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소 도핑 산화주석 촉매가 적용된 이산화탄소 전환 개미산 생산 및 활용을 설명한 모식도.(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 불소 도핑 산화주석 촉매가 적용된 이산화탄소 전환 개미산 생산 및 활용을 설명한 모식도.(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의 증가는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포집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포집된 CO2를 어떻게 경제적으로 활용하는가’이다. 포집된 CO2의 활용방안이 뚜렷해야 해당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팀은 포집된 CO2를 산업적 활용성이 높은 ‘개미산(포름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식품가공·보존제 등으로 사용되는 개미산은 수소저장체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소속 오형석 박사는 4일 장시간 안정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액상화합물(개미산)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성과를 공개했다. 불소 도핑 산화주석 촉매의 대용량 합성법을 통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존 생산 방식보다 효율성·내구성이 높아 다양한 산업적 형태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더라도 저장 용량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사용할까’는 점이 학계 화두 중 하나”라며 “이산화탄소 자원화가 경제성을 갖춰야 포집기술 개발의 활성화도 이뤄질 수 있을 텐데, 이번 기술은 개미산 생성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자원화와 수소에너지 활용은 탄소중립 실현의 가장 실질적인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기술은 두 분야 모두 활용이 가능해 상용화 시 많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로 생성되는 개미산은 특유의 신맛을 내는 기초 화학원료다. 세균억제·수소이온지수 조절 효과를 지닌 물질이라 △식품가공 △보존제 △염색제 △가소제 △제설제 △경화지연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된다. 최근에는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개미산은 또 수소를 고가의 대형 특수용기가 아닌 제3의 물질과 결합해 저장·수송하는 LOHC(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 저장물질의 유력한 후보군에 포함돼 향후 높은 사업성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LOHC 기술의 핵심은 대용량의 수소를 저장하면서도 외부 자극에도 안정성이 유지되는 액상화합물의 확보인데, 개미산은 이런 특성이 있다.

개미산을 생성하는 과정은 대부분 화석연료의 열화학반응을 이용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직접 개미산으로 전환하게 되면 친환경적으로 생산이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액체로 전환하기 위한 액상 전환용 전극 물질의 성능을 높이고 장시간 안정적으로 전극이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구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불소가 도핑된 산화주석이 일반 산화주석보다 이산화탄소 전환 촉매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금속화 경향이 낮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주석에 불소를 도핑하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높은 개미산 전환 활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극을 개발했다. 이런 방법으로 제작된 불소 도핑 산화주석 전극은 기존 상용 산화주석 전극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개미산 생산량을 보였고, 일주일 이상의 장시간 반응에도 성능이 잘 유지돼 기존 전극대비 반응 내구성도 100배 이상 개선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그간 약점으로 여겨졌던 친환경성과 경제성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며 “암모니아 등 타 후보물질 대비 경쟁력을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 불소 도핑 산화주석과 산화주속의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 중 구조변화 모형.(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 불소 도핑 산화주석과 산화주속의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 중 구조변화 모형.(자료=한국과학기술연구원)

다양한 장점이 있는 기술이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오 박사는 ‘산업의 규모 확대’를 꼽았다. 그는 “수소에너지와 연관된 물질이라 기대는 받고 있지만 현재 개미산을 활용하는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며 “개발한 기술이 산업현장에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증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선 결국 관련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 산업 자체가 규모가 작아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오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IST 주요사업 △Carbon to X 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등으로도 선정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IF 14.919·JCR 분야 상위 4.861%)’ 최신 호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Exploring dopant effects in stannic oxide nanoparticles for CO2 electro-reduction to formate’이다. 제1 저자로는 이웅희 KIST 선임연구원과 고영진 KIST 박사 후 연구원이 이름을 올렸다.

오 박사는 “효율이 높은 전극을 개발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개미산의 대량생산이 지속해서 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며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CCUS)로서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수소 저장체로도 가능성이 높은 개미산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아지고 수소 기반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으며, 향후 국가적 의무인 탄소중립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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