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휴대폰 이슈, 제품, 기능 활용법 등을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풀이해봅니다.

모토로라, 블랙베리, HTC를 기억하시나요? 한때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해외 휴대폰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사라진 지금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 애플 천하입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양사의 국내 시장 합산 점유율은 93%에 달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갤럭시, 아이폰 사용자라는 이야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선 때때로 "휴대폰에 개성이 없다", "갤럭시, 아이폰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데요. 과연 '그 시절' 외산 스마트폰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한국에서 다시 만나볼 수는 있을까요?

▲ 2021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했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2021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했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모토로라 스마트폰, 올 봄 한국행 확정
모토로라는 국내에 '레이저폰'으로 널리 알려졌던 브랜드입니다. 동그란 원에 'M'자를 형상화한 로고는 지금도 알아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세계 최초의 상용 휴대폰 제조사로도 유명했고요. 1990년대 모토로라의 위상은 지금의 삼성전자, 애플 못지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전환기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 모토로라는 실적이 급락, 2011년 8월 스마트폰 사업부(모토로라 모빌리티)가 구글에 매각되고 맙니다. 안타까운 건 당시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이유가 휴대폰 사업이 아니라 '특허권 확보'였다는 점입니다. 결국 구글은 2014년 모토로라의 특허와 R&D 인력을 제외한 '껍데기'를 다시 중국 레노버에 판매했죠. 모토로라가 국내에서 철수한 시점도 구글 산하였던 2013년입니다.

▲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폰(왼쪽)과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블 스마트폰. (사진=모토로라)
▲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폰(왼쪽)과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블 스마트폰. (사진=모토로라)

이후 레노버를 통해 '모토Z', '모토X' 등 제품이 개발됐지만 국내엔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2019년 레이저폰을 형상화한 '레이저 폴더블폰'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던 지난해 8월과 9월, 모토로라의 중급형 스마트폰 '모토G50 5G'와 '엣지20 라이트' 모델의 국내 전파인증 통과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전파인증은 기업이 한국에 전자기기를 출시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절차인데요. 모든 전파인증이 출시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출시가 고려된 절차로 해석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모토로라의 한국 재진출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6일 업계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파트너는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LG헬로비전(헬로모바일)'입니다. LG헬로비전 관계자에 따르면 모토로라 스마트폰은 빠르면 이번 달, 2분기 내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모토로라도 6일 한국어 홈페이지를 새단장한 것으로 확인됐고요. 비록 이동통신 3사는 아니지만 11년만에 한국 진출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2021년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판매량 3위에 오르는 등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는데요. 한국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영향력이 막강한 프리미엄 라인업보다 30~50만원대 중저가 시장을 노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미국에서도 모토로라의 주력 제품은 400달러 미만의 중저가 모델이었죠.

HTC "한국 영업사원 찾아요"
대만 기업인 HTC는 모토로라보단 상대적으로 생소한 회사입니다. 1997년 전자제품 개발 업체로 시작했으며 2008년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G1' 출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이후 우수한 개발 능력을 인정받아 구글의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표준) 스마트폰인 '구글 넥서스 원' 개발을 담당했고요.

그 덕분에 한때의 영광이지만, 2011년 미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부문에서 모토로라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35%)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iOS의 애플, 안드로이드의 HTC'였던 셈이죠.

▲ HTC가 개발한 구글 넥서스원(왼쪽)과 자사 센스UI를 탑재한 HTC 센세이션. (사진=GSMA, HTC)
▲ HTC가 개발한 구글 넥서스원(왼쪽)과 자사 센스UI를 탑재한 HTC 센세이션. (사진=GSMA, HTC)

비슷한 시기 한국 시장에서는 마니아들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HTC 스마트폰의 특징은 경쟁사들보다 반보 앞선 사양의 하드웨어, 독특한 디자인 코드, 화려함이 돋보이는 '센스UI' 등이 있는데요. 여기에 비공식적으로 '커스터마이징 안드로이드' 설치도 가능했다 보니 남다름을 추구하는 사용자들 입장에서 HTC는 꽤 매력적인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외산 스마트폰들처럼 HTC의 전성기도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특히 국내 시장은 안정적인 품질, 폭넓은 AS망이 보장된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스마트폰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는데요. 반면 HTC 기기들은 독특함에 비해 부실한 제품 마감과 AS망이 약점으로 부각되며 인기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12년 11월 한국에서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철수하고 말았죠.

