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 북2 프로 360, 갤럭시S22 울트라, 갤럭시 워치4 등 '갤럭시 생태계'를 이루는 주요 제품들 (사진=삼성전자)
▲ 갤럭시 북2 프로 360, 갤럭시S22 울트라, 갤럭시 워치4 등 '갤럭시 생태계'를 이루는 주요 제품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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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는 2021년 점유율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태블릿 2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노트북 시장에서는 기타(Others) 사업자로 분류됩니다.
  • 삼성전자는 반등이 시작된 PC 시장에서 갤럭시 생태계 중심의 연결성 강화를 화두로 던지며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사용 경험 일원화를 노리는 모습입니다.

삼성전자는 사명의 '전자'처럼 가전, 휴대폰, 반도체 등 '전자제품'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반열에 오른 제조회사입니다.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전자제품 중 삼성 로고를 볼 수 없는 제품은 흔치 않죠. 하지만 PC만은 이런 삼성전자에도 '아픈 손가락'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PC 출하량은 총 3억4100만대입니다. PC 시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에 밀려 침체기에 빠졌단 소식도 있었는데요. 2019년 이후 연간 성장률은 13%, 지난해 기준으론 14.6%로 다시금 성장세를 되찾았죠. 재도약이 시작된 PC 시장의 성장은 현재 노트북과 워크스테이션(전문가용 PC)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체 출하량 3억4100만대 중 2억7500만대를 두 제품군이 차지하니, 사실상 데스크톱의 시대는 저물고 PC도 이제 이동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시대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습니다.

▲ 2021년 전세계 PC 출하량 및 주요 기업 점유율 (자료=카날리스)
▲ 2021년 전세계 PC 출하량 및 주요 기업 점유율 (자료=카날리스)

그런데 삼성전자는 유독 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은 10년째 전세계 1위, 태블릿은 2위입니다. TV는 무려 16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고요. PC는? 순위권 밖입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PC 시장 점유율 1위부터 5위는 레노보, HP, 델, 애플, 에이서가 차지했습니다. 말석 에이서의 점유율이 7.1%이니 기타 그룹에 속한 삼성전자는 그보다 훨씬 밑이란 얘기가 되죠. 흥미롭게도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외산을 누르고 노트북 시장 1위를 유지 중이지만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탓에 글로벌에선 명함을 내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 입니다. 2021년 4월 노트북을 위한 첫 '갤럭시 언팩(삼성전자 신제품 발표회)'을 열더니 올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연례행사 'MWC 2022'에서 별도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를 추가로 선보인 겁니다. 글로벌 노트북 시장에서 더는 '물먹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죠.

시장을 둘러싼 상황과 변화한 트렌드도 노트북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원격근무, 비대면 소통이 전세계적으로 일반화됐습니다. 이에 업무 환경을 중심으로 PC 특유의 생산성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덩달아 휴대성 뛰어난 노트북 제품의 수요도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키는 '연결성'의 대두입니다. 201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PC와 스마트폰은 별개의 길을 갔습니다. 운영체제부터 달랐고 사용 목적도 달랐으니까요. 그러나 각 제품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수준이 평준화될수록 사용자들은 비슷한 제품 간 성능 격차를 느끼기 어렵게 됐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을 함께 쓰는 이들은 좀 더 편안한 기기 간 연결을 요구하면서 이종 모바일 제품들을 하나로 잇는 시도가 업계에서 이뤄지기 시작했죠.

좋은 예가 애플입니다. 애플은 일찍이 PC용 Mac OS, 모바일용 iOS를 따로 개발하면서도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두 운영체제 간 연결성을 지속 확대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애플의 PC와 모바일 간 연결성이 그 어느 브랜드보다 끈끈하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주변에서도 맥북+아이폰, 혹은 맥북+아이폰+아이패드 등의 조합을 사용 중인 이들은 대체로 애플 기기 간 물 흐르듯 이어지는 작업, 데이터 연결성이 만족스럽단 반응입니다. 또 PC 운영체제의 대명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10' 출시 이래 운영체제와 모바일 기기 간 연결성 강화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모습들이 계속해서 드러납니다. 

