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아이오닉5 생산공장.(사진=현대차)
▲ 국내 아이오닉5 생산공장.(사진=현대차)

'전동화 전환(electrification)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21조원을 투자한다. 1분기 연결 기준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은 약 31조원에 달한다. 21조원의 투자금은 이중 67%에 달하는 규모이다. 투자금은 내연기관 생산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으로 바꾸는데 투입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18일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생산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해 2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올해 35만대에 불과한 전기차 생산대수를 2030년까지 144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공장에서 323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이중 44.5%(144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 시장조사기관인 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은 3475만6000대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가 생산목표를 달성할 경우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은 9%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 생산되는 전기차 중 약 4%가 국내에서 생산된다. 현재 국내에는 현대차 외에도 쌍용차, GM, 르노코리아, 엠에스오토텍(패러데이퓨처 OEM 생산) 등이 국내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다수의 메이커가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만, 핵심은 현대차와 기아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핵심이 미국과 유럽, 중국임에도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자동차 산업은 막대한 일자리를 차지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해외로 아웃소싱 대신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2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은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전기차 신차 라인업을 다양화하는데 쓰인다. 선행기술을 개발하고 전기차 인프라를 조성하는데도 활용된다.

▲ 기아 PBV 콘셉트카11.(자료=현대차)
▲ 기아 PBV 콘셉트카11.(자료=현대차)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하고, 기존 공장에는 전기차 전용 라인업을 세운다. 생산을 최적화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미래 제조 혁신기술 인큐베이터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유연 생산 시스템과 물류 시스템 등을 국내 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이는 생산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표준 맨아워(Man Hour·1인 1시간의 작업분량)'를 산정하기 위한 것으로 노조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의 생산체계를 효율화하려면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낸다. 2025년 도입하는 승용 전기차 전용 'EM' 플랫폼을 비롯해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체계에서 다양한 전용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개발한다. 이 플랫폼은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대차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협력사와 함께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배터리와 모터 등 PE(Power Electric)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1회 충전 주행거리(AER, All Electric Range)를 증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의 핵심 기반인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인프라 부문도 투자한다.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출범했다. 지난 4월에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E-CSP, E-pit Charging Service Platform)을 론칭했다.

현대차그룹은 롯데그룹과 KB자산운용 등과 협력해 충전 인프라에 필요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심에 5000기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한다.

이외에도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ESS(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짧게는 5년, 길어야 10년이다. 충방전을 거치면서 주행거리가 줄고, 충전속도도 느려지는 탓이다. 이를 ESS로 재활용할 경우 친환경 발전으로 인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태생기를 넘어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며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 투자와 연구개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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