그런데 지난해 9월, HTC가 국내 사업개발 및 영업담당 인력을 채용 중이란 소식이 알려지며 HTC의 한국 재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 대상 영업 인력을 구인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스마트폰 사업 재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죠. HTC도 국내 복귀가 이뤄질 경우 10년만에 귀환이 됩니다. 다만 모토로라와 달리 아직 전파인증을 통과한 휴대폰이 없는 점에 미루어 볼 때 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거나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아듀! 블랙베리는 역사 속으로
한때 '쿼티형 물리자판', '오바마 폰'으로 유명했던 블랙베리는 아쉽게도 더 이상 부활에 기대를 걸기 어렵게 됐습니다. 올해 2월 외신들을 통해 전해진 내용에 따르면 블랙베리 스마트폰 라이선스를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온워드모빌리티'가 블랙베리 5G 스마트폰 개발 포기를 공식화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블랙베리의 상징이었던 물리자판은 풀터치 안드로이드, 아이폰이 대세로 떠오르며 시장에서 빠르게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물리자판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정적으론 그 외에 경쟁사들 대비 어떤 차별점도 부각시키지 못하며 바닥까지 추락하게 됐죠.

2020년 8월 블랙베리 라이선스를 보유한 중국의 TCL이 "더 이상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제품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사실상 브랜드가 사라질 목전이었는데요. 앞서 언급한 온워드모빌리티가 블랙베리 5G 스마트폰 출시를 공언해 구사일생이 기대됐으나 최종 무산되며 현재 블랙베리는 이제 회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설상가상 본가인 블랙베리조차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겪고 있고요. 최종적으로 국내에서는 2020년 LG헬로비전을 통해 유통된 '블랙베리 키원'이 마지막 블랙베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 물리자판을 탑재한 블랙베리 볼드 9900(왼쪽)과 안드로이드 기반 블랙베리 키원. (사진=블랙베리, TCL)
▲ 물리자판을 탑재한 블랙베리 볼드 9900(왼쪽)과 안드로이드 기반 블랙베리 키원. (사진=블랙베리, TCL)

한국은 여전히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
이외에 구글의 픽셀 스마트폰은 한국 출시설이 꾸준히 대두됐으나 번번히 무산됐고, 일본의 소니도 2018년 이후 국내에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이폰을 제외한 모든 외산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철수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란 인식도 바뀌지 않고 있죠.

현재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선 '샤오미'만이 국내 시장을 개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는 녹록치 않죠. 삼성전자, 애플을 압도하는 가성비 높은 제품을 무기로 삼았지만 지난해 국내 점유율은 1~2%에 그쳤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유통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이통사들이 외산 스마트폰 출시에 적극적이지 않고, 갤럭시와 아이폰으로 고착화된 지금은 다른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수요를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낮은 수익성, 재고 처리 부담을 고려하면 더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온오프라인 마켓을 통한 자급제 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국내에서 새로 접할 수 있는 외산 스마트폰의 종류는 많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내 정식 출시 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외산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직구'가 유일한데요. 이들 제품은 한국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용에 여러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주파수 조건이 맞지 않을 수 있고 국내 미출시 제품은 고장 시 수리 서비스를 받기도 어렵죠.

설령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중고로 처분하고 싶어도 구입 후 1년 이내엔 불가능합니다. 개인 사용 목적으로 직구한 전자제품은 전파인증이 면제되지만, 이를 타인에게 판매하면 전파법 위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관련 법 개정으로 반입 후 1년이 지나면 판매가 가능해진 점이 유일한 위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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