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녕하세요, 타입캐스트 인턴기자 주→현↗영!입니다." 딱딱한 기술상품 전시가 주를 이룬 월드IT쇼 부스 한편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1의 간판 코너 '주기자가 간다'로 인기몰이한 배우 주현영의 목소리다. 그런데 인기 배우가 IT 전시회에 갑자기 나타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소리의 출처는 TV였다. '주기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화면 속 배경은 SNL이 아니다. 광고라도 찍은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주기자가 출연한 영상은 맞지만 출연자는 실제 모델이 아니라 그를 완벽하게 구현한 '가상인간'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최로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월드IT쇼 2022'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주요 기업 외에도 350여개 국내외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볼 순 없었지만 분명 흥미로운 구성으로 눈길을 끄는 부스들이 있었다. '가상인간 주기자'를 내세운 네오사피엔스도 그중 하나다.

스타, 혹은 나만의 가상인간 만들기…대본 하나면 '뚝딱'
타입캐스트는 네오사피엔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영상 합성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스크립트(대본)'만 작성하면 이를 특정 목소리와 억양, 형태로 구사하는 가상인간 기반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전시장에서 타입캐스트 플랫폼을 소개하는 가상 주기자의 모습도 주현영 배우가 네오사피엔스와 사용 계약을 맺은 결과물이다.
▲ 네오사피엔스 부스에 설치된 '가상인간 주기자' 데모 영상. (사진=이건한 기자)
▲ 네오사피엔스 부스에 설치된 '가상인간 주기자' 데모 영상. (사진=이건한 기자)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가상인간 제작도 가능하다. 네오사피엔스 관계자는 "이를 이용해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유튜버들이 유용하게 활용 중"이라며 "목소리는 높낮이와 감정, 속도까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한층 개성 있는 가상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입캐스트 서비스는 △베이직 △프로 △프로+ △팀까지 4개의 구독형 요금제로 제공된다. 가상인간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요금제인 '프로'는 월 4만500원에 4시간 분량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운영 중인 영상 플랫폼에서 매월 일정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다. 이에 타입캐스트 이용자는 올해 4월 기준 18개국, 109만명을 돌파했으며 총 다운로드 시간은 3만9274시간에 이른다. 삼성전자, 크래프톤, 도시어부, 키움증권 등 유튜브 채널에서도 쓰인 바 있다.

▲ 타입캐스트로 쓴 스크립트. 감정 상태와 높낮이, 발화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 타입캐스트로 쓴 스크립트. 감정 상태와 높낮이, 발화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객관적인 운전점수 산출, 합리적인 보험비 절감으로
AI 기반 운전습관 평가, 사고발생 예측 솔루션인 '카비'도 눈길을 끌었다. 카비는 카메라를 통해 수집되는 도로 위 모든 상황을 AI로 분석해 운전자의 주행습관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위험하지만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노란불 점등 시 급과속 △신호 예측출발 △칼치기(급격한 차선 변경) △커브길 과속 △습관성 브레이크 등 38가지 항목이 운전습관 분석에 포함되며 영상 기반이기 때문에 한층 합리적인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도로 위 실시간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 중인 카비 AI 카메라. (사진=이건한 기자)
▲ 도로 위 실시간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 중인 카비 AI 카메라. (사진=이건한 기자)

예를 들어 국내에서 널리 쓰이는 내비게이션 'T맵'의 경우 도로 정보와 GPS(위성항법장치) 기반 차량 속도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운전 점수를 산출한다. 이때 감점당하기 쉬운 항목이 '급감속'인데, 단순 속도 측정만으론 급감속이 앞차의 급정거나 도로 위 사고를 피하기 위한 것인지, 운전자의 잘못된 운전습관에 의한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애꿏게 점수가 깎이는 일들이 생겨나는 이유다. 반면 카비는 도로 위 상황 인지가 가능한 카메라와 AI로 분석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급감속에 따른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 카비(오른쪽)는 GPS와 영상 데이터, AI 판독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급감속, 급제동 등만 잡아낼 수 있다. 왼쪽은 GPS 기반으로 운전습관을 파악하는 티맵. (자료=카비)
▲ 카비(오른쪽)는 GPS와 영상 데이터, AI 판독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급감속, 급제동 등만 잡아낼 수 있다. 왼쪽은 GPS 기반으로 운전습관을 파악하는 티맵. (자료=카비)

