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세기의 빅딜이라 불렸던 엔비디아(Nvidia)의 Arm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 반도체 세기의 빅딜이라 불렸던 엔비디아(Nvidia)의 Arm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가액만 400억 달러(47조9000억원)에 달해 반도체 세기의 빅딜이라 불렸던 엔비디아(Nvidia)의 Arm 인수가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M&A의 핵심이었던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Arm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결국 당초 계획대로 Arm을 기업공개(IPO)해 투자 수익 창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와 <로이터> 등 외신은 8일(현지시각)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던 시도가 무산됐고 Arm은 IPO에 나설 것이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인수 반대 소송 제기였다. FTC는 지난해 12월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스마트폰과 공장 설비, 자동차 생산업체 등 전 세계 기술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반도체 칩 디자인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소 제기 배경을 밝혔다.

엔비디아의 Arm 합병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유럽연합, 중국 등 경쟁 당국의 승인 또한 받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해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 1단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경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엔비디아와 Arm은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합병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사진=엔비디아)
▲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는 2020년 9월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었다. 인수 규모는 400억 달러로 반도체 기업 M&A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엔비디아는 게임용 그래픽카드(GPU) 개발에 강점이 있는 업체인데,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의 보편화와 함께 GPU 활용이 늘며 기업가치가 한층 올라갔다. 이에 모바일용 로직반도체 설계에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Arm을 흡수해 자사의 인공지능, 모빌리티 관련 역량을 확대하려 했었다.

특히 GPU 성능이 CPU와 인터커넥트 백본, 메모리와의 최적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Arm 흡수는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모바일 GPU IP 시장 진출은 물론 x86 기반 CPU 시장 진출 가능성까지도 거론됐다. 그만큼 두 회사의 합병은 로직 반도체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딜이었다.

하지만 각국 경쟁당국이 M&A에 따른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시장 독과점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엔비디아가 Arm을 확보할 경우 이해관계 측면에서 껄끄러워할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인텔이나 퀄컴의 경우 엔비디아가 직접적 경쟁사가 될 수 있었으며 AMD,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칩 기업들 또한 협력사이자 동시에 경쟁사가 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Arm 설계에 대한 의존도가 있는 기업들 또한 엔비디아의 합병을 두려워했고, 이들 기업이 실제로 거래 무산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정보를 경쟁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이먼 시거스 Arm CEO.(사진=소프트뱅크)
▲ 사이먼 시거스 Arm CEO.(사진=소프트뱅크)

계약이 무산됨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로부터 약정된 12억5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의 위약금을 받게 되며 이 돈은 계약금의 일부로 이미 소프트뱅크 측에 지급이 끝난 상태다.

또한 인수 무산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Arm의 최고경영자(현 사이먼 시거스)도 교체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IPO 또한 추진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Arm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올해 연말 전까지 시도할 것이라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 시도가 무산되며 Arm의 칩 설계능력과 고객사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다만 지난해 초부터 엔비디아가 Arm 인수 무산을 염두에 뒀다는 보도가 나온 것처럼, 결국 자체 역량을 강화해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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