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뱅크 사옥 전경.(사진=케이뱅크)
▲ 케이뱅크 사옥 전경.(사진=케이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이후 첫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발급 제휴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상품력을 꾸준히 키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잠정으로 2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3일 밝혔다. 흑자전환의 원년이 됐다. 2020년 1054억원의 손실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실적 반등이다.

지난해 3배 이상의 가파른 고객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이 흑자전환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1년새 219만명에서 717만명으로 약 500만명 늘었다. 이에 따라 수신 잔액은 2020년말 3조7500억원에서 2021년말 11조32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신은 2조9900억원에서 7조900억원으로 뛰었다.

고객 규모의 증가는 업계 1위 업비트와의 제휴가 주효했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실명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업비트 제휴만으로 케이뱅크가 호실적을 거뒀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업비트로부터 수취한 수수료는 172억5500만원으로 규모만 놓고 보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업비트 투자자들은 애초에 업비트를 이용하기 위해 케이뱅크 계좌를 튼 것이기 때문에 케이뱅크의 상품에 눈을 돌리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 말 수신 12조1400억원, 여신 4조6800억원을 기록하는 비대칭성을 보였다. 수신규모가 늘어난 만큼 케이뱅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 등 비용도 늘어나고, 단기투자용으로 들어온 예수금이기에 장기적인 운용에도 난점이 있었다.

케이뱅크가 흑자전환에 성공한 건 자체적인 '상품력' 덕분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 '플러스박스'를 리뉴얼해 목적에 따라 통장 쪼개기가 가능한 파킹통장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연말께는 목표 금액과 기간만 설정하면 매주 모아야 하는 금액이 자동으로 계산돼 목돈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챌린지박스'도 출시했다. 이같은 요구불성 상품들의 인기에 지난해 말 저원가성 예금의 비중이 80%에 달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여신은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이 출시 1년여만에 누적 취급액 1조원을 돌파하면서 자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전세 및 청년전세 대출도 4개월만에 2000억원을 넘어서며 대출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했다.

중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도 크게 늘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중저신용자 고객에 대출 이자 두 달치 캐시백, 대출안심플랜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중저신용자 고객 신용대출 공급액 규모는 2020년의 약 2.3배로 급증했다.

가파른 외형성장은 곧 이익지표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케이뱅크의 연간 순이자이익은 1980억원으로 2020년 464억원 대비 327%나 급증했다. 특히 순이자이익은 지난해 매분기 평균 약 46%씩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비이자이익 역시 제휴 활성화 등에 힘입어 2020년 102억원 손실에서 지난해엔 19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익 증가와 더불어 경영효율성도 대폭 개선됐다. 2020년 300%를 넘었던 CIR(영업이익경비율)이 지난해 말 61%까지 낮아졌다. CIR은 금융회사의 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를 비교하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생산성과 경영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탄탄한 수익구조의 안착과 제휴 시너지 강화 등에 힘입어 확연한 펀더멘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올해는 더욱 공고해진 예대마진 기반 위에서 혁신 사업자와의 제휴를 더욱 확대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해는 예대 비즈니스를 본 궤도에 안착시키는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개선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며 "올해는 이를 토대로 디지털금융플랫폼 도약에 더욱 속도를 내는 한편, 성공적인 IPO를 위한 준비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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