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술 경쟁은 국가 방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나라 간 ‘패권 다툼’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우주산업은 미국과 소련이 냉전기 때 체제 경쟁의 상징으로 삼으며 발전해왔죠. 현재 우주 기술 개발은 과거와 달리 민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장성이 열린 우주산업의 국내외 소식을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왼쪽 3번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 2번째)으로부터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사진=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왼쪽 3번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 2번째)으로부터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사진=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과학기술계 숙원 사업으로 꼽혀온 항공우주청을 경상남도 사천시에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판 NASA(나사·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항공우주청은 국내 우주산업 진흥 컨트롤타워 부재로 야기된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일 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항공우주청 경남 사천 설립이 포함됐다. 오는 10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후 국회 논의 절차 등을 통해 항공우주청 모습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국정과제로 항공우주청 신설이 선정됐고 인수위 차원에선 경남 사천을 설립 지역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청 신설은 과학기술계 일각에서 지속해서 ‘대전 설립’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인수위는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경남 사천을 설립 지역으로 정했다. 장능인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발표한 내용을 인수위에서 정리해 설립 지역을 정한 것”이라며 “경남 사천은 사실 경제적으로 소외돼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고려, 선정이 이뤄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관련 산업체가 경남에 위치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엔 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선두 우주기업이 있다. 국내 154개 항공우주기업 중 95개가 경남에 위치한 만큼 집적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이 민관 협력을 국정 운영의 주요 기조로 삼은 만큼 산업계와의 연계가 항공우주청 설립 지역 선정에 주요 고려 지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남도 발표에 따르면 국내 우주산업 분야 생산액의 43% 수준을 경남이 담당하고 있다. 장 대변인은 또 항공우주청 경남 사천 설립으로 △일자리 창출 △예산 낙수 효과 △항공우주 산업 육성 촉진 △교육 인프라 신설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도 봤다.

‘110대 국정과제’서도 명문화
항공우주청 경남 사천 설립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명문화됐다.

윤 당선인은 ‘우주강국 도약 및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고 “우주 인프라 고도화 및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당 국정과제엔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항공우주청 신설 추진(경남 사천)’이란 내용이 포함됐다. 인수위는 △연구개발(R&D) △국가안보 △산업화 △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리더십을 갖춘 우주산업 선도형 거버넌스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인수위는 110대 국정과제가 발표된 날 경남도청에서 ‘경상남도 지역정책과제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경남지역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를 소개했다. 항공우주청 설립과 함께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차세대 한국형 원전산업 육성 등이 포함됐다.

▲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79번째로 선정된 우주산업 관련 내용.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항공우주청 신설 추진(경남 사천)’이란 내용이 담겼다.(자료=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79번째로 선정된 우주산업 관련 내용.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항공우주청 신설 추진(경남 사천)’이란 내용이 담겼다.(자료=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인 이례적 단체 행동…대전 ‘반발’
항공우주청 신설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지역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월14일 윤 당선인은 경남 창원 방문 중 “서부 경남에 한국의 나사를 만들어 항공우주산업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내용이 공개된 이후로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에 항공우주연구원·천문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 등 우주산업 관련 연구기관 34개 중 13개가 있고 다수의 항공우주 산업체도 위치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때문에 경남보다 항공우주청 설립으로 인한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단 주장이다. 정부에 항공우주청 설립을 처음 제안한 곳도 대전시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3월30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안을 통해 “항공우주청을 국토의 중심에 위치하며 국내 최고의 우주 관련 인프라를 갖춘 대전에 설립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최근 입장문을 내고 “행정기관 입지는 지역의 이익이 아니라 반드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고려돼야한다”며 “산·학·연·관·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진 대전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우주청 설립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했다. 또 대전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황운하·조승래·장철민 의원도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항공우주청 대전 유치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인수위의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지역 정치권뿐 아니라 과학기술인도 이례적으로 단체 행동에 나서며 반발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와 관련 산업계 관계자 80여명은 대전컨벤션센터(DCC) 앞에서 최근 ‘우주청 경남 설립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산업·전략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정치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 대전으로…“지역감정 매몰 벗어나야”
인수위는 항공우주청 설립과 별개로 방위사업청을 대전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대전·세종 국민보고회를 통해 방위사업청을 오는 2029년까지 대전정부청사 인근으로 옮긴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예산으로 약 17조원이 배정된 기관이다. 직원은 1600명에 달한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도 대전으로 이전된다. 장 지역특위 대변인은 “경제적 효과만 본다면 방위사업청이 되레 항공우주청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차원에서 항공우주청 설립이 정해졌지만 지역감정이 계속해서 고조되는 모습을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계 인사는 “효율성 측면에서 대전에 설립되길 바랐지만, 이왕 설립 지역이 확정된 만큼 더 이상 지역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항공우주청 설립의 본연의 목적을 생각할 때”라며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권한과 기능이 부여돼야 우주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누리호가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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