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급하는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며 TV 드라마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다양한 OTT 업체와 협력하며 OTT와 방송사 동시 편성을 추진하는 형태로 돌파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에서도 최신 TV 드라마를 동시기에 볼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대중들 사이에 보편화된 콘텐츠 감상법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최근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SBS에서 방영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사내맞선'도 동시편성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사내맞선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된 웹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만큼 관련 콘텐츠를 다시 찾아보는 수요층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웹툰 '사내맞선'. (사진=NARAK 작가 제공)
▲ 웹툰 '사내맞선'. (사진=NARAK 작가 제공)
2017년 연재를 시작한 웹소설 사내맞선에 이어 이듬해에는 동명의 웹툰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됐다. 평범하지만 순수하고 발랄한 여주인공 '신하리'와 능력과 외모를 겸비한 남주인공 '강태무'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담아내며 '사내 연애'라는 독특한 오피스 로맨스 장르가 특징인 작품이다.  

실제로 웹툰과 웹소설을 합산한 국내 누적 조회 수는 1억6000만회를 기록했고, 글로벌로 범위를 넓힐 경우 지난달 기준 4억5000만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북미 웹툰 플랫폼과 웹소설 서비스인 '타파스'와 '래디쉬'에서 모두 매출 톱5에 랭크된 작품이자, 카카오픽코마 일본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도 연애 장르 1위 기록할 정도로 강한 파급력을 보였다.

특히 사내맞선은 카카오엔터테인트가 초기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IP로, 웹소설과 웹툰을 넘어 드라마, 오디오드라마, 게임으로 스토리 IP 범주를 크게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터>는 웹툰 '사내맞선'의 그림을 담당했던 'NARAK' 작가를 만나 웹툰 기획부터 영상화 소감 등을 청취했다. 다음은 NARAK 작가와의 일문일답. 

▲ 드라마 '사내맞선'.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 드라마 '사내맞선'.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Q. 웹툰 작가 'NARAK'의 '시작'은.
NARAK: 어릴 때부터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만화를 많이 보고 자라 자연스럽게 꿈이 만화가가 됐다. 대학을 만화 관련 과로 진학해 본격적으로 배웠는 데, '판타지오'와 '코미카'의 공동 제작 작품인 '트레니즈'로 데뷔하게 됐다.

Q. 'NARAK'에게 영감을 준 '인생작'이 있다면.
NARAK: 이른바 '출판만화 세대'라 저에게 영향을 준 작품도 대체로 만화책이 많다. 그 중에서도 '아이실드21',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작품을 좋아했다. 지금의 '사내맞선'과는 많이 다른 장르이기도 하다. 사실 소년만화를 그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참조=사내맞선은 오피스 로맨스 장르 웹툰)

Q. 웹툰 '사내맞선'을 그리며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NARAK: 무엇보다 작화가 가장 중요했다. 남자 주인공 '태무'는 너무 완벽하게 잘생긴 캐릭터이며, 여자 주인공 '하리'의 경우 사랑스러워야 했다. '성훈'이와 '영서'도 서로가 첫 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최대한 '잘 생긴' 얼굴을, 그리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내려 애를 많이 썼다.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Q. '사내맞선'을 보면 정극체와 귀여운 그림체가 혼용된다.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넘나드는 것이 NARAK 그림체만의 차별점인가.
NARAK: 그림체는 각자의 개성과 취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차별점을 논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저만의 장점에 대해 '그림체가 대중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형의 캐릭터를 추구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게 아닐까 싶다.

Q. 글·그림을 나눠 작업하는 분업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사내맞선'의 웹툰화 과정에서 웹소설 원작자(해화 작가)와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
NARAK: 만화화는 전적으로 맡겨주셔서 자주 소통을 하지는 않지만, 캐릭터 디자인의 경우 원작자님과 논의해가며 캐릭터를 확정짓는 과정을 거쳤다. 원작자 설정을 최대한 충실히 그려내면서도 제가 소설을 보며 상상했던 이미지와도 맞도록 조율했다. 다행히 원작자 분이 좋아해주셨다.

Q.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서, 웹툰을 제작할 때 들깨 작가(글)와 NARAK 작가(그림)의 역할은 어땠을 지 궁금하다.
NARAK: 들깨 작가님이 사내맞선을 각색한 글콘티를 주시면, 제가 그걸 그림콘티로 옮겼다. 글을 그림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제약이 크지 않은 걸 좋아하는데 들깨 작가님의 글콘티 스타일이 잘 맞았다. 적어준 대사와 행동을 따르되, 동선이나 앵글 등은 제 편의에 맞춰 자유롭게 짜서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 드라마 '사내맞선'의 두 주인공 '강태무'(안효섭 분·왼쪽)와 '신하리'(김세정 분). (사진=사내맞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드라마 '사내맞선'의 두 주인공 '강태무'(안효섭 분·왼쪽)와 '신하리'(김세정 분). (사진=사내맞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Q. 드라마 '사내맞선' 첫 장면에도 웹툰체 그림이 등장하는데.
NARAK: 드라마 1화 오프닝신과 중간에 삽입되는 SD 일러스트를 작업했다. 엔딩신을 위한 일러스트도 작업했는데, 아쉽게 사용되지는 않았다. 

Q. 웹 콘텐츠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어떻게 봤을 지 궁금하다.
NARAK: 정말 재밌게 봤다. 개그 코드가 저와 잘 맞아서 보는 내내 무릎을 치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첫 방송 때는 조마조마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드라마가 끝나있더라. 웹툰 사내맞선 작가라는 걸 잊을 만큼 푹 빠진 채 감상했다. 실제로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제 예상보다도 훨씬 유쾌하게 만들어져서 기쁘다. 연출도 신선하고 좋았다.

▲ 웹툰 '사내맞선'. (사진=NARAK 작가 제공)
▲ 웹툰 '사내맞선'. (사진=NARAK 작가 제공)
Q. 영상화되면서 원작 설정과 바뀐 부분들은 어떻게 보나.
NARAK: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많이 보이더라. 그렇지만 핵심만 유지된다면 일부 설정이 달라져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얼른 영상으로 만나보고 싶었다. 2화에서 '태무'가 청소를 하고 성훈이는 집에서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예상 밖이었는데, 그것도 매력적이었다. 원작 소설, 웹툰, 드라마 저마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 건 여러 형태로 탄생한 작품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에 비유하면 여러 가지 맛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 

Q. 끝으로 웹툰 독자 및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NARAK: '사내맞선'을 웹툰화할 수 있던 것부터 오디오 드라마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독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작업은 고되지만 업데이트를 기다려주시고 즐겁게 감상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보람찰 수가 없었다. 독자분들이 저에게 뿌듯함을 주신 만큼 즐거움을 돌려드리고 싶다. 사내맞선을 보시는 동안 행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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