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메타버스 가상오피스와 가상 동물원, '무너 IP(지식재산권)' 기반 NFT(대체불가토큰) 신사업에 나선다. 그러나 이들 시장은 지난 2년간 불어온 비대면, 디지털화 열풍 속에 이미 많은 경쟁자가 진입해 있는 시장이다. 신선함을 어필하기엔 LG유플러스가 공개한 것과 유사한 서비스도 적지 않다. 이에 상대적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LG유플러스는 각 타깃층 수요에 최적화된 서비스 설계, 기존 플랫폼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불만요소) 공략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겠단 방침이다.

회사는 17일 서울시 용산구 사옥에서 서비스 설명회를 열고 현재 개발·테스트 중인 가상오피스, 가상 동물원, NFT의 일면을 공개했다. 가상오피스는 기업이 대상이며 가상 동물원은 키즈(어린이), NFT는 MZ세대(1981년~2010년생)가 주요 타깃이다.

업무만? 소속감에 중점을 둔 '가상오피스'
U+ 가상오피스는 오프라인, 온라인 원격 근무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 시대를 맞아 PC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사무실이다. LG유플러스의 목표는 이 공간에서 온·오프라인의 모든 직원이 소속감, 편의를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채팅·음성·화상대화, 자료 공유를 모두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1:1 회의방, 회의 내용이 자동 기록되는 AI 회의록 기능이 지원되며 아바타를 이용한 대화 모습이 어색하지 않도록 립싱크 기술도 연구 중이다. 다양한 제스처를 활용해 상호 간 비음성적인 소통도 가능하다. 특히 업무에는 대부분 고사양 PC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저사양에서도 고품질 3D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화 기술을 글로벌 3D 게임엔진 플랫폼 기업 유니티와 개발 중이다.

김민구 서비스인큐베이션랩장은 "시중에 이미 비슷한 가상오피스들이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고, 혼자 일하는 느낌을 받는 점이 페인 포인트"라며 "우리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전체 서비스단에서 확실한 소속감과 원활한 업무 효율을 제공한다. 이 점을 통해 반드시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U+가상오피스는 올해 연말 오픈베타 서비스가 시작된다. 정식 출시는 내년이다. 앞서 사내, 일부 고객사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대규모 회의를 위한 타운홀 미팅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 LG유플러스가 개발 중인 메타버스 기반 가상 오피스 데모. (사진=이건한 기자)
▲ LG유플러스가 개발 중인 메타버스 기반 가상 오피스 데모. (사진=이건한 기자)

구경만? AI NPC와 소통하는 '가상 동물원'
U+키즈동물원도 3D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동물원이다.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앱으로 개발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상동물원 개발 역시 실사용자인 12세 미만 알파세대(2011년 이후 출생자) 입맛에 맞춰 체험학습, 게임요소, 플랫폼 내 소통 기능 구현에 중점을 뒀다. 김 랩장은 "기존 키즈 콘텐츠는 대부분 영상을 일방적으로 보는 데 그쳤는데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퀴즈를 푸는 식의 체험 요소가 추가되자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며 "특히 아이들이 퀴즈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퀴즈 보상을 다 모으는 과정에서 얻은 동물에 대한 지식도 오래가고 아이들도 재밌어해 부모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이 나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연된 U+키즈동물원에서는 30여종의 야생동물과 20여종의 공룡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용자는 직접 동물원을 활보하며 이들을 체험해보고, 길을 가다 마주친 AI(인공지능) NPC(도우미)들과는 음성으로 동물과 공룡에 대해 묻고 학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지나가는 친구와 영상채팅을 나눌 수 있는 소통 기능, 퀴즈를 풀고 받은 보상으로는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기능도 제공된다.

LG유플러스는 알파세대에겐 메타버스가 일상의 기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새로운 시청각 경험과 학습 효과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서비스를 개발했다. U+키즈동물원은 하반기 오픈베타 버전을 출시하고, 향후 다양한 주제의 학습 요소를 지속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 U+키즈동물원 데모. 동물을 구경하고 NPC에게 음성으로 질문할 수도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 U+키즈동물원 데모. 동물을 구경하고 NPC에게 음성으로 질문할 수도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소유만? 커뮤니티화 노리는 '무너 NFT'
LG유플러스는 메타버스와 함께 NFT 기반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나선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인증서다. NFT로 발행된 디지털 콘텐츠들은 겉모습이 같아도 각기 다른 고유의 값을 갖고 있으며 대체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암호화폐(가상자산)로 소유권을 거래할 수도 있어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부 NFT는 소유자의 정체성 표현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트위터의 경우 올해 1월 사용자들이 프로필을 NFT 이미지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김 랩장은 "LG유플러스가 주시하는 미래 변화에도 MZ세대들이 NFT를 자산 이상의 개인 정체성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는 점이 있다"며 "자사의 캐릭터 '무너'를 NFT로 발행하고 이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LG유플러스가 발행할 무너NFT. (사진=이건한 기자)
▲ LG유플러스가 발행할 무너NFT. (사진=이건한 기자)

무너는 사회초년생을 대변하는 LG유플러스의 문어형 캐릭터다. 8개의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문어의 모습으로 다양한 모습,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하는 사회초년생들을 대변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김 랩장은 "무너의 세계관에 MZ세대가 반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무너 NFT의 구매 경험이 커뮤니티로 연결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전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이달 11일 진행된 50장의 무너 NFT 사전예약은 9분만에 매진됐다. LG유플러스는 디자이너가 일일이 그리지 않아도 프로그래밍으로 다양한 형태, 희귀 요소 등을 첨가할 수 있는 제너레티브 아트로 300장의 무너 NFT를 이달 25일 클레이튼 블록체인에서 발행할 예정이다. 또 NFT의 보유 가치를 높이고 커뮤니티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 보유자에게는 레고랜드 티켓 증정, 지속적인 온·오프라인 혜택 참여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무너NFT 커뮤니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해선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장준영 IMC 담당은 "결국은 소유하고 싶은 NFT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일회성 판매나 마케팅에 집중하는 대신 NFT 매출을 전액 기부해서 참여자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하는 점을 마케팅에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LG유플러스의 가상 오피스, 동물원, NFT 사업 개요.(자료=LGU+)
▲ LG유플러스의 가상 오피스, 동물원, NFT 사업 개요.(자료=LGU+)

LG유플러스는 나아가 메타버스와 NFT를 접목한 프로젝트도 공개할 계획이다. NFT를 보유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이를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동종 NFT 소유자들과 만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에 대한 수요가 있을 거란 예측이다.

한편 LG유플러스가 이날 공개한 3가지 서비스는 모두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 정식 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올해 LG유플러스 매출 변화에는 기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2022년 1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주력 사업인 무선 부문 매출이 감소하면서 회사의 전체 성장 동력이 제동이 걸렸다. 이 같은 측면에서 그간 전통의 통신 사업에 집중해온 LG유플러스에는 차세대 신사업 아이템들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과 성공이란 과제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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