▲ PC,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이어지는 애플 기기 간 매끄러운 연결성은 사용자들이 애플을 호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진=애플)
▲ PC,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이어지는 애플 기기 간 매끄러운 연결성은 사용자들이 애플을 호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진=애플)

결국 삼성전자도 노트북 시장의 새로운 키플레이어로 성장하려면 이 같은 흐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예로부터 하드웨어 품질로 승부한 '제조' 기업이기에 한때 소프트웨어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인식이 따랐는데요.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에서는 이 같은 인식을 다시 돌아볼 만큼 '원UI' 중심의 사용성 변화가 있었고, 어느정도 정립된 사용자 경험 체계가 이제 노트북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 확대 의지는 지난해 말, 올해 초, 이번 MWC 행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가전(CE)과 모바일(IM) 사업부를 통합해 DX(Device eXperience, 기기 경험) 부문으로 출범하고 그 아래 무선사업부 명칭도 MX(Mobile eXerience, 모바일 경험)로 변경했을 만큼 사용자 경험에 무게추를 싣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 북2 프로 360'과 '갤럭시 북2 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엔 노트북 신제품을 성능 중심으로 포장했다면 올해는 개선된 점이 어떤 측면에서 사용자에게 이익인지 어필하는 데 강조한 모습입니다. 마치 스마트폰 공개 행사처럼 새로 탑재된 '기능' 위주로 개선되거나 달라질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는 구성이었습니다.

제임스 키토 삼성전자 영국 MX사업부 임원은 "최고의 혁신은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이며 "모바일 기술에 장벽이 있으면 안 된다"는 말로 이 같은 변화를 정리했습니다. 행사 말미에는 수 분을 추가로 할애해 갤럭시 기기 생태계가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직접 몇 가지 영상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 갤럭시 북2 프로 특징 소개 (자료=삼성전자)
▲ 갤럭시 북2 프로 특징 소개 (자료=삼성전자)

이번에 공개된 갤럭시 북2 시리즈는 전작보다 더 많은 지점에서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계된 사용자 경험이 추가됐습니다. 먼저 올해 초 갤럭시S22 시리즈 카메라에서 첫선을 보인 오토 프레이밍(카메라 내 피사체를 자동 감지에 적절한 줌, 포커싱을 제공하는 기능)이 눈에 띄고요. 노트북에 '갤럭시 익스피리언스' 앱을 기본 탑재해 갤럭시북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 보다 직관적으로 갤럭시 생태계 연동법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비스 인증체계도 단순해졌습니다. 삼성 계정 로그인 한 번이면 전체 삼성 앱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삼성 멀티 컨트롤' 기능을 추가해 갤럭시 북2 프로와 갤럭시탭S8 간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예컨대 갤럭시 북 노트북 작업 중 갤럭시탭S8을 옆에 두면 노트북 터치패드와 키보드 입력이 갤럭시탭에도 입력되고 마우스 조작과 파일 간 이동도 드래그 앤 드랍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식이죠.

이와 함께 갤럭시 스마트폰의 음성 AI 비서 '빅스비'를 사용하면 갤럭시 북에서 음성으로 파일을 열거나 연결된 오븐을 예열하고, 세탁기 작동을 지시하는 등 스마트홈 허브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는 터치 한 번이면 갤럭시 북과 연결이 가능합니다.

애플과 달리 PC 운영체제가 없는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유대 관계를 높이며 부족한 PC-모바일 연계 경험도 개선 중입니다. 올해는 행사 영상에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 직접 출연해 한층 개선된 연결성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노트북에서 '휴대폰 앱'에 접근해 갤럭시 북에서 전화와 문자, 알림을 관리하는 건 기본이고 인상적인 기능은 최근 사용 중인 앱의 작업 내용을 동기화한 것이었습니다.

▲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앱 3종이 PC와 동기화된 모습 (자료=삼성전자 MWC 2022 이벤트 갈무리)
▲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앱 3종이 PC와 동기화된 모습 (자료=삼성전자 MWC 2022 이벤트 갈무리)

가령 외부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MS 오피스 프로그램을 작업 중이었다면 별도 조작 없이도 갤럭시 북에서 작업 내용을 바로 이어받아 편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최근 사용한 앱이 3개까지 빠른 연동 메뉴에 올라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간 생산성 연결을 극대화했죠. 삼성전자는 이 같은 '개방형 파트너십'으로 한층 강력한 갤럭시 생태계를 구상하겠단 방침입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사용자 경험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놓은 만큼 이와 비슷한 변화는 당분간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홈 가전 등 전반에 걸쳐 폭넓게 일어날 전망입니다. 그동안 갤럭시 생태계가 다소 '콩가루'처럼 느껴져 아쉬웠던 사용자들이라면 반길 만한 일이겠죠.

다만 갤럭시 생태계 연결성 강화 행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임에도 첫해엔 점유율 측면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단 점이 삼성전자 입장에서 아쉬울 대목입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요. 향후 몇 년을 바라보는 일관성으로 새로운 갤럭시 생태계를 시장에 각인하는 한편, 기기 간 연결 경험을 완성하는 '킬러 기능' 발굴을 통해 기존 선두 그룹과 경쟁할 세일즈 포인트 발굴이 필요해 보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

  • 전자제품의 성공은 사용자 경험 외에도 △품질 △가격 △성능 △현지화 등 여러 요소가 성공적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현재 삼성전자 노트북에서 추가로 보완이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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