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술 경쟁은 국가 방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나라 간 ‘패권 다툼’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우주산업은 미국과 소련이 냉전기 때 체제 경쟁의 상징으로 삼으며 발전해왔죠. 현재 우주 기술 개발은 과거와 달리 민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장성이 열린 우주산업의 국내외 소식을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 누리호가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해 10월 21일 우주로 힘차게 날아올랐지만 결국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누리호 1차 발사. ‘미완’으로 기록된 비행을 딛고 올해 6월 다시 우주로 향한다. 개선사항을 반영하는 절차로 인해 당초 계획보단 한 달이 늦어졌지만 그만큼 실패 확률도 낮아졌다. 연구진은 “압박감은 있지만 진행해왔던 절차를 잘 수행해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5일 제40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 조치 방안과 향후 추진 일정을 심의·확정했다. 2차 발사예정일은 오는 6월15일이다. 발사예비일은 6월16일~23일로 정했다. 최종 발사일은 향후 발사관리위원회에서 기상상황 등을 고려해 확정된다.

누리호의 1차 발사의 목표는 1.5t 위성모사체의 700km 태양동기궤도 안착이었다. 700km 상공에 도달하기까지 각 단·페어링 분리 등 당초 ‘난제’로 꼽힌 주요 비행 과정들을 문제없이 수행했다. 그러나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오르려면 중력을 이겨내는 속도가 필요한데, 누리호는 마지막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켜 위성모사체가 목표 속도(7.5km/s)에 도달하지 못했다.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모사체가 궤도 안착하지 못하고 추락한 이유다.

▲ 누리호 3단 산화제탱크 내 고압헬륨탱크 및 배관 배치도.(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누리호 3단 산화제탱크 내 고압헬륨탱크 및 배관 배치도.(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정통부는 1차 발사 직후 발사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지난해 12월 누리호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산화제탱크의 설계 오류를 지목했다. 산화제탱크의 헬륨탱크 고정지지부가 풀려 3단 산화제탱크의 압력이 저하된 데 따라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해당 부품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두원중공업이 함께 개발했다.

최석환 누리호 발사조사위원장(항우연 부원장)은 당시 발표에서 “(헬륨 탱크의 고정 장치에 가해지는) 중력에 의한 부력을 1G(1G=지구 표면에서의 중력)로만 고려했다”며 “그러나 실제로 비행 중에 최대 4.3G에 해당되는 가속도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부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실수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항우연 연구진들은 이후 누리호를 기술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세부적인 조치 방안을 마련해 왔다. 산·학·연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평가단을 통해 최근 관련 조치 방안에 대한 검토를 완료했다.

연구진은 3단 산화제탱크의 헬륨탱크 하부지지부와 맨홀덮개의 구조를 변경·보강하면 1차 발사에서 발생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실에서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 조치 방안과 향후 추진 일정’ 관련 사전 발표를 통해 “헬륨탱크를 고정하는 부위에 대한 설계 변경을 통해서 3단 비행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바꿨다”며 “변경된 설계대로 제작된 부품을 시험해 (부력을) 감당할 수 있음을 이미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24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실에서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 조치 방안과 향후 추진 일정’ 관련 사전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
▲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24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실에서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 조치 방안과 향후 추진 일정’ 관련 사전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

산화제탱크 상단에 달린 맨홀덮개의 두께도 보강됐다. 고 본부장은 “맨홀덮개 설계 변경에 따라 무게는 9kg 정도 증가되지만 이는 누리호 탑재 성능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며 “헬륨탱크 이탈이 1차 발사에서 나타난 주된 원인이지만, 이탈한 헬륨탱크가 산화제탱크 내부에서 이동하며 상부에 부딪혔고 이를 통해 맨홀덮개가 다소 취약하게 설계된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누리호의 최상단인 3단은 위성이 탑재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장착된 무게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부품 1kg을 감소하면 위성 1kg을 더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발사에선 무게를 최대한 줄이면서 비행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발사조사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무게를 일정부분 늘리더라도 내구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설계 변경된 부품의 검증 결과 4.3G을 넘어서도 부력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본부장은 “계산된 하중의 1.5배까지 견딜 수 있도록 검증했다”고 말했다. 6.45G에서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단 설명이다.

누리호 2차 발사에 사용될 비행 모델의 3단부는 지난해에 이미 조립이 완료된 상태다. 항우연은 이번에 변경될 부분에 대한 제작이 완료되면 3단부를 해체한 후 재조립하고 기밀시험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술적 개선 조치를 반영하는 절차로 인해 누리호 2차 발사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한 달 가량 지연됐다. 비행모델의 1·2·3단을 단간 조립하고 성능검증위성을 누리호에 탑재하기 위한 추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3차 발사 일정도 내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3차 발사는 일정상 1개월 연기해 내년 1~2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본부장도 “2차 발사 기체의 조립이 완료돼야 3차 발사 기체의 조립을 진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실에서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 조치 방안과 향후 추진 일정’ 관련 사전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
▲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실에서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 조치 방안과 향후 추진 일정’ 관련 사전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

위성모사체가 실렸던 1차와 달리 2·3차 발사엔 작동하는 위성이 실린다. 2차 발사에선 국내 대학에서 제작한 4개의 큐브샛 등으로 구성된 성능검증위성이 탑재된다. 3차 발사엔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실릴 예정이다. 성공한다면 세계 7번째로 독자 기술로 위성을 쏘아 올린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항우연은 오는 6월12일까지는 2차 발사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1차 발사에서 나타난 문제를 개선한 누리호가 우주로 향하기 위해선 ‘날씨’라는 변수를 넘어야한다. 특히 ‘장마의 시작’이 걸림돌로 꼽힌다. 권 정책관은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 지역에 지난 10년간 장마가 시작하는 시기를 봤다”며 “가장 빠르게 장마가 시작한 날이 6월18일이었는데, 장마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예정일을 15일로 잡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당 일정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딱 적당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누리호 1차 발사에서 비정상 비행의 원인을 일으킨 부품으로 지목된 3단 산화제탱크.(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누리호 1차 발사에서 비정상 비행의 원인을 일으킨 부품으로 지목된 3단 산화제탱크.(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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