또 차량에 설치하는 카비 전용 단말기는 차선이탈방지 시스템(LDWS), 전방추돌방지 시스템(FCWS) 등을 보조기능으로 제공하며 사고 시 긴급출동 서비스와 원클릭 사고 리포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카비의 궁극적인 목표는 운전습관 개선을 통한 교통사고율 감소와 보험료 절감이다. 이를 위해 카비는 '와우 알고리즘(Wow!Algorithm)'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 기반으로 미래사고 확률을 예측한다. 사고 위험이 높은 운전자와 낮은 운전자를 분류해 위험도별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도록 하고, 차량 렌트 시에도 자신의 운전 안전점수가 높다면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카비가 국내 보험사 및 모빌리티 업체들과 와우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검증(PoC)을 진행한 결과 100명의 운전자 중 사고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10명의 운전자 가운데 4명에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다. 또 카비 솔루션을 통 463만km의 실험 주행을 마친 결과 운전자들의 주행 중 차선이탈 빈도, 급가속·급감속 빈도는 각각 20.3%, 42.1% 감소하는 등 운전습관 개선과 교통 위험요소 감소에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 차량에 탑재되는 카비 텔레메틱스 단말기. (사진=이건한 기자)
▲ 차량에 탑재되는 카비 텔레메틱스 단말기. (사진=이건한 기자)

지난해 11월 국내 사업을 시작한 카비는 현재 보험사들과 협업 및 상품 출시 등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플랫폼 택시인 '마카롱 택시'에 카비 솔루션을 공급해 '택시는 난폭운전을 한다'는 인식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나르고, 따르고…진정한 로봇 물류란
트위니는 '나르고', '따르고'처럼 직관적인 이름의 물류로봇을 만드는 회사다. 나르고는 자율주행 기반으로 물류센터와 공장, 병원, 스마트팜 등에서 목적지까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이다. 현재 상용화된 비슷한 로봇이 대부분 2D 라이다(레이저 기반 공간인식 센서)를 탑재한 것과 달리 3D 라이다를 탑재해 벽이 많은 복잡한 곳에서도 맵핑(공간지도 제작)된 공간은 장애물과 충돌을 피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부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의 수요를 감안해 최근에는 지게차와 같은 '포크리프트' 기능으로 500kg 무게의 팔레트를 이동할 수 있는 '나르고500FT'도 출시됐다.

'따르고'는 대상추종 로봇이다. 말 그대로 정해진 작업자의 동선을 로봇이 자동으로 따라다니며 물건을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색과 색 분포, 크기, 위치, 형태 등 다섯 가지 정보를 모두 이용해 사람을 인식하며 대상이 옷을 갈아입거나 생김새가 닮아도 지속적으로 쌓은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정확한 대상 식별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트위니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실제 쌍둥이인 회사 대표(천홍석, 천영석)들도 구별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처럼 나르고와 따르고는 물류로봇에 공간인지 능력과 대상식별 능력을 더해 물류 업무에 있어 사람의 개입과 노동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앞서 언급된 나르고FT는 물품 운송 능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값비싼 인건비가 필요한 지게차, 노블리프트 인력을 대체해 기업의 물류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자동화산업전에 출품된 나르고 500FT. (사진=트위니)
▲ 자동화산업전에 출품된 나르고 500FT. (사진=트위니)

한편 네오사피엔스, 카비, 따르고는 모두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이번 월드IT쇼 2022에서 모두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세계 최초의 NSF 인증 협동로봇을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 △혈관중재시술용 마이크로 의료로봇 시스템을 개발한 '아임시스템' △액상형 반도체 웨이퍼 코팅 기술을 개발한 '지컴' 등 총 6개 회사가 수상했다.

월드IT쇼는 오는 22일까지 코엑스 A, C홀에서 진행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7개국에서 358개사가 이번 전시에 참가했다. 올해 주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원스톱 플랫폼'이며 주요 카테고리는 △비대면 기술 △AI, IoT(사물인터넷) 융합기술 △디지털트윈&메타버스 △스마트 디바이스 △사이버보안&블록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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