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시간이 없다면

·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772억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전년 대비 218.3% 증가한 수치입니다. 

· 단순 업황 개선으로 인한 매출 변화라고 보기엔 변화 폭이 상당합니다.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매출구조 다변화' 노력이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매출 규모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매출은 3772억원, 전년 대비 218.3% 증가했습니다. 제조업 특성 상 매출 확대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영업이익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026억원입니다. 2020년 실적은 영업손실 250억원이었는데요. 단순 흑자 전환을 넘어선 실적입니다. 업황이 크게 회복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전(前)공정 과정에서 필요한 장비 생산·판매를 주력으로 합니다. 전공정은 웨이퍼 제조, 산화, 포토, 식각, 증착, 금속배선 등을 의미하는데요. 지난해 반도체 전공정 장비 시장은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렸습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반도체 전공정 장비 시장은 지난해 42%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정확한 시장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900억달러(110조3400억원)에 가까운 시장 규모가 형성됐네요. 올해는 조금 더 성장해 역대 최고치인 1030억달러(126조278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자료=SEMI)
▲ (자료=SEMI)

시장의 호황도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모든 이유는 아닙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매출 구조 다변화 노력이 어느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에게 매출 구조 다변화는 핵심 과제였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한때 SK하이닉스(고객A)와 LG디스플레이(고객B) 거래가 매출의 90%를 차지했습니다. 특정 업체에 매출이 쏠린다는 건 기업 경영에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불황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기 때문이죠.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해외 고객사향 매출도 줄어들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의 성장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시장 평가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다시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거든요. 

사업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 '6. 영업부문정보'에는 '지역별 매출 현황'이 공개되는데요. 지난해 중국 지역에서 발생한 매출은 1957억원에 달합니다. 전년 527억원과 비교하면 271.3%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매출 발생 지역을 국내, 중국, 대만, 기타로 나누고 있는데요. 지난해는 중국 지역에서 발생한 매출이 가장 많았습니다. 국내(1751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네요.

중국 지역 매출이 늘어난 건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 착공 등도 영향이 있지만, 추가적인 해외 고객사 확보에 성공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그간 코로나19로 해외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다'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은 해외 반도체 고객사로의 반도체 증착장비 매출이 커진 데다가 지렛대 효과까지 더해져 영업이익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반도체 시장은 정부의 지원 아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산업의 전체 매출 규모는 1조500억위안(약 204조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2% 늘었습니다. 이는 지난 3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특히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도입하는 고객들이 포진된 반도체 제조 부문은 3176억위안(약 60조9283억원)으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명맥만 남아있던 태양전지 제조장비 부문에 다시 힘을 쏟고 있는데요. 기존 사업에서 확실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신사업도 탄력 받을 전망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192억원에 달하거든요. 호실적이 이뤄낸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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