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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습니다. 1981년생인 최 대표는 네이버의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한 이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인수합병(M&A)과 자본시장 등의 분야에서 변호사 경력을 이어가다 2019년 네이버에 다시 합류해 글로벌사업지원을 총괄했습니다.

▲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각사)
▲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각사)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양사는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창업해 키워낸 토종 기업입니다. 네이버는 검색을 시작으로 쇼핑·콘텐츠·커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게임·콘텐츠·쇼핑 등의 기능을 갖춘 일상의 플랫폼으로 키웠습니다.

양사는 검색 기능을 갖춘 포털 사이트와 모바일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확대하며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1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시가총액(이하 시총) 순위에서 네이버는 4위, 카카오는 7위에 각각 올랐습니다. 쟁쟁한 기존 대기업들을 제치고 시총 상위권에 올라 정보통신기술(ICT)뿐만 아니라 전 산업군을 대상으로 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양사는 대부분의 국민이 사용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플랫폼을 보유했기에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웹이나 앱을 통해 네이버와 카카오톡 서비스를 이용할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정부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사안이 생기면 네이버·카카오의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약국 마스크 재고와 잔여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원 확인, 전자 출입명부 QR코드 등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관련 앱들을 통해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매출 규모도 점점 커졌습니다. 2021년에는 양사 모두 연간 6조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양사의 영향력과 규모가 커지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탈 논란을 겪으며 더이상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말고 큰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골목상권 침탈 논란은 네이버가 앞서 겪었고 이후 회사는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죠.

사회적인 요구가 아니더라도 양사가 한단계 점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전 국민을 고객으로 만든다고 해도 5000만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는 80억명의 이용자들이 있기 때문이죠. 한국 시장을 장악한 양사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은 거부할 수 없는 필연적인 운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양사는 약속이나 한 듯 이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을 외쳤습니다. 그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열린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 역할은 사업간의 시너지를 만들고 글로벌에 잘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전직원 대상 메시지를 통해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양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는 콘텐츠가 선봉에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도 노리고 있습니다. 양사는 이미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글로벌 연간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했죠. 네이버웹툰은 △웹툰(WEBTOON) △라인망가(LINE MANGA) △라인웹툰(LINE WEBTOON) 등의 이름으로 전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10개 언어로 웹툰을 제공 중입니다. 글로벌 이용자 수는 1억7000만명입니다. 지난해 북미 웹소셜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웠습니다.

카카오는 디지털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내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을 보유한 일본에서 디지털만화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앱애니의 '2022년 모바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 시장의 매출 순위에서 픽코마는 6위에 올랐습니다. 일본에서만 단일 앱을 운영하며 얻은 성과입니다.

▲ 네이버 제페토의 '인천대 대학본부 존' 월드. (사진=제페토 홈페이지)
▲ 네이버 제페토의 '인천대 대학본부 존' 월드. (사진=제페토 홈페이지)

양사가 지금껏 글로벌 시장에서 올린 성적은 네이버가 다소 앞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웹툰뿐만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일본에서 성공을 거뒀죠. 한국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일본에 라인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 역할을 했습니다. 라인도 카카오톡처럼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또 다른 아이템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일상이 됐죠. 제페토는 온라인 소통뿐만 아니라 아바타를 통한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가상세계를 선보였습니다. 글로벌 가입자도 3억명을 모았습니다. 물론 미국 온라인 게임사 로블록스와 더샌드박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승부를 펼쳐야 합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콘텐츠 사업에서 전년 대비 50.6% 증가한 6929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콘텐츠의 매출 증가율은 네이버의 사업 중 가장 높았습니다.

카카오는 우선 픽코마를 내세워 일본 시장의 공략을 이어가며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죠. 자사의 IP(지적재산권)를 전세계 팬들에게 선보일 대형 플랫폼을 얻게 됐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지 시장 조사와 파트너 수급, 마케팅 등에 돈이 한두푼 들어가는게 아니죠. 특히 콘텐츠 사업은 킬러 IP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플랫폼에는 여러 사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여야하죠. 이러한 투자를 하려면 실탄이 든든해야겠죠.

네이버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7814억원입니다. 현금을 비롯해 단기금융상품, 매출채권 등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5조5279억원입니다. 유동자산은 기업이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의미하죠. 카카오는 아직 2021년 사업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아 지난해 3분기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조4336억원입니다. 유동자산은 6조9977억원이네요. 양사 모두 유동부채보다 유동자산이 많아 투자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보입니다.

돈과 함께 인적 투자도 이뤄집니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와 창업 성공의 경험을 갖춘 양사의 창업자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하기 때문이죠.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일찌감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글로벌 사업을 챙기고 있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이날 이사회 사임을 결정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힘을 쏟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더 이상 국내용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볼 문제

•메타버스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어 가장 유망하면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분야입니다. 네이버의 제페토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출발이 늦은 카카오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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