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전자, 그 원인을 진단해 봅니다.

▲ 2021년 1월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셋째)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2021년 1월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셋째)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시장에서 우려하는 바와 다르게 현재 주요 고객사 수요는 삼성이 갖고 있는 생산능력(캐파) 이상으로 견조하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4월28일 2022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 부사장의 발언은 최근 외신, 전문기관, 투자 시장에서 번지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위기설(說)'을 겨냥한 것이다. 

삼성 파운드리 위기설은 올해 초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위기설의 근거는 충분했다. ①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②반도체 거인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③한국, 인도 등 일부 지역에 출시된 갤럭시 S22에만 엑시노스 2200이 탑재됐다 ④외신에서 퀄컴·엔비디아 등 고객사 이탈을 전망한다 등이다. 이외에도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례가 복합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후 증권가 리포트에서도 공식적으로 '삼성 파운드리 위기설'이 다뤄지기 시작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와 삼성 파운드리 격차 확대' 리포트에서 "TSMC와 삼성 파운드리 사이 기술과 캐파(CAPEX·생산능력)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오히려 삼성 파운드리 2위 지위 역시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선 뼈아픈 평가다.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등) 분야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1위는 커녕 2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셈이다.  

▲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 Force)는 올해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을 16%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자료=트렌드포스) 
▲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 Force)는 올해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을 16%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자료=트렌드포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고려하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다시 TSMC를 따라갈 여력은 충분하다. 다만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또 '종합반도체' 기업인 탓에 발생하는 보안 신뢰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번 만큼 투자하는 경쟁사, 조용한 삼성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2022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대했던 내용 중 하나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 발표였다. 파운드리 주요 3개 업체(TSMC·삼성전자·인텔) 중 올해 투자 계획을 수치화해 밝히지 않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파운드리 부문 압도적 점유율 1위 TSMC는 지난해 4분기 보고서(EarningsRelease)에서 2022년 투자 계획을 밝혔다. TSMC는 2022년 투자 예산(Capital budget)을 400억달러(약 50조원)에서 440억달러(약 55조원)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TSMC가 지난해 영업 과정에서 벌어들인 현금(Cash Flows from Operating Activities) 398억달러(약 50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벌어들인 현금을 그대로 재투자하겠다는 의미다.

TSMC는 지난달 14일 진행된 2022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우리는 지난해 밝힌 투자 계획(400억달러~440억달러)을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강조했다. 

▲ 2022년 1분기 인텔 주요 실적. (자료=인텔)
▲ 2022년 1분기 인텔 주요 실적. (자료=인텔)

인텔은 2022년 1분기 실적 부진에도 파운드리 투자 계획은 유지하겠다고 전했다. 인텔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184억달러(약 2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데이브 진너(Dave Zinsner)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70억달러(약 34조원)의 카팩스 가이던스는 변하지 않을 것(unchanged)"이라며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파운드리 부문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올해 공장 건설 등에 2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올해 삼성전자 파운리드 설비투자 금액은 TSMC·인텔에 한참 뒤처진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투자 예상 금액을 12조~16조원으로 전망했다. 

매번 언급되는 '분사설'...태생적 한계
이 교수는 삼성 파운드리 태생적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IDM) 회사다. 고객사 입장에선 설계를 맡길 경우 보안 문제 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태계는 다양한 회사들로 구성된다. 설계에 집중하는 팹리스, 위탁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IDM 등 업종 분류도 다양하다. TSMC는 파운드리 업체고, 삼성전자와 인텔은 IDM으로 분류된다. 

▲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퀄컴, 엔비디아 등 팹리스 업체는 파운드리에 제품 설계를 공유해 위탁 생산을 맡긴다. 이들에게 삼성전자는 위탁 생산을 맡길 수 있는 협력사인 동시에 설계 부문 경쟁사다. 이 교수의 지적은 굳이 고객사가 경쟁사이기도 한 업체에 설계를 공유, 대량 위탁 생산을 맡기겠냐는 것이다.

