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T 크루 모집 광고. (사진=카카오T 크루 모집 홈페이지)
▲ 카카오T 크루 모집 광고. (사진=카카오T 크루 모집 홈페이지)

“카카오T 크루 정규직 기사 모집 광고 보고 지원해서 시험 보고 합격했는데, 완전 허위광고다. 전액관리제라고 했는데 여전히 사납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평점 5.0을 유지하려면 근무시간 10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엄청난 스트레스다.”

22일 카카오T 크루로 일하고 있는 택시 기사 A씨는 <블로터>에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T 크루’는 ‘카카오T 블루’를 운영하는 법인택시회사의 정규직 기사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KM솔루션’과 가맹계약을 맺고 있다. 카카오T 블루는 자동배차 시스템을 제공하는 카카오T만의 택시 서비스다.

카카오T는 크루가 되면 사납금제가 아닌 전액관리제에 따른 월급제로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납금제에서 기사는 하루에 10~20만원 정도의 금액을 법인운수회사에 내야 한다. 차량 대여료 명분이다. 하지만 전액관리제는 기사가 벌어들인 금액을 전액 회사에 내고 노사 간 입금협정에 따라 월급을 받는 방식이다. 이에 기본급 미달 시 임금 삭감이 없고, 법인운수회사가 수납하는 시스템도 간편해져 기본급 외 성과급 측정을 통한 수당 지급이 수월해졌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다.

또 카카오는 10시간 근무엔 식사 및 휴게시간이 포함되며, 차량 또한 3년 이내 출고된 신차로 쾌적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며 크루를 모집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의한 자동배차로 공차율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실은 다르다. 일단 자동배차는 기사들에겐 ‘강제배차’다. 근처 2~7km에 있는 손님이 자동 배정되는 시스템인데, 목적지도 알 수 없다. 콜 거절 버튼도 없다. 이와 함께 카카오T 크루에게 ‘콜 몰아주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까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카카오T 크루 입장에선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스트레스다.

손님을 태운 상태에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음 손님 콜이 미리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때 타고 있던 손님이 목적지를 바꾸는 경우도 생긴다. 또 다음 콜을 한 손님이 콜 취소를 하지 않고 기사가 오길 오랜 시간 기다리기도 한다. 이에 기사 입장에선 태운 손님을 적당한 곳에 내려주거나, 다음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전화를 받지 않아 영문도 모른채 기다렸던 다음 손님 중엔 택시가 늦게 왔다며 타자마자 욕설을 내뱉는 경우도 있다. 이는 결국 낮은 평점으로 돌아온다.

▲ (맨 왼쪽) A씨가 유지하고 있는 카카오T 평점. (사진=카카오T 크루 A씨 제공)
▲ (맨 왼쪽) A씨가 유지하고 있는 카카오T 평점. (사진=카카오T 크루 A씨 제공)

거절할 수 없는 콜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지만, 콜을 잘 받지 않으면 배차 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휴게시간이 없을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 가지 못하니 방광염에 걸리거나, 성인용 기저귀를 입고 일하는 기사도 있다. 휴게시간이 없는 건 ‘사납금제’때문이기도 하다. 전액관리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사납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사납금이 기본급이고, 사납금 이상을 번 돈이 성과급이다. 그런데 사납금과 성과급 배분 비율이 운수회사마다 다르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카카오T 크루 운수회사일 경우 사납금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전해진다. 사실 정확한 기준은 대부분의 운수회사들이 공개하지 않는다.

