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프리윌린의 유석영 CSO, 권형준 매니저. (사진=블로터)
▲ (왼쪽부터) 프리윌린의 유석영 CSO, 권형준 매니저. (사진=블로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네 곳 가운데 한 곳이 쓰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에듀테크(교육에 IT기술을 적용한 산업) 스타트업 ‘프리윌린’이 제공하고 있는 ‘매쓰플랫’이다.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 개개인 맞춤형 문제지를 빠르고 쉽게 제작할 수 있게 하는데, 데이터가 누적되면 취약 유형 분석도 가능하다.

프리윌린에 따르면 매쓰플랫을 사용한 학원은 1년 후 원생이 267% 이상 증가했다. 2021년 프리윌린 매출은 서비스가 처음 출시된 2017년 대비 31.1배 증가했다. 매쓰플랫으로 공부한 학생 수는 누적 75만명이다. 최근 프리윌린의 유석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하 유석영), 권형준 콘텐츠팀 매니저(이하 권형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각자 소개 부탁드린다.
유석영: 프리윌린 전략이사와 함께 콘텐츠팀 리더를 맡고 있다. 목표 수립, 업무 방향성 고민 및 기획 등을 주로 한다.

권형준: 초·중·고등 중에서 초등 콘텐츠를 기획·개발·관리하고 있다.

Q. 회사 서비스 소개를 간단하게 한다면?
유석영: 서비스는 매쓰플랫과 풀리(PULLEY), 두 가지다. 매쓰플랫은 수학 선생님들이 쓰는 앱으로 수업시간에 태블릿 PC를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수업 자료를 만들 때 쓰는 앱이다. 풀리는 학생들이 직접 태블릿 PC를 가지고 수학공부를 하거나 화상과외를 받을 수 있고 문제를 풀고 채점할 수 있는 앱이다.

Q. 회사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유석영: 공동창업자이지만 중간에 합류했다. 개인적으론 건축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경영 쪽에 관심이 생겨서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컨설팅도 건축, 에너지 분야를 맡았다. 자연스레 여러 창업자들과 만나 소통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사업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 컨설턴트로서 해주는 얘기가 의미 없게 느껴졌다. 그러다 프리윌린 창업자인 권기성 대표가 당시 학원을 운영하면서 앱을 만든 걸 지인을 통해 알게 돼 같이 하게 됐다.

권형준: 저는 수학과를 졸업했고 교육에 뜻이 있어 처음엔 종이 교재를 만드는 출판회사에 다녔다. 3~4년 동안 교재를 만들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10년, 20년 뒤에도 현장에서 종이책을 쓸까? 그러다 에듀테크 쪽에 관심을 갖고 넘어왔다. 에듀테크라는 것도 특이점이 있어서, 교육 현장에서 다음 단계가 필요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Q. 기존 수학 학습의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까.
권형준: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유난히 수학은 탑을 쌓는 형태의 공부 방식이 필요하다. 레이어 하나하나를 쌓아가면서 공부를 완료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을 보면 맨 위에 있는 내용만 보고 ‘나 이거 알아’ 하면서 밑에 있는 내용들을 몰라도 아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가 수학 공부를 놔버리는 거다. ‘분명 아는데 왜 안 풀리지’하고 생각한다.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체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를 매쓰플랫은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Q. 매쓰플랫 문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권형준: 참고서, 교과서 등 원본 교재를 그대로 싣는 건 아니고 문제가 가지고 있는 성질에 따라 새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단원, 어느 난이도, 어느 유형 등 내부 기준에 따라 나누고 만든다. 예컨대 이 문제를 맞혔을 때 뭘 잘하는건지, 틀렸을 땐 뭘 못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데이터도 부여한다. 그리고 각 학생들에게 맞는 문제가 매칭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유석영: 수포자들 같은 경우에도 계기가 있을 거다. 갑자기 어느 날 학원에 가서 어떤 문제를 만났는데 어려워서. 혹은 열심히 했는데 잘 안 풀려서. 그런데 이는 특정 순간 자기한테 맞는 콘텐츠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매쓰플랫이다.

