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단순한 환경보호운동이 아니다. 21세기 기업의 존폐를 가를 새로운 생존게임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 감축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선제적으로 나서는 기업들도 있는 반면, 새로운 질서에 허덕이며 도태될 기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ESG 현재를 해부한다.

SK하이닉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다. 특히 환경 부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회적가치(Social Value·SV) 창출을 극대화하겠다며 ‘SV2030'을 제시했는데, 환경 부문에서 2050년까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탄소 중립 실현 △수자원 재이용량 3배 확대 등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SK하이닉스의 행보를 단순한 구호로 보기는 힘들다. 실제 해외 기관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탄소배출 정보공개 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평가다.

CDP는 환경 부문에서 가장 신뢰도 있는 평가 기관으로 꼽히는데, SK하이닉스는 2012년부터 기후 변화(Climate Change) 부문에서 A, A-를 유지하고 있다. CDP 등급은 점수에 따라 A, A-, B, B-, C, C-, D, D-, F 9개로 분류되는데 A, A-는 리더십 레벨(Leadership Level)이다.

SK하이닉스의 최근 고민은 직원 동참을 이끌어낼 제도다. 이 과정에서 도입된 게 SV 포인트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하반기부터 SV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SV 포인트는 일종의 마일리지다. 사내 온라인 쇼핑몰 ‘SV MALL’이나 워커힐 호텔, 기부 프로그램(행복두끼 챌린지) 등에서 포인트를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

직원들은 SV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보다 직접적으로 SK하이닉스 친환경 행보에 동참할 수 있는 ‘My Sweet Home(마이 스윗 홈)’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My Sweet Home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는 직원은 성과에 따라 ‘SV 포인트’를 받는다. 참여 직원은 매월 주거지 전력 고지서를 회사에 제출한 뒤 전력 사용 감소량에 따라 1kWh(킬로와트시) 당 1000포인트씩 가족 수를 곱한 만큼 받는다. 1인당 받을 수 있는 최대 포인트는 10만 포인트다. 현재는 참여 독려를 위해 고지서 촬영본을 올린 모든 직원에게 1만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 김동덕 SK하이닉스 SV전략 TL
▲ 김동덕 SK하이닉스 SV전략 TL

김동덕 SK하이닉스 SV전략 TL은 “구성원의 참여가 더해질 때 진정한 의미의 넷 제로(탄소 중립) 이행이 가능하다. 구성원들도 손쉽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고, 그 결과 전기 사용량 절약을 테마로 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My Sweet Home 프로그램을 4월 말까지 1차 운영하고 피드백을 통해 재정비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김동덕 TL은 “1차 시행 후 프로그램이 절전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됐는지 돌아보고, 보완을 거쳐 하반기에 2차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구성원 1만명만 매월 10kWh를 절감해도 연간 502톤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 직원은 2만978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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