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 (사진=블로터)
▲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 (사진=블로터)

“학생들 가운데 컴퓨터 관련 전공자 비율이 15%예요. 나머지 85%는 컴퓨터 관련 전공이 아닌 이과 영역이나 문과 출신이죠. 상업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 가운데서도 저희 쪽에 와 공부하고 개발자로 취업한 경우가 있어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를 만났다. 코드스테이츠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코딩 부트캠프’ 운영을 시작한 곳이다. 코딩 부트캠프는 IT 기업과 엽계해 현업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일종의 훈련소다. 특히 코드스테이츠는 ‘소득공유 후불제(income share agreement) 모델’ 인 ‘위-윈(We-Win)’ 프로그램을 2016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소득공유 후불제 모델은 돈을 받지 않고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 후 소득이 발생하면 갚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코드스테이츠를 통해 교육을 받은 이들은 여러 IT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취업률은 95%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비전공자들이 많은데 정말 ‘개발’ 아무 것도 몰라도 되나.
A. 19살 고등학생부터 대기업 다니다 은퇴한 50대까지. 관련 공부를 안 했던 사람들도 본인이 노력과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모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잖냐. 코딩도 각자 관심사와 니즈에 따라 깊이나 분야도 다양하게 도전해볼 수 있다.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그런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UX(사용자경험)를 개발하는 개발자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 넓게 보면 꼭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개발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PM(프로덕트매니저), 마케터, 데이터분석가 등 여러 다른 직무에도 적용한다면 그 폭은 더 넓어질 수 있다. 다 각각에 맞는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Q. 듣고보니 개발자가 많아지면 앞으로 다른 직종도 개발자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A. 요즘은 개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않는 산업이 없다보니 당연히 이해도를 갖추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저희도 올해 기업들과 디지털전환에 따른 리터러시(지식·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를 높일 수 있거나, 교육과 채용이 연계되는 B2B(기업 간 거래) 교육 사업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보고 있다.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도 동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 (사진=코드스테이츠 홈페이지)
▲ (사진=코드스테이츠 홈페이지)

Q. 문과 출신인데, 어떻게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A. 원래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 문화관광 콘텐츠학과 인문계 쪽 학생이었다. 자퇴했다. 학교가 아닌 외부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스타트업, 테크 쪽에 관심이 생겼다. 2012년쯤 트위터를 하다 우연히 한 투자회사 대표님의 글을 봤다. 개발자, 마케팅 다 인재가 너무 부족하다는 글이었다. 메시지로 저 좀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한 회사 면접을 보고 인턴 생활로 마케팅 일을 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앱 서비스를 하는 회사였는데 그런 걸 하려면 코딩을 해야 된다더라. 혼자 공부해보다 최종적으로 미국에 가는 걸 결심했다. 거기서 코딩 부트캠프에 참여했다. 소득공유 후불제 모델이었다. 거기에 영감을 받고 코드스테이츠를 2015년 말 창업했다.

Q. 소득공유 후불제 모델,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A. 1년에 2000~3000명 다 교육을 한다고 해도 정부가 자금과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더 도와주려고 한다. 거기에 수요를 맞추고 있다. 또 학생들의 교육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300개 이상의 회사들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지원이 없으면 교육 자체에 접근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이 끝났는데 성취도가 안 나오는 학생들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자체적으로 계속 공부할 수 있게 한다. 2700명 정도 가입돼 있는 디스코드 채널을 운영하는데, 취업에 도움되는 프로그램을 계속 형성하고 개발자 선배들을 초대해 네트워킹 기회를 만들고 있다.

Q. 기업 입장에서 왜 코드스테이츠 출신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건가.
A. 처음부터 회사랑 같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생을 선발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서다. 예를 들어 네이버 전담반을 만들어 거기에 특화해 잘 채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네이버와 만든다. 블록체인 코스는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랑 처음부터 실무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의 니즈에 따라 협업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와 국내에서 많은 기업들이 찾아주는 개발자 양성 캠프가 됐던 것 같다.

Q. ‘나도 개발자 해볼까?’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그런 관심이 생긴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2~3년 전쯤 노량진 공무원 학원 대표님이 갑자기 저한테 메시지를 주셨다. 공무원 학원 친구들한테 새로운 교육에 대한 기회 좀 소개하고 싶다고. 협업해서 한 번 코딩 교육 프로그램 론칭해보자 했는데, 전단지를 아무리 뿌려도 사람들이 안 모였다. 그런데 지금은 커리어 부문에서 개발자가 고민해볼 수 있는 선택지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관심도가 몇 년 사이 높아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회가 열리고 있는 분야라 여기서 앞으로 커리어적 베네핏(혜택)을 크게 가져가는 경우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뭘까.
A. 코딩 언어 측면에서 최소한의 스킬을 갖추고 난 이후엔 만드는 과정을 경험해보는 게 좋다. 저희도 소프트웨어 개발 부트캠프에 다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한다. 예를 들어 데이팅앱을 만들고 싶다 하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핵심 기능들을 짧은 기간 팀을 짜서 같이 개발해보면 좋다. 그 제품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내가 여러 역할들을 하나하나 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중엔 거기에 맞게 필요한 것들을 자발적으로 더 배우게 된다. 작은 거라도 같이 만들어보는 경험이 흥미도 생기고 도움이 된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교육은 교육비를 내야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코드스테이츠가 소득공유 후불제 모델 등을 통해 바꿀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아가 이젠 새로운 디지털 인재양성 플랫폼 ‘스테이츠 다오(DAO, 탈중앙화된자율조직)’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내가 학습에 참여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어떤 일들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수익 창출과 바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스테이츠 다오는 현재 코드스테이츠가 글로벌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는 조직이다. 웹3.0(개인화를 특징으로 하는 맞춤형 웹의 시대), 크립토(블록체인 기술 기반 암호화폐·대체불가능토큰인 NFT 등을 통칭하는 말) 세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배움과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펠로우십(조합)을 만들고 인센티브 이코노미 체계를 설계하기 위한 실험이다. 예컨대 현장 실무자인 멘토가 있고 교육을 받는 펠로우가 있는데, 펠로우의 시간을 토큰화해 멘토가 이에 투자하고 활용하거나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스테이츠다오 멘토와 파트너사들. (사진=스테이츠다오 홈페이지)
▲ 스테이츠다오 멘토와 파트너사들. (사진=스테이츠다오 홈페이지)

그 외 현재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계속 접근할 수 있는 협업이라든가 기존 소득공유 후불제 모델을 다양한 교육 회사나 기관, 단체들에 적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솔루션 형태의 사업도 계속 확대해 나가려 한다.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는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의 성장을 돕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돕겠다는 비전이 좀 더 다양한 주체들에게 전달될 수 있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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