Q. 문제를 만드는 일이 엄청 힘들 것 같다.
권형준: 문제끼리 연결해주는 걸 인공지능(AI)으로 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현재는 일부만 자동화돼 있다. 그래서 수작업으로 문제를 보고 판단해서 이 문제는 어떤 난이도에 어떤 유형이겠다 등을 분류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사실 문제 개발을 위해선 항상 현 문제 풀 내에서 부족한 것, 새로 나온 트렌드 등을 다 파악해야 한다. 에듀테크 회사이지만 교재가 엄청 많다. 다 보면서 분석하는 것이다.

Q. 선생님의 역할이 줄어들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유석영: 고객의 95% 이상이 학원 선생님들인데, 선생님들은 보통 강의·수업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반복작업이 많은데 그런 일들을 저희가 처리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한 문제지를 만드는 작업에 오랜 시간을 쏟는다. 순서배치부터 타이핑도 다시 해야 하고. 이런 작업을 빨리 할 수 있는 지원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이를 통해 선생님들은 현장에서 창의성이 필요한 일들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최근엔 학교에서도 일부 쓰고 있다. 부산교육청에서 AI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하려는 시범 사업을 하고 있어, 거기에 참여하는 70개 정도 학교가 매쓰플랫 서비스를 쓰고 있다.

▲ 선생님이 직접 쉽고 편하게 학생에게 맞는 문제지를 만들 수 있다. (사진=프리윌린)
▲ 선생님이 직접 쉽고 편하게 학생에게 맞는 문제지를 만들 수 있다. (사진=프리윌린)

Q. 콘텐츠팀이 특별히 더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권형준: 기본적으로 정책에 빨리 대응하려고 한다. 초등 같은 경우 최근 3~4학년 국정교과서가 검정으로 바뀌면서 그에 따라 대응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 외에도 교재가 바뀌기도 하고 트렌드에 맞춰가야 하기도 해서 매일 문제를 만들고 체크하고 기존에 있던 문항도 계속해서 다시 확인한다. 바뀐 건 없는지, 뭐가 바뀌었는지, 어떻게 바뀌었는지 다 확인한다. 업데이트 노트도 고객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Q. 학원에서 주로 쓰이는데, 교육의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하겠단 목표를 설정한 이유는?
유석영: 학원은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다. 대표님이 학원 원장이었고. 또 사교육 시장 구조를 보면 학원이 95% 정도를 차지한다. 돈이 많이 몰리는 곳에 사업 기회가 있을 거란 판단으로 시작한 거다. 다만 서비스 영역은 넓히려고 한다. 풀리란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학원에서만 지금 저희 서비스를 쓰고 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학교, 해외 등으로 넓혀가면서 많은 기회들을 제공하려 한다.

Q. 경쟁사는?
유석영: 중장기적으로 대교, 교원, 웅진, 메가스터디, 이투스 등과 경쟁하려 한다. 아주 길게 보면 플랫폼 회사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에듀테크 시장에 들어와 있는데 같이 경쟁하지 않을까 싶다.

Q.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유석영: 손익분기점(BEP)을 창업한 지 몇 주도 되지 않아 넘겼고, 항상 넘기고 있다. 구독모델이라 선생님들이 저희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3년 넘게 쓴다. 3년 매출 평균을 따져보면 한 학원에서 내는 것이 800만원 정도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현재 3200개 고객(학원·공부방 등)이 있고, 그 고객이 앞으로 3년 간 최소 쓸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Q. 앞으로의 계획 혹은 하고 싶은 말은?
권형준: 당장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인터뷰를 하면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 더 잘 쓸 수 있게 하고 싶다. 또 안 쓰는 분들은 왜 안 쓰는지 파악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다.

유석영: 영어 등 과목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 학생이나 다른 교육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쓸 수 있는 앱이 되는 것도 목표다. 그 다음 글로벌 진출이다. 교육 환경이 비슷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쪽을 보고 있다. 글로벌 목표는 3년 전후로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수학 문제는 디지털화, 데이터 구축뿐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 주고받을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문제를 풀면 끝나는 게 아니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난도가 낮다고 판단했지만 실제 높을 수도 있으니 그런 것도 파악해야 한다. 수학 콘텐츠 쪽에서 이처럼 멀리 내다보고 기회를 찾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저희 콘텐츠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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