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면

  • 무신사가 연 거래액 2조원 시대를 열었는데요. 지그재그도 지난해 거래액 1조원을 처음 돌파했습니다. 다른 패션 플랫폼들도 올해 1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죠.
  • 그동안 낮았던 패션·의류 소매판매의 온라인 침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 이에 특정 타깃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는 버티컬 플랫폼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패션 시장의 온라인 전환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요.

‘무신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29CM △스타일쉐어 △솔드아웃 등이 지난해 연 거래액 2조3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패션 플랫폼 가운데 처음으로 거래액 2조원 시대를 연 건데요. 특히 그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무신사가 처음 거래액 1조원을 넘긴 2020년 1조2000억원에서 약 90% 성장했거든요. 물론 2021년 거래액엔 무신사가 29CM와 스타일쉐어를 인수한 영향도 반영됐습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해 거래액 1조원을 처음 돌파했는데요. 2020년 거래액 7500억원에서 30% 이상 증가한 겁니다. 여성 패션 플랫폼 가운데선 처음으로 연 거래액 1조원 시대를 연 것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 무신사와 지그재그의 연 거래액. (그래프=블로터)
▲ 무신사와 지그재그의 연 거래액. (그래프=블로터)

여기에 △MZ세대 여성을 위한 패션 쇼핑앱 브랜디 △남성 쇼핑앱 하이버 △엄마들을 위한 육아앱 마미 등을 운영하고 있는 ‘브랜디’와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도 올해엔 거래액 1조원을 각각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에이블리도 거래액이 2020년 3800억원에서 2021년 7000억원으로 84% 증가했습니다. 브랜디는 월 거래액 기준으로 2020년 12월 360억원에서 2021년 12월 72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온라인 침투율 낮았던 패션 소매판매...온라인 전환 가속화
패션 플랫폼들이 너도나도 연 거래액 ‘1조원 시대’를 맞이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 내 온라인 쇼핑 침투율은 2020년 기준 30%를 넘었습니다. 이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장기적으론 소비의 절반이 온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품목별로 봤을 때 패션·의류 소매판매의 온라인 침투율은 2020년 기준 23.8%였습니다. 가전·전자, 가구, 화장품 등보다 온라인 침투율이 낮습니다. 판매 비중도 높진 않았고요. 온라인 쇼핑 내 주요 품목별 비중을 보면 식품 21%, 가전·전자 20%, 패션·의류 18%, 생활용품 12%, 화장품 10%, 가구 4% 순입니다.

▲ (사진=교보증권)
▲ (사진=교보증권)

의류 같은 경우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입어보는 등의 구매과정이 중요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텐데요. 하지만 많은 상품들이 온라인 판매 채널로 옮겨 가고 있는 흐름을 패션 역시 피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했고요.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성향 자체가 온라인 구매로 많이 선회한 건 편리함과 빠른 배송 등을 특징으로 하는 온라인 구매가 전 연령대에서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패션보다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식품까지 쓱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이 새벽배송을 통해 온라인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니까요. 이에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패션 플랫폼들도 급성장할 수 있었고, 여성 카테고리만을 다루고 있는 지그재그에서도 거래액 1조원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분석합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모든 세대별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패션 전문 앱은 높은 순위를 차지했는데요. 10대는 쿠팡(157만명) △에이블리(107만명) △무신사(47만명) △브랜디(40만명) △지그재그(36만명) △11번가(33만명) △스타일쉐어(25만명) 순이었고요. 20대는 △쿠팡(422만명) △지그재그(162만명) △에이블리(158만명) △무신사(153만명) △브랜디(122만명) 순이었습니다.

▲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1020세대만 패션 앱을 사용하는 것 같지만, 더 높은 연령대에서도 패션 앱 이용 증가는 눈에 띕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050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 ‘퀸잇’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월 144만9259명으로 지난해 1월 17만2973명 대비 738% 급증했는데요. 퀸잇에 따르면 지난해 말 월 거래액은 연초 대비 20배 성장했는데요. 월 거래액 100억원 이상도 달성했다고 합니다.

