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판매한 제품은 가품이 아니다. 크림에서 올린 게시물 때문에 무신사가 마치 가품을 파는 플랫폼으로 취급받고 있다" - 무신사
"크림은 리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부 판단 기준에 따라 가품에 대해 주의를 당부한 것이지 특정 플랫폼을 겨냥한 게 아니다" - 크림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리셀 서비스 업체 '크림'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수입 럭셔리 브랜드 티셔츠의 진품 여부를 두고 각기 다른 판단을 내렸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양사의 대립은 지난달 18일 본격화됐다. 당시 크림은 플랫폼 내 거래 체결 후 자사 검수센터에 입고된 실물 상품 사진을 공개하며 "에센셜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의 가품이 다수 확인되고 있어 판매 등록에 주의해 달라"는 공지사항을 올렸다.
현재 무신사 부티크 제품은 '부티크 인증서'와 '보안 실'이 부착돼 있는데, 크림 측 게시글에 '파란색 택' 동봉 제품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게시글만 보면 무신사 부티크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가품이 섞여있다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크림은 "내부에서 결정한 가품 주의 공지사항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므로, 무신사의 삭제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무신사는 지난 18일 리셀 플랫폼 크림을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자회사 '크림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해당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22일에는 "에센셜 제품은 브랜드 공식 유통처에서 확보한 100% 정품"이라는 공식 입장문도 발표했다.
이날 크림 측도 "에센셜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 제품의 가품이 지속 접수되고 있다"며 "가품이 의심되는 구매자에게 크림 내 거래여부와 관계없이 무상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무신사의 대응을 맞받아쳤다.
현재 양사는 각기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크림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이용자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크림에 등록된 제품이 가품일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을 올린 판매자는 가품인지 모르고 올렸다 해도 내부 정책에 따라 벌금이나 활동정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구매자는 정품이 아닌 가품을 수령하게 돼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된다.
크림 관계자는 <블로터>에 "크림이 리셋 플랫폼인 만큼 에센셜 제품 외 다른 제품도 가품을 유의하라고 공지를 올려왔다"며 "(이번 게시물은)특정 업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한 주의사항인 만큼 해당 게시물을 삭제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무신사의 정품 주장에 대해서 크림 측은 "무신사의 정품 주장은 말 그대로 주장일 뿐, 법적 대응 과정 속에서 진품 여부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크림은 사용자에게 신뢰받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무신사는 크림이 공개한 진품 판단 기준을 지적하고 있다. 앞서 크림은 △브랜드 택 퀄리티 △넥 메일 라벨 폰트 △넥 메인 라벨 봉제 방식 △사이즈 라벨 폰트 △사이즈 라벨 봉제 방식 △밑단 내부 봉제 방식 △후면 아플리케 퀄리티 및 크기 △후면 아플리케 및 원단 UV 반응 △립(Rip) 퀄리티 △전면 3D 아플리케 표면 등을 관련 기준으로 내세운 바 있다.
관련 기준에 대해 무신사는 "생산 및 유통 과정에 따라 제품별 개체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시즌별 주문 형태, 생산 공장, 브랜드 유통 채널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같은 럭셔리 브랜드 제품이라도 중국, 베트남 등 생산 환경과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개체의 차이는 정품과 가품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특히 무신사는 에센셜 공식 유통판매처인 '팍선'과 '센스'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넥 메인 라벨 사진을 올리며 "크림이 지적한 정·가품 포인트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무신사 관계자는 <블로터>에 "무신사 부티크 제품, 특히 에센셜의 경우 정식 유통처에서 수급하는 제품이라 가품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크림은 제품 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일 뿐이며 정품 판단 기준은 브랜드에게 달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