이는 업계에서 꾸준히 언급된 지적이다. 매년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증권사를 중심으로 "삼성 파운드리가 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부와 합쳐 별도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파운드리 분사든, 보안 우려를 해소할 대책이든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파운드리 부문 별도 자회사를 설립,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은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전담하고 있다. 인텔 역시 지난해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를 설립해 파운드리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3나노 선제 양산', TSMC 추격 확신할 수 있나
점유율 1위 TSMC를 추격할 유일한 카드는 '첨단 공정 전환'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현시점 파운드리 업체들의 최종 목표는 3나노미터(㎚) 공정이다. ‘나노’는 숫자가 작을수록 회로를 더 촘촘하게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의 지표다. 

▲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아직까지 TSMC와 삼성 파운드리 모두 양산 계획만 내놓고 있다. 재밌는 건 양사 계획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일단 적용 기술이 다르다. TSMC는 핀펫(FinFET) 방식을 활용한 3나노 공정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삼성 파운드리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FET) 방식을 적용한다.

GAA는 이론 상 핀펫보다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일부 언론에서 GAA를 '게임체인저'라고 부르는 이유다. 두 기술의 차이는 '트랜지스터 구조'에 있다. 트랜지스터는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반도체 주요 소자를 의미한다.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와 채널 간 접점이 클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핀펫은 게이트와 채널이 3면에서 맞닿는다. 3차원 구조다. 반면 GAA는 4면에서 맞닿는다. 4차원 구조다. 이론 상 GAA가 핀펫보다 효율성이 뛰어나다. 

▲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 (자료=삼성반도체이야기)

적용 기술만 다른 게 아니다. 3나노 양산 시점을 둔 양사의 태도도 사뭇 다르다. 삼성 파운드리는 2년 전부터 GAA를 적용한 3나노를 2022년 상반기 내 양산하겠다고 밝혀왔다.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일정에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 부사장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1세대 GAA 공정의 품질 검증을 완료해 2분기 업계 최초 양산을 통해 경쟁사 대비 기술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확신을 갖고 2분기 양산을 자신하는 셈이다. 

반면 TSMC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TSMC는 지난달 14일 1분기 컨퍼런스콜을 가졌다. 이날 기관투자가는 "3나노 공정이 2023년 매출 비중 10%를 초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TSMC는 2023년을 양산 시점으로 계획하고 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장비 관련 이슈가 있고, 해결하고 있다. 2023년 양산을 준비 중인데 큰 이슈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우리는 시장과 관련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다만 고객 수요는 엄청나다. 장비 업체들과 협력해 (설비 확보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 생태계를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는 '장비 부족' 현상을 언급하며 양산 시점 및 수익성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양사의 3나노 전략에 대한 업계 평가는 엇갈린다. 다만 "삼성전자가 목표(로드맵)를 달성한다면 추격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시장 평가에는 동의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단순 양산 성공으로는 안 된다"는 반응이다.

시장에선 삼성의 3나노 이전 세대 공정 기술 성숙도를 낮게 평가한다. 특히 4나노의 경우 수율(양품 비율)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 수율을 35% 이하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관련 내용을 일부 인정했다. 강 부사장은 "4나노는 초기 수율 램프업(생산량 확대)은 다소 지연된 면이 있었지만, 조기 안정화에 주력해 현재 예상한 수율 향상 곡선 내로 진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파운드리는 서비스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객사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고객사가 삼성 파운드리 품질에 의구심을 갖게 되면 첨단 공정 전환과 별개로 추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외신을 중심으로 언급된 '퀄컴 이슈'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삼성 파운드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샘모바일은 지난 2월 "퀄컴이 내년 출시 예정인 3나노 공정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운드리로 TSMC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기사 핵심은 삼성전자 수율 문제로 인해 퀄컴이 TSMC를 파운드리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강 부사장은 이 같은 우려를 두고 "현재 주요 고객사의 수요가 삼성전자가 가진 캐파(생산능력) 이상으로 견조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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