특히 퀸잇의 경우 백화점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있는데요. 이용자 수가 백화점 쇼핑 앱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발표한 지난해 12월 앱 이용자 수는 △롯데백화점 101만명 △신세계백화점 58만명 △현대백화점 26만명 △터치AK몰 17만명 △롯데백화점몰 17만명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외 각 브랜드들도 직접 앱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같은 조사에서 역시 이용자 수가 많은 브랜드 앱을 보면 △유니클로 66만명 △탑텐몰 63만명 △LF몰 62만명 수준이었습니다.

▲ (사진=모바일인덱스)
▲ (사진=모바일인덱스)

버티컬 플랫폼 중심으로 성장...거래액 확대, 어떻게 꾀할까
물론 이처럼 지난 2~3년 간 패션 플랫폼들이 급성장했지만, 완전히 오프라인을 대체한 건 아닌데요. 온라인 침투율이 아직은 낮은 편이니까요. 이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여겨지면서 최근 관련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돼 왔습니다.

지난해엔 카카오와 신세계가 각각 지그재그와 W컨셉을 인수했고요. 지난달 27일엔 에이블리가 67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9000억원으로 평가받았는데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앞서 2019년 무신사가 기업가치 2조3300억원으로 국내 패션 플랫폼 가운데 처음으로 유니콘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죠. 이달 4일엔 퀸잇이 3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지난해 7월 100억원 투자 유치 이후 6개월만으로, 출시 16월만에 누적 투자액만 515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에 패션 플랫폼들도 저마다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투자에 한창인데요. 전략은 △버티컬 강화와 카테고리 확대 △생태계 확장을 위한 상생 △해외 진출 등으로 요약됩니다.

사실 패션 플랫폼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가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었기 때문인데요. 특정 분야를 공략해 타깃 이용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는 전문몰을 말합니다. 패션 부문에서 버티컬 플랫폼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건, 패션 자체가 앞서 말한 것처럼 취향을 타기도 하고 구매하기까지가 까다로운 고관여 상품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큐레이션이 중요하죠. 오프라인 매장이나 광범위한 품목을 다루고 있는 쇼핑 앱에선 내가 원하는 상품을 찾기 힘들지만 버티컬 패션 플랫폼은 스타일부터 연령대, 색상, 가격 등 다양한 조건 설정을 통해 상품을 찾는 수고를 덜어줍니다.

▲ (왼쪽부터) 브랜디, 에이블리, 지그재그 앱 화면. (사진=각 사 앱)
▲ (왼쪽부터) 브랜디, 에이블리, 지그재그 앱 화면. (사진=각 사 앱)

특히 각 플랫폼들이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결이 맞는 상품들을 큐레이션해주다보니 이용자 수가 증가할뿐 아니라 이용 횟수와 잔류 시간도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꼭 구매하지 않아도 앱을 들락날락 하는 거죠. 이에 최근엔 패션 플랫폼 내 상품군 확장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올해 타깃과 카테고리 확장을 위해 키즈와 3545 여성 패션 서비스도 신규 오픈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 외에도 플랫폼들은 명품, 골프, 뷰티, 라이프스타일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며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로서도 기능하면서 이용자들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스타일쉐어 같은 경우 주요 콘텐츠가 브랜드에서 올린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올린 후기입니다. 사실 패션 후기는 믿을만 한 걸 찾기 힘든데, 오히려 스타일쉐어에선 이용자 콘텐츠 후기가 없으면 판매가 잘 안 될 정도라고 합니다.

▲ 패션 플랫폼 내 커뮤니티 기능들. (왼쪽부터) 스타일쉐어, 무신사, 지그재그 앱 화면. (사진=각 사 앱)
▲ 패션 플랫폼 내 커뮤니티 기능들. (왼쪽부터) 스타일쉐어, 무신사, 지그재그 앱 화면. (사진=각 사 앱)

장기적인 거래액 확대를 위한 생태계 확장도 활발한데요. 무신사에서 운영하는 패션 앱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기획 및 제작, 생산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 다수 입점해 있죠. 무신사는 이들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화보도 찍어주고, 기획전을 만들어 주고 각 플랫폼 별 프로모션을 다르게 진행하는 식으로 마케팅 지원을 합니다. 판매 데이터도 공유해 잘 팔리는 제품을 기획할 수 있게 하죠.

