의 기로에 놓인 학생들이 7일간의 사투끝에 살아남아 죽은 이들을 추억하며 마무리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또 한 번 한국형 좀비물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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