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페이스북에서 사명까지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했지만, 주력사업인 광고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가 신사업 투자가 늘면서 역대급 주가 폭락을 겪었다.(사진=메타)
▲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페이스북에서 사명까지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했지만, 주력사업인 광고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가 신사업 투자가 늘면서 역대급 주가 폭락을 겪었다.(사진=메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2300억달러(약 277조원)가 하루 만에 증발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투자와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경 등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예상돼서다.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씨엔비씨(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메타 주가는 26%나 하락하며 시가총액 2300억달러(약 277조원)가 사라졌다. 이는 2012년 메타가 상장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주가 하락일 뿐 아니라,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하루 시총 손실이다. 앞서 2020년 9월 애플의 시총이 하루만에 1820억달러(약 219조원) 증발한 바 있다.

사상 초유 ‘300조’ 시총 증발...‘메타버스’가 발목
메타의 주가 폭락은 전날 발표한 지난해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데다, 올 1분기 실적 또한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메타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 기존 주력사업을 등한시하고 신기술 기반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지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부문인 리얼리티랩스의 실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리얼리티랩스 실적은 VR·AR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 매출을 포함한다. 메타에 따르면 리얼리티랩스 부문은 지난 2019년 45억달러(약 5조원), 2020년 66억달러(약 8조원), 2021년 102억달러(약 12조원)의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메타는 이에 대해 “인건비, 연구개발비, 판매품목 원가비용 등으로 인한 손실이 42억달러(약 5조원)”라고 밝혔다.

문제는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메타는 올해도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1분기 매출 또한 전년대비 최대 3~11% 정도 성장한 270~290억달러(약 32~35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310억5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메타 경영진들은 메타버스 비전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최대 1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메타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이 가운데 메타는 주력사업인 광고에서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4월 애플이 iOS에 도입한 ‘앱추적투명성(ATT)’ 정책의 여파다. 애플은 개인정보보호의 일환으로 이용자가 허용할 때만 앱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이용자의 95% 이상이 개인정보 추적을 차단했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워지면서 메타의 이용자 맞춤형 광고도 타격을 입게 됐다. 이로 인해 메타는 올해 100억달러(약 12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타 전체 매출에서 광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이용자들도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페이스북의 일이용자수(DAU)는 19억2900만명을 기록했다. 전분기 19억3000만명에서 무려 100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페이스북 이용자가 감소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외신들은 젊은층이 틱톡·유튜브 등으로 빠져 나가면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시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증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의 로라 호이(Laura Hoy) 애널리스트는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세상을 가상현실로 끌어들이기 위해 열심일지 모르지만 실망스러운 4분기 실적은 메타버스 거품을 빠르게 터트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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