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면

•카카오는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 지급의 목적으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주가가 떨어져 인센티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목표 주가를 15만원으로 내걸고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입니다.

▲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내부 전경. (사진=카카오)
▲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 내부 전경. (사진=카카오)

스톡옵션은 기업의 설립·경영·기술혁신 등에 기여하거나 기여할 수 있는 임직원에게 미리 정한 가격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를 말합니다. 회사의 주식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간다면 스톡옵션은 임직원에게 유용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해 만든 좋은 서비스나 상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는다면 회사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죠. 주가가 올라간다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들이 얻는 차익도 늘어날 것입니다.

때문에 스톡옵션은 임직원들에게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의 인센티브로 활용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을 주는 것보다 낫겠죠. 현금 지출을 줄이면서 인센티브는 지급하되 임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대표 모바일 플랫폼 기업 카카오도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할 목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4일 본사 직원 2506명을 대상으로 총 47만2900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습니다. 1년 이상 재직한 직원뿐만 아니라 신입과 인턴 직원에게도 스톡옵션이 주어졌습니다. 행사 가격은 11만4040원으로 총 539억원 규모였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5월초 카카오의 주가는 11만원 초반대로 행사가격과 비슷했습니다. 이후 카카오의 주가는 6월 한 때 17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죠. 이때까지만 해도 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은 인센티브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주가가 17만원대까지 오른 가운데 직원들은 11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카카오에게 골목상권 침탈 논란과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진의 주식대량 매각 사태 등 악재가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주식도 올해 초 8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은 인센티브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한낱 휴지조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습니다. 스톡옵션의 행사가인 11만원대보다 실제 주식 가격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죠. 카카오의 주가는 반등해 9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지난해 최고점이었던 17만원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국내 대표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일원이란 자부심이 있었지만 골목상권 침탈 논란 속에서 회사의 이미지가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류 전 대표의 주식대량 매각 사태는 직원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습니다.

카카오는 5월 이후 9월, 11월, 12월에도 일부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습니다. 스톡옵션 부여는 이사회에서 결정됐지만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카카오는 오는 29일 오전 9시 제주시 스페이스닷원에서 제27기 주총을 열고 스톡옵션 부여와 관련된 안건을 상정합니다. 정관변경 관련 안건에는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 받는 자의 수는 재직하는 이사 또는 피용자의 100분의 90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삭제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도록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에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100분의 90으로 규정하는 정관 규정을 삭제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의 사기를 다시 끌어올리고 주가 하락으로 분노한 주주들을 달래는 것은 남궁훈 대표 내정자의 몫이 됐습니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이번 주총에서 김성수 카카오 CAC 센터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입니다. CAC 조직은 카카오 계열사 전체의 전략 방향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합니다. 과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우선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2월11일 열린 2021년 연간 실적발표를 통해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회사는 자사주 소각과 특별 자사주 소각을 합산해 올해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입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자기주식을 사들여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해당 기업의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떨어진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주주들도 달래기 위한 카카오의 방안으로 풀이됩니다.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자본의 감소 안건도 이번 주총의 안건으로 상정됩니다. 

회사는 주주들이 우려한 이른바 쪼개기 상장도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쪼개기 상장이란 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시키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물적분할은 존속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방식이죠. 기존 주주에게 신설회사의 지분을 나눠주지 않습니다. 회사의 핵심 사업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한 후 주식 가치가 올라가면 모기업인 존속회사는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신설회사의 지분이 없는 존속회사의 주주들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때문에 기존 주주들은 불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도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본사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주요 사업부의 물적분할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등 자회사들에 대해서도 매출이 거의 없던 사업을 초기에 신규 법인을 설립해 키워낸 경우로 쪼개기 상장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직원 달래기에도 나섰죠. 그는 2월15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올해 연봉 협상 재원으로 지난해보다 15% 많은 예산을 확보할 것이며 내년에는 전년 대비 6% 많은 예산을 추가로 만들어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자신의 몫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죠. 2월10일에는 "회사의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고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죠. 추락한 기업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책임경영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남궁 대표 내정자가 이러한 약속들을 지켜내려면 회사의 사업이 더 잘되도록 해 이익을 많이 남겨야겠죠. 카카오는 지난해 연간 매출 6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매출의 앞자리수가 항상 앞서 있던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네이버의 절반 수준입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 6조 8176억원, 영업이익 1조 32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은 6조 1361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5969억원에 그쳤습니다.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궁 대표 내정자에게 주어진 셈입니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도 심어줘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주주들이 회사를 믿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테니까요. 이번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되는 남궁 대표 내정자가 회사를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직원들과 주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생각해볼 문제

•남궁 대표 내정자는 직원들의 연봉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2월9일 열린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시즌2 행사에 참석해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향후 5년간 카카오 그룹이 직접 고용으로 1만명을 채용하고 인력 양성과 고용지원을 통해 IT업계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인건비의 상승은 회사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죠. 회사의 실적과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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