무신사는 스튜디오도 동대문, 한남 등 2곳에 열었습니다. 일종의 공유오피스인데요. 주류 대기업 패션이나 기존에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과 디자인 등이 좋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좋은 브랜드를 발굴해야 플랫폼 입장에서도 거래액이 커지니까요.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등과 같이 인지도가 없을 때 입점해 무신사에게 높은 매출을 가져다 준 효자 브랜드들을 키우려는 겁니다.

1인 셀러 중심의 동대문 패션을 취급하고 있는 플랫폼들은 풀필먼트 지원과 빠른배송으로 장기적 성장을 노리고 있는데요. 풀필먼트는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상품을 사입, 포장한 뒤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죠. 대표적으로 브랜디의 ‘헬피’, 에이블리의 ‘에이블리 파트너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지그재그 같은 경우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와 연계해 ‘직진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이처럼 빠른배송까지 가능하게 해 의류를 다음날 바로 배송받는 경험 또한 익숙해진다면, 패션 플랫폼의 거래액 성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 회사 모두 일본을 공략하고 있단 공통점도 있는데요. 일본 젊은층에서 한국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지그재그는 2020년 일본에서 ‘나우나우’를 출시한 바 있고요. 브랜디와 에이블리 모두 일본 시장에서 현재 베타 테스트 중입니다. 특히 브랜디는 풀필먼트 시스템인 헬피도 일본으로 가져갔습니다. 현지 인플루언서들의 쉬운 창업을 돕는 거죠. 더불어 이러한 동대문 패션 중심 플랫폼들도 최근엔 브랜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요. 거래액을 키우기 위해 수익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으로 추측됩니다.

▲ (사진=브랜디 재팬)
▲ (사진=브랜디 재팬)

업계에선 오프라인 패션 시장의 온라인 전환은 특히 버티컬 플랫폼을 통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버티컬 플랫폼이 1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로 현재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 유통채널인데다, 트래픽 흡수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다 향후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에도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버티컬 앱 하나만으론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는데요. 브랜디는 그래서 ‘앱스(Apps) 전략’을 통해 타깃 특화형 버티컬 앱을 트렌드에 맞게 계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브랜디가 앞서 내놓은 버티컬 앱의 성공 방정식을 토대로 또 다른 앱을 빠르게 구축하는 거죠.

앞으로 남성, 3050, 키즈 등 다양한 세부 타깃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패션 플랫폼들의 등장이 기대되는 동시에 플랫폼들이 서비스 확장이나 인수합병 전략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울 기회를 모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케팅 부문에선 단독 입점, 차별화한 큐레이션 등을 통해 브랜드와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외형 확장도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중개를 넘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자체브랜드(PB) 개발에 나선 무신사와 지그재그와 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도 있고요. 패션은 후기 또한 중요한만큼 활발한 소통과 인플루언서들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도 있겠네요. 과연 시장 플레이어들이 온라인 패션 시장을 어떻게 나눠 가져갈지, 온라인 패션 시장이 패션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할지, 패션 소매판매의 온라인 침투율은 계속해서 높아질지 궁금해집니다. 

생각해 볼 문제

  • 오프라인 상품들이 판매처를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가면서 오프라인에서 오히려 상품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패션 부문도 그런 흐름을 계속해서 따라갈까요?
  • 패션 플랫폼은 버티컬 중심으로 계속해서 성장할까요? 아니면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뒤집을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을까요?
  •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건 패션 플랫폼에 많이 적용돼 있는데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해 옷을 입어보고 선택하는 경험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도입도 오프라인 쇼핑의 온라인 대체를 가속화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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