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료 회원이 지난해 4분기보다 20만명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넷플릭스는 치열해지는 업계 내 경쟁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에서의 사업 중단 등을 이유로 들었다.

▲ (사진=넷플릭스)
▲ (사진=넷플릭스)
<뉴욕타임즈(NYT)>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전문가들이 이것을 “스트리밍 전쟁에서 결정적인 순간”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다른 OTT 기업들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업계에서 우위를 선점할 기회가 생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도 넷플릭스가 처음 고안해낸 모델을 따라 구독 서비스 사업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이번 가입자 하락세는 여러 질문거리를 던진다. 너무 많은 OTT가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OTT 구독료를 계속해서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인지, 또 전통적인 콘텐츠 기업들이 수년간 해오던 사업만큼 수익성이 높다고 볼 수 있을지 등이다.

방송 시청률 하락과 영화관 티켓 판매 감소에 겁을 먹은 수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스트리밍 사업에 올인하며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그 예로 스트리밍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서비스를 출시한 디즈니와 여러 스트리밍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최근 합병을 마무리한 디스커버리와 워너 미디어가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구독자 감소는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스트리밍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치 그린필드 라이트쉐드 파트너스 분석가는 장기적으로는 스트리밍 업계가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지만 당장 몇 년간은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상황이 어떻든지 간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구독자 수 하락과 더불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며 지출이 증가해 모든 기업들의 이익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케빈 웨스코트 딜로이트 부사장은 “이용자들은 점점 OTT 구독료 상승에 대해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좋아하는 시리즈가 끝나면 서비스를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모두 시청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국 내 25%의 소비자들이 OTT를 탈퇴한 후 1년 사이에 재구독했다.
디즈니는 내달 11일에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1분기 구독자 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만약 디즈니도 예상치에 못 미치는 수치를 발표하면 OTT 업계 전체를 둘러싼 고민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할리우드의 탤런트 에이전시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는 좋은 대본과 출연진에게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해왔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수억 달러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최우수 작품상은 받지 못했지만 명망 있는 영화 제작에 대한 찬사를 받고 있다.

영화감독 마이클 샴버그는 “넷플릭스는 매년 프로그래밍에 170억달러(약 21조800억원)을 투입해왔는데 구독자 감소라는 새로운 현실로 인해 예산을 삭감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또 “프로듀서로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넷플릭스에게 가장 먼저 제안해왔다”며 “구독자가 줄어서 넷플릭스가 프로그래밍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이고 혁신적인 쇼와 오스카를 수상할 만한 수준의 영화에 대한 모험을 멈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다음 달에 넷플릭스에서 샴버그가 제작한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애플, 아마존과 같은 서비스에 견줄 만큼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애플TV플러스는 콘텐츠를 대폭 늘리며 ‘파친코’, ‘우린 폭망했다’, ‘세브란스:단절’ 등의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4억5000달러(약 4960억원)을 투자해 ‘반지의 제왕 프리퀄’을 제작 중이다.

라이트쉐드 파트너의 그린필드 분석가는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인 “’오자크’, ‘기묘한 이야기’, ‘더 크라운’ 등은 곧 수명을 다 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패럿 애널리틱스의 응용 분석 부사장인 알레한드로 로하스는 “넷플릭스가 갖고 있는 작품 카탈로그에 대한 수요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라며 “그에 반해 HBO맥스와 디즈니플러스는 두 자릿수로 성장하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광고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지만 상황이 급박해진 만큼 지난 실적 발표에서 광고를 포함한 저가형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광고 요금제에 대해 몇 년간 고려해왔지만 급속도로 성장 중이었을 때는 최우선 순위 과제가 아니었다”고 인정하며 “지금은 광고 기반의 서비스를 위해 아주 열심히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하지만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를 도입해 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들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방대한 광고 인프라를 갖춘 디즈니나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같은 경쟁사와 달리 넷플릭스는 광고 분야에는 경험이 전무하다.

한편 헤이스팅은 넷플릭스가 이전에도 힘든 시기를 겪은 경험이 있고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주주들의 환심을 사는 것에 초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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