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우주산업, 5월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선 어떤 과제를 수행할지 관련 정책은 무엇인지를 진단합니다.
▲ 누리호가 2021년 10월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2021년 10월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2차 발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발사관리위원회는 발사예정일을 오는 6월15일로 정했다. ‘우주산업 진흥’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지는 첫 우주산업 대형 이벤트다.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이 누리호 2차 발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5년간 우리 정부가 취할 전체적인 우주산업 진흥 기조가 누리호 2차 발사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정부가 우주개발 사업을 제시하고 기업이 따라오던 방식인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벗어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접어들었다.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의미하는 뉴 스페이스 개막에 따라 관련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2018년 3500억달러(약 420조원)에서 오는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20조원)까지 연평균 5.3%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이 같은 기조를 반영, 누리호 2차 발사를 통해 우주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관 협력’은 윤석열 정부에서 내세운 주요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정책 방향성은 지난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우주강국 도약 및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79번째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미래 우주분야 핵심 경쟁력 확보와 민간 중심 우주산업 활성화를 통해 사회 및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우주개발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기술의 민간 이전을 촉진하고 기업의 참여를 확대해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는 우주개발 역량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미국·러시아·유럽·중국·일본·인도에 이어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구체적으로 △발사체 △위성 △우주탐사 △위성항법을 모두 추진할 역량을 갖춘 7번째 국가로 등극하겠단 포부다.

‘미완’ 누리호 1차 발사…원인은?
자체 우주 수송 능력 확보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기본 요건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21일 이뤄진 누리호 1차 발사는 우리나라의 자체 발사체 확보란 의미를 남겼다. 700km 상공에 도달하기까지 발사체 3단 및 페어링 분리 등 당초 ‘난제’로 꼽힌 주요 비행 과정들을 문제없이 수행했다.

그러나 1.5톤(t)급 실용 인공위성을 자체적으로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 등극에는 미치지 못했다. 누리호를 통해 쏘아 올려진 1.5t 위성모사체(위성을 본떠 만든 모형)가 700km 태양동기궤도 안착하지 못하고 추락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오르려면 중력을 이겨내는 속도(7.5km/s)가 필요하다. 누리호는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엔진이 목표로 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되면서 해당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누리호 1차 발사 이후 즉각 발사조사위원회(조사위)를 꾸렸다. 조사위는 두 달 만에 ‘위성모사체의 궤도 진입 실패 원인’을 찾았다. 산화제탱크의 작동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사위는 누리호의 3단 산화제탱크 내부에 장착된 헬륨탱크의 고정 장치가 설계부터 비행 중 부력 증가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봤다.

최석환 누리호 발사조사위원장(항우연 부원장)은 당시 “(헬륨 탱크의 고정 장치에 가해지는) 중력에 의한 부력을 1G(1G=지구 표면에서의 중력)로만 고려했다”며 “그러나 실제로 비행 중에 최대 4.3G에 해당되는 가속도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부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비행 시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 상승으로 고정 장치가 풀렸고, 이에 따라 헬륨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이탈하면서 3단 엔진의 연소가 조기에 종료된 것으로 조사위는 추정했다.

▲ 누리호 1차 발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3단 산화제탱크 내 고압헬륨탱크 및 배관 배치도.(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누리호 1차 발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3단 산화제탱크 내 고압헬륨탱크 및 배관 배치도.(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더 강해진 누리호, 6월15일 ‘우주로’
누리호 2차 발사에선 문제로 지목된 부분들의 개선과 함께 작동하는 위성이 탑재된다. 1.3t의 위성모사체와 함께 약 180kg의 성능검증위성이 태양동기궤도에 오르게 된다. 위성모사체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라진 지점이다. 3차 발사엔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실릴 예정이다.

성능검증위성엔 국내에서 개발된 △발열전지 △제어모멘트자이로 △에스밴드(S-Band) 안테나가 탑재된다. 우주환경에서 탑재체가 설계에 따라 작동하는지를 확인한다. 이와 함께 국내 대학에서 개발한 큐브위성 4기도 우주로 향한다. 해당 위성들은 600~800km 사이의 태양동기궤도에서 2년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큐브위성 4기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서울대·연세대·조선대 학생들이 2년간 제작했다.

큐브위성은 △지구대기관측 GPS RO(Radio Occultation) 데이터 수집 △미세먼지 모니터링 △초분광 카메라 지구관측 △전자광학·중적외선·장적외선 다중밴드 지구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항우연은 지난 4월 큐브위성 4기를 장착하고 성능검증위성의 질량 특성 측정 시험도 마쳤다. △무게 중심 △관성모멘트(회전하는 물체가 회전을 지속하려는 성질의 크기) 등을 정밀하게 측정한 데이터는 성능검증위성이 누리호에서 분리된 후 궤도에서 안정적으로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연구진은 성능검증위성이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 도착하는 16일부터 누리호와의 결합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호 2차 발사엔 앞서 문제가 됐던 3단 부분의 개선 사항도 반영됐다. 연구진은 3단 산화제탱크의 헬륨탱크 하부지지부와 맨홀덮개의 구조를 변경·보강하면 1차 발사에서 발생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진은 구체적으로 헬륨탱크를 고정하는 부위에 대한 설계 변경을 통해 3단 비행 과정에서 발생했던 부력 증가 문제를 해결했다. 산화제탱크 상단에 달린 맨홀덮개의 두께도 보강됐다. 설계 변경된 부품의 검증 결과 4.3G를 넘어서는 부력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산된 하중의 1.5배까지 견딜 수 있도록 검증을 마쳐 6.45G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게 항우연 측 설명이다. 누리호 2차 발사에 사용될 비행 모델의 3단부는 지난해에 이미 조립이 완료된 상태다.

누리호는 총 3단으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현재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1단과 2단의 결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2단 결합 이후 파이로록(화약을 터뜨리는 장치) 설치가 이뤄진다. 성능검증위성을 실은 3단 결합까지 마치면 발사까지 모든 준비가 끝난다. 항우연 측은 해당 절차가 오는 6월12일엔 끝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발사관리위원회는 2차 발사예정일을 6월15일로, 발사예비일은 6월16일~23일로 정했다. 최종 발사일은 향후 기상상황 등을 고려해 확정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민간 자본 140억원을 포함해 총 1조9330억원이 투입해 2030년 첫 발사를 목표로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는 게 골자다. 해당 발사체가 완성된다면 우리나라는 지구궤도 위성뿐만 아니라 달·화성 등에 대한 독자적인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설계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첫 발사체 개발 사업으로 민간의 발사체 개발 역량을 제고하는데 본 사업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누리호(왼쪽)와 차세대 발사체 성능 비교.(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누리호(왼쪽)와 차세대 발사체 성능 비교.(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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