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생존 전략으로 내세운 '추천 큐레이팅'이 10여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 특화 서비스로 운영해 온 회원간 추천 큐레이팅 서비스 '뮤직PD'가 유튜브 성장세를 타고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벅스는 추천 큐레이팅 서비스 관련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신규 회원 유입 및 사업 확대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벅스가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 '에센셜'(essential;)의 구독자 91만8000명을 확보하며, 오랜 기간 끝에 음악 큐레이션 수요를 확인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모두 상황별 음악 추천 유튜브 채널 '에센셜'의 인기 영상들이다. 늘 듣던 노래 리스트가 아닌, 누군가 추천해 준 음악을 듣고 싶을 때나 크리스마스, 봄맞이, 카페 등 특정 상황에 맞는 음악 선곡이 필요할 때 종종 접했을 법한 유튜브 채널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없이 길게는 1~2시간 동안 배경 디자인만으로 선곡된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던 채널은 어느새 구독자 92만여명을 확보한 채널로 성장했다.
벅스의 추천 '큐레이팅' 서비스 차별화 전략 히스토리에서 에센셜 탄생 비화를 찾아볼 수 있다. 1세대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인 벅스는 '멜론', '지니뮤직' 등 대형 후발주자들의 등장 이후 급격히 가세가 기울었다. 타 사업자들이 통신사 제휴와 저렴한 멤버십 가격을 무기로 이용자를 흡수하면서 FLAC 등 다수의 음원을 보유한 경쟁력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벅스가 선택한 차별화는 '추천 큐레이팅'이다. 추천 큐레이팅이란 상황별 음악 추천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봄맞이 등 시즌이나 카페·휴식·나들이 등 특정 상황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는 것이다. 실제로 벅스는 2011년 7월 이후 약 10년 동안 '뮤직PD'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 왔다.
뮤직 PD는 벅스 회원이 직접 주제와 그에 맞는 음악을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뮤직 PD 앨범)를 다른 회원에게 추천하는 서비스다. 이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이용자 선곡 패턴을 분석해 큐레이팅하는 '뮤직 4U'(2016년)와 회원이 직접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뮤직 PD'를 통해 투트랙 전략으로 운영 중이다. 신곡 위주의 선곡이 아닌 다수의 음원을 보유한 장점을 살린 전략으로 활용됐다.
인기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조회수 200만~400만건을 기록하는 한편 '크리스마스 추천 음악'의 조회수는 최고치인 1440만건을 기록했음에도 에센셜 내 영상 수익은 벅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저작권 관련법상 에센셜을 추천 큐레이팅 마케팅 용도 외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벅스는 에센셜 채널에 게시한 영상마다 '플레이리스트 by 벅스PD'라는 문구를 넣고 벅스 홈페이지 내 고음질 음원 감상, 벅스 PD 페이지로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NHN벅스 관계자는 <블로터>에 "이 같은 방식으로 벅스 홈페이지를 방문한 뒤 신규 회원 가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벅스는 경쟁이 극심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뮤직 PD, 에센셜 등을 장기간 서비스한 경험을 통해 추천 큐레이팅 시장 수요를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기반으로 △24/7 △마르지 △뮤직캐스트 △뮤직포스트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공식 SNS 계정도 동시 운영 중이다.
NHN벅스 관계자는 <블로터>에 "에센셜에 벅스를 공개했던 당시에도 벅스를 적극적으로 노출하지는 않았는데 사전 정보로 인한 편견을 없애고 뮤직 PD 앨범 플레이리스트만으로 평가받고 싶었다"며 "뮤직 PD 선정 과정을 까다롭게 관리하며 양질의 플레이리스트를 알릴 방법을 지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