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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소프트는 지난 2021년 연결기준 매출 894억원, 영업이익 1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6.9%, 111% 증가했습니다.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입니다.

▲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이스트소프트 사옥. (사진=이스트소프트)
▲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이스트소프트 사옥. (사진=이스트소프트)

국민 파일 압축 프로그램 '알집'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 이스트소프트입니다. 알집뿐만 아니라 알PDF·알씨·알캡처 등 다양한 유틸리티 SW로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잘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이스트소프트의 사업 내용과 실적을 들여다보면 더 이상 유틸리티 SW에 의존하는 기업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 중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 소개 문구도 'AI 서비스 전문 기업'입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으로도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5년간의 실적 추이를 보면 매출은 증가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2017년 585억원에서 2021년 894억원으로 300억원 이상 늘었습니다. 문제는 영업손익이었습니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이익이 나더라도 그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1년에는 2020년(59억원)의 두 배를 넘어선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률도 7.1%에서 13.9%로 껑충 뛰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냅니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됩니다. 

2021년 실적에서 기존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W를 제외한 신사업에서는 게임과 테크핀(기술과 금융의 합성어) 사업이 활약했습니다. 게임은 자회사 이스트게임즈의 대표 게임 '카발 모바일'이 동남아 지역에서 선전했습니다.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인 줌인터넷의 종속회사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은 자산 운용을 대행해주고 대가를 받는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검색포털 줌닷컴을 운영 중인 줌인터넷은 테크핀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국내 포털 시장은 네이버가 장악한 가운데 구글도 국내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죠. 줌닷컴을 운영 중인 줌인터넷 입장에서 신성장동력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회사는 테크핀을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2020년 11월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의 지분 90.8%를 취득했습니다. 2019년 12월에는 KB증권과 함께 합작법인 '프로젝트바닐라'를 설립했죠. 프로젝트바닐라는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MTS)을 선보였습니다. MTS는 이미 기존의 증권사들이 선보인 아이템이죠. 프로젝트바닐라는 줌인터넷이 보유한 데이터와 AI에 KB증권의 노하우를 접목해 누구나 쉽게 주식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한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습니다.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제작 사업도 회사가 밀고 있는 신사업입니다. 최근 메타버스가 새로운 가상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가상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버추얼 휴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스트소프트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버추얼 휴먼을 제작해주거나 제작 후 IP(지적재산권)까지 확보해 직접 사업을 펼치는 등의 방법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사의 AI 연구소 'AI 플러스 랩'이 보유한 AI 음성합성(TTS)과 영상합성(STF) 기술을 기반으로 버추얼 휴먼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교육기업 휴넷과 개발한 AI 강사를 공개했습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AI 강사가 자연스럽게 말하고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이달초에는 MBC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 제작사 평키스튜디오의 매니지먼트 총괄 운영사인 엠이오와 아이돌의 버추얼 휴먼을 제작하고 IP까지 확보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회사는 버추얼 휴먼의 IP를 통해 △공연 △광고 모델 △인터랙티브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전시 및 음원 등의 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버추얼 휴먼에 대한 IP를 확보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만큼 매출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진 셈이죠.

▲ 이스트소프트와 교육기업 휴넷이 제작한 AI 강사. (사진=이스트소프트)
▲ 이스트소프트와 교육기업 휴넷이 제작한 AI 강사. (사진=이스트소프트)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려면 회사의 재무상태가 뒷받침돼야겠죠. 이스트소프트의 주요 재무상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아직 2021년 사업보고서는 나오지 않아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보죠.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57억원입니다. 금융기관예치금과 매출채권 등을 더한 총 유동자산은 997억원입니다. 유동자산은 기업이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의미합니다. 보통 1년 이내에 갚아야할 빚을 의미하는 유동부채는 444억원입니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눠 100을 곱한 유동비율을 계산해보면 약 225%입니다. 현재 보유한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를 갚는데 모두 쓴다고 해도 절반 정도가 남다보니 당장 위기가 닥친다고 해도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상시 기준으로 본다면 그만큼 투자 여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모든 자산과 모든 부채를 기준으로 따지는 부채비율도 개선됐습니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기업의 재무구조에서 타인자본의존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경영지표입니다. 한국기업평가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스트소프트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73.7%입니다. 최근 수년간 1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졌습니다.

회사의 지배구조도 안정적입니다. 창업자인 김장중 사내이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지분율은 21.73%입니다. 그는 최대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습니다. 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는 정상원 대표는 회사를 AI 전문 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2021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이스트소프트가 토종 SW 기업에서 AI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에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생각해 볼 문제

•버추얼 휴먼 시장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얼마나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내세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2022년 연간 실적에서 버추얼 휴먼은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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