A씨는 “전액관리제 때문에 온 건데 실질적으론 사납금제로 운영되고 있었고, 사납금을 못 맞추면 임금이 삭감돼 압박을 받는다”며 “카카오에선 시스템만 제공하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운수회사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T 크루를 하면 콜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사납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리고 전액관리제라고 하지만 사실상 일반 법인회사 안에 속해 가맹사업만 하는 건데, 그걸 알고 들어간 분들은 사실 몇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높은 노동강도 속에서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공고와 달리 긴 노동시간을 견딜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건 높은 평점을 유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 쾌적한 차내 환경을 만들어야 해서다. 그런데 이 또한 운수회사마다 사정이 다르다. 세차를 하기 위한 물이 안 나오는 곳도 있다. 차량 매트 청소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한다. 이에 기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세차장에 가 자비를 내고 세차를 하거나, 돈을 아끼기 위해 충전소 등 거래처에 가서 세차를 하고 오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을 해서 평점을 높게 유지한다고 해도 인센티브가 명확하지 않다. 결국엔 사납금 이상을 벌어야 성과급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일만 하는 기사들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관리해야 할 것은 많고 사납금은 채워야 하고 과로가 누적되는 악순환이다.

평점 5.0을 유지하고 있는 A씨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다. 그는 “높은 평점을 유지했다고 상장도 받고 소정의 인센티브도 가맹 본부로부터 받았는데 딱 한 번, 그게 끝이었다”면서 “신경쓸 건 너무 많고 다 평점과 연결되고 완벽하게 해낸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 압박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크루가 되면 이러한 장점이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카카오T 취업 안내 네이버 블로그 및 카카오T 크루 모집 홈페이지)
▲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크루가 되면 이러한 장점이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카카오T 취업 안내 네이버 블로그 및 카카오T 크루 모집 홈페이지)

이 외 주취자나 악성고객을 만나 평점이 하락하거나 협박을 받아도 참아야 한다. 간혹 카카오T 앱에 공개된 기사의 실명, 얼굴, 휴대전화번호까지 캡처해 협박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일단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카카오에서 기사님 교육·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운수회사에 전달한다.

A씨는 “‘이 손님 다시 만나지 않기’ 기능이 있지만, 카카오에서 심화교육을 할 때 ‘그렇게 되면 기사님들 콜도 줄겠죠?’라고 얘기해서 쉽게 하지 못한다”면서 “카카오에 대한 고충인데 콜센터에서도 ‘더 이상 해드릴 게 없다’면서 매뉴얼만 읊는 답답한 상황이고 운수회사에 말하면 카카오에서 제재들어온다고 하며 서로 미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현장관리는 전혀 안 하면서 광고만 그렇게 하고 모집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택시 기사 B씨는 “사실 요즘 택시대란은 택시가 없어서가 아니라 법인택시 기사들이 현장을 떠나기 때문이다”면서 “쉬지도 못하게 일을 시켜버려서인데 카카오도 마찬가지다”고 귀띔했다. 이어 “개인택시 가운데서도 카카오와 가맹택시 계약을 했다가 해지하는 이들이 많아 지고 있다”면서 “정해져 있는 콜이 가맹택시들로 집중되는 데다, 개인택시는 또 평균 연령이 높아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택시업계 불만과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자동배차는 계속 손님을 찾으며 영업해야 하는 일반택시와 달리 승차거부없이 근무할 수 있어 초심자의 업무적응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기존 종사자들도 영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근무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휴식 및 식사 등으로 운행이 어려운 상황일 경우 본인 선택에 따라 ‘콜멈춤’ 기능을 통해 콜을 수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카카오T 블루 가맹서비스 운영을 위해 가맹본부인 KM솔루션과 가맹 계약을 맺는 주체는 법인택시 소속 기사들이 아니라 ‘법인택시 사업자’라는 입장이다. 또 해당 법인택시 사업자가 기사들을 채용해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KM솔루션은 가맹본부로서 각 가맹점에 전액관리제를 포함한 법규 준수 의무를 고지하고 있지만 직접 확인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권한이 없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법인운수사가 불법적인 형태의 사납금제를 시행하고 있고 이는 국내 택시업계 자정 노력과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KM솔루션인 가맹본부의 역할은 관제시스템, 재무·회계 관련 인프라, 기사 교육 프로그램 구축과 운영 등 영업활동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술을 운수사에게 제공하는 것이고 △계약을 맺은 법인운수회사의 역할은 제공받은 시스템을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운행하고 기사를 채용해 월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운수회사에 소속된 기사들은 교육 프로그램 이수 후 근무시간 준수 및 서비스 품질 가이드에 따라 운행하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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