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서울 '성수동'을 거점으로 연 거래액 3조원 시대를 향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입점 브랜드 및 신진 디자이너, 패션 스타트업과의 상생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무신사 스튜디오'의 3호점을 이달 초 성수역 인근에 오픈한 데 이어 올 여름 성수 신사옥에 스타일쉐어와 29CM(에이플러스비)과의 통합을 일부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대형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무신사는 이미 홍대, 동대문 등에 무신사 스튜디오와 자사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등을 오픈한 바 있다. 다만 초기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했던 것과 달리 성수동 신사옥을 중심으로 자회사 등 사업체를 모으고, 신규 사업 및 프로젝트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성수를 중심으로 한 무신사의 행보는 새로운 시도로 풀이된다.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 작지만 '상생'위한 다양한 시도
무신사는 이달 초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에 무신사 스튜디오 3호점인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을 열었다. 성수점은 2018년 동대문점과 지난 2월 한남점에 이어 세 번째 무신사 스튜디오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로, '패션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브랜드와 디자니어 등을 지원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3층에 마련된 '무신사 테라스' 공간. 무신사 입점 브랜드 팝업 스토어와 스튜디오 입점 브랜드를 위한 카페가 마련돼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3층에 마련된 '무신사 테라스' 공간. 무신사 입점 브랜드 팝업 스토어와 스튜디오 입점 브랜드를 위한 카페가 마련돼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무신사는 지역 특성에 따라 무신사 스튜디오 3개점에 차별화를 뒀다. 동대문점의 경우 패션 스타트업과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원단 관련 업체, 쇼핑몰 등이 밀집돼 있는 것을 고려해 2200평 1200석 규모로 구성됐다. 한남점의 경우 2~3인실 소규모 오피스 니즈가 많은 점을 고려해 600평, 2700석 규모 중 절반 가량을 소규모 2~3인실로 구성했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성수점은 약 900평, 400석으로 스튜디오 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브랜드,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한 것이 특징이다. 오프라인 공간 '무신사 테라스'와 거점 공유 촬영 스튜디오, 루프탑 테라스, 오픈 라운지 등 휴게 공간이 마련됐다. 

3층에는 입점 브랜드를 위해 카페와 쇼룸을 갖춘 무신사 테라스를, 4~8층은 사무공간인 섹션 오피스와 라운지, 촬영 스튜디오 등을, 꼭대기 9층에는 루프탑 테라스와 오픈 라운지 내 전시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4~8층 사무공간 외 3층 무신사 테라스와 9층 라운지는 입주자 외에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3층 무신사 테라스에는 처음으로 무신사 입점 브랜드와 협업한 팝업 스토어가 마련됐다. 무신사가 온라인 기반의 패션 플랫폼인 만큼, 입점 브랜드들 역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입점 브랜드를 테마로 한 쇼룸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상품을 직접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첫 번째 브랜드는 국내 빈티지 캐주얼 브랜드 '예일'로, '유니버시티 댄 그로서리 & 델리 마켓' 테마로 브랜디드 카페와 팝업 스토어를 오는 7월 10일까지 운영한다. 

무신사에 따르면 3층 중앙에 마련된 예일 테마 부스 등을 포함한 예일 팝업 스토어의 인테리어 비용 등은 모두 무신사가 지원한다. 무신사는 수 개월 간격으로 바뀌는 팝업 스토어 입점 브랜드 인테리어 비용의 상한가를 두고, 설치 비용을 무상으로 지원해 입점 브랜드와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블로터>에 "브랜드 '예일'의 경우 그로서리 마켓 테마를 위한 소품을 제외한 비용을 모두 무신사가 부담했다"며 "향후 오프라인에서 고객들의 피드백을 필요로 하는 무신사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꾸준히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4~8층에 마련된 사무공간. 입주자들만 사용할 수 있으며 라운지에는 자회사 29CM의 디자인 가구들을 배치했다. (사진=안신혜 기자)
▲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4~8층에 마련된 사무공간. 입주자들만 사용할 수 있으며 라운지에는 자회사 29CM의 디자인 가구들을 배치했다. (사진=안신혜 기자)
4~8층 사무공간 내 마련된 촬영 스튜디오는 거점 공유 오피스로,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점과 한남점 입주 고객들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무신사 측은 다른 지점의 촬영 스튜디오들이 지하에 마련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자연 채광 촬영이 가능한 성수점 이용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무공간 각 층 오픈 라운지에는 29CM에서 판매하고 있는 디자인 가구를 배치, 자회사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오픈 당시 약 80% 가량 입주가 완료된 상태다. <블로터> 취재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최소 3개월부터 12개월까지로, 2~3인실과 4인실, 7인실 등의 경우 보증금에 각각 월 140만원, 300만원, 420만원 가량에 입주가 가능하다. 무신사는 12개월 이상 장기 계약 시 할인 프로모션 및 인원 확충 시 사무실 무료 이주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9층 루프탑 테라스, 라운지의 경우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입주자 외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블로터>에 "무신사 스튜디오 입점 기획 당시, 성수동이 위치한 성동구와 함께 일반인들과의 상생 방안을 논의했다"며 "스튜디오 성수점이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출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활용해 9층 루프탑 테라스와 라운지를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무신사·스타일쉐어·29CM, 사업부 상생 시작
별도로 운영되던 자회사들도 성수동을 기점으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인수한 스타일쉐어, 에이플러스비(29CM)를 인수한 바 있는데, 올해부터 성수 신규 사옥에 사무실 일부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4~9층 사무공간 내 촬영 스튜디오와 섹션 사무실(위), 9층 루프탑 테라스와 전시 공간(아래). (사진=안신혜 기자)
▲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4~9층 사무공간 내 촬영 스튜디오와 섹션 사무실(위), 9층 루프탑 테라스와 전시 공간(아래). (사진=안신혜 기자)
업계에 따르면 당초 성수동 신규 사옥 입주가 예정된 2024년보다 이른 올 여름 무신사와 스타일쉐어, 29CM 사무실을 부분 통합할 예정이다. 입주 사옥은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이 위치한 성수역 인근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오픈에 앞서 무신사 자사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의 슬랙스 테마 팝업 스토어 '슬랙스 랩'을 운영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2호점 역시 연내 강남에 오픈할 예정으로, 초기 홍대 및 동대문 등에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던 것과 달리 거점 '성수'에 힘을 보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스타일쉐어와 29CM 역시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스타일쉐어는 15~20 Z세대 여성 소비자를 타겟으로 기존 콘셉트인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등 애플리케이션을 개선했다. 29CM의 경우 '당신이(2) 구(9)하던 삶'이라는 주제로, 취향 섹렉트숍으로으로서의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 참여 이벤트를 대거 진행하고, 이달 서울 삼각지에 오프라인 거점이자 첫 팝업 스토어 '29맨션'을 운영했다. 

무신사와 함께 스타일쉐어, 29CM까지 온·오프라인으로 공간을 확장하며 브랜드를 성장시켜 각 브랜드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무신사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계획하고 있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2019년 연간 거래액 9000억원에서 2020년 1조2000억원으로 1조원 시대를 연 뒤, 지난해 2조3000억원까지 성장하고 있는 무신사는 올해 연 거래액 3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가 성수동을 패션 특화 지역으로 낙점한 이후 최근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무신사 뿐만 아니라 스타일쉐어, 29CM까지 한 공동체로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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