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면

•카카오의 최근 5년간 주요 합병 사례들을 살펴보면 사업 전략이 콘텐츠와 커머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스토리 게임 제작사 애드페이지를 품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멜론컴퍼니를 흡수합병했습니다. 앞서 카카오는 분사했던 카카오커머스를 다시 합병하며 커머스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이러한 합병 전략이 카카오를 위대한 회사(Great Company)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2022년 상반기 예정 신작 리스트. (이미지=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2022년 상반기 예정 신작 리스트. (이미지=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NHN(네이버 전신)에서 나와 다시 맨바닥에서 시작해 대표 모바일 기업으로 키워낸 카카오의 성장 배경에는 합병 전략이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모바일 메신저로 출발해 전국민의 일상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즉시 전력으로 흡수하거나 기존의 계열사들끼리 합병해 경영 효율성의 극대화를 꾀했습니다.

카카오의 최근 5년간 주요 합병 사례들을 살펴보면 카카오의 사업 전략이 콘텐츠와 커머스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 가입자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고 비즈니스 모델(BM)도 다양화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커머스도 놓칠 수 없는 분야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가운데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에게 커머스 경쟁력은 필수적입니다.

콘텐츠 분야의 합병 공시부터 살펴보면 가장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있습니다. 카카오의 게임 자회사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10일 ㈜애드페이지와의 흡수합병을 앞두고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애드페이지는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스토리 게임을 만드는 곳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회사합병결정 공시를 통해 '게임과 신사업 연계 속도 제고'를 합병목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애드페이지의 스토리 게임 제작 역량을 카카오게임즈에 더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게임 장르를 다양화하면서 BM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카카오게임즈는 '비욘드 게임(Beyond Game: 게임 그 이상)'을 회사의 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단순히 게임만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올해초 신년사에서 계열사들과 함께 메타버스·NFT(대체불가토큰)·스포츠 등 세 분야의 사업을 적극 확장하겠다고 선언했죠. 이제 한 몸이 되는 애드페이지의 스토리 게임 역량도 조 대표의 신사업 구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7월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멜론컴퍼니를 흡수합병한다는 내용의 회사합병결정 공시가 있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드라마·영화·공연 등의 사업을 카카오의 콘텐츠 전문 자회사입니다. 여기에 국내 1위 음원서비스 멜론을 더해 콘텐츠 라인업을 완성했죠. 회사의 사업 영역은 크게 △미디어 △스토리 △뮤직으로 구분됩니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스토리 기반의 영상과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스토리 사업은 웹툰과 웹소설이 대표적이죠. 웹툰과 웹소설은 최근 다양한 작품들이 영상화로 이어지면서 콘텐츠의 원천으로 여겨질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멜론이 포함된 뮤직 사업까지 더해지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주요 콘텐츠 분야를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커머스 분야 합병은 지난해 카카오가 카카오커머스를 흡수합병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카카오커머스는 2018년 카카오의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로 분사했지만 지난해 9월 본사에 재합병됐습니다. 선물하기와 쇼핑 등 카카오 이커머스가 카카오톡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만큼 본사가 이커머스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커머스 분야에서 카카오는 경쟁사인 네이버에게 밀리고 있어 사업 확장에 보다 힘을 쏟을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가 선두에 있는 가운데 쿠팡이 추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반면 카카오의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으려면 빠른 투자와 사업 결정이 필요하겠죠. 자회사 형태로 있는 것보다 본사에서 직접 챙기는 것이 용이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인수한 것도 커머스 사업 역량 강화의 일환입니다. 그립은 중소상공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된 것이 강점이죠. 그립의 인수로 카카오는 네이버에 밀리는 라이브커머스 참여사들을 단숨에 확보하게 됐습니다.

카카오는 설립 후 다양한 인수합병 전략으로 짧은 시간에 본사와 계열사들의 덩치를 키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추산한 주요 기업들의 계열사 수에서 카카오는 128개로 SK(156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회사는 서비스의 영역을 대리운전·미용실·네일숍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군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막강한 플랫폼 파워를 내세워 골목상권을 침탈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지난해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의장은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통렬히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을 합병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어찌보면 필수적인 과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계열사 수를 늘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기존 계열사들의 최적화를 해야했고 그 중심에 콘텐츠와 커머스가 자리하게 됐습니다.

김 의장은 지난 2020년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의 10년이 좋은 회사(Good Company)였다면 향후 10년이 우리를 위대한 회사(Great Company)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라고 꼽은 'Good to Great'의 제목을 인용한 메시지였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카카오가 사업 역량을 보다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는 위대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합병 전략이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

•넷플릭스·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버티고 있는 콘텐츠 시장은 어떤 시장보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카카오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며 기업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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