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27일 유가증권시장(KOSPI)에 신규 상장했다. 이날 오전 시가총액 110조7990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431조183억원)에 이어 시가총액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글로벌한 퇴출 흐름과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전동차의 엔진격인 배터리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기업가치가 폭등한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이어 글로벌 2위의 배터리 제조사다. 점유율은 SNE 리서치 발표 기준 22.2%(2021년 1~11월 사용량)에 달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CEO)은 이날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 기념식에 참석했다. 권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은 30년의 시간을 거쳐 쌓아온 도전과 혁신 역량의 결실"이라며 "2차전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조해온 고 구본무 회장님께서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에서 물적분할 후 주주들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IPO 시장의 새 역사를 쓰면서 입성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는 경쟁률 2023대 1을 기록해 IPO 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는 청약 증거금이 약 114조1066억원 모여 또 한번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PO로 10조2000억원(4250만주)을 마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주주인 LG화학은 2조5500억원을 확보했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81.84%로 줄었다. LG화학은 사실상 단독주주 수준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번 IPO로 배터리 및 소재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증설에 쓴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미국과 유럽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 2024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유럽과 중국 생산공장에 각각 1조4000억원,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한국 오창공장에는 내년까지 645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들이 LG에너지솔루션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투자금 중 대부분은 증설에 쓰인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미국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3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약 3조원이면, 2024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외에도 유럽의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중국 CATL을 앞서고 있다. IPO로 확보한 투자금은 대부분 증설에 쓰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량'을 늘리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글로벌 업체 중 가장 빠르게 '하이싱글 디짓' 이익률 실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생산기지 현황.(자료=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생산기지 현황.(자료=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은 IPO로 확보한 투자금을 배터리 소재와 R&D 분야에 쓴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수직계열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증설을 통해 내재화율을 빠른 속도로 높일 계획이다. 원가가 높은 양극재를 중심으로 투자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생산과 원가 안정화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LG화학의 양극재 캐파는 8만톤이다. LG화학은 국내 청주공장과 구미공장, 익산공장에서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우시공장을 건설해 운영 중이다. LG화학은 2026년까지 양극재 캐파를 225%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 핵심 생산기지인 유럽과 미국에서도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현지 생산, 현지 납품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권영수 부회장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및 LG화학 재무담당 경영진은 IPO 이후 최대주주(LG화학) 지분율을 80% 이상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LG화학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 후 상장하면서 LG화학 기존 주주는 간접투자자가 됐다.

다만 배터리 산업은 자본집약 산업인 만큼 시장의 상황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1위를 두고 현재 중국 CATL과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어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물적분할로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했음에도 LG그룹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다. 권 부회장은 "이번 상장을 지난 30년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100년을 위한 출발점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7일 오후 12시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시초가는 공모가 30만 원보다 99% 높은 59만7000원을 기록했다. 따상에는 실패했음에도 시총이 공모가 기준 70조2000억원에서 약 130조원대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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