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스뱅크 '사장님대출' 홍보 이미지.(사진=토스뱅크)
▲ 토스뱅크 '사장님대출' 홍보 이미지.(사진=토스뱅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궁극적인 경쟁상대는 IBK기업은행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은 가계대출에 적용됐던 특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대출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대출은 인터넷은행법상 제한돼 중소기업대출에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에 속하는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최근 출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토스뱅크가 지난 2월 선보인 '사장님대출'은 대출 잔액이 현재 약 4000억원에 달한다. 또 이달 11일 출시한 '사장님대출 마이너스통장'은 출시 4일 만에 대출 약정액이 200억원을 돌파했다. 케이뱅크도 이달 17일 개인사업자를 위한 '사장님대출'을 출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 주시고 있다"고 전했다.

저금리·간편성 앞세워 사장님 눈길 단 번에 잡았다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이 시장에서 빠르게 호응을 얻는 것은 혜택과 간편성 덕분이다. 토스뱅크 사장님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서나, 고객의 부동산 등을 담보로 하지 않고 개인의 신용에 따라 한도를 부여하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이다. 매출액이 크지 않더라도, 연소득이 일정하거나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경우 단기간에 높은 소득을 올린 사업자에 비해 높은 신용도를 부여하는 식의 다면화된 신용평가모형(CSS)인 'TSS(토스 스코어링 시스템)'가 특징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TSS를 통해 기존 1금융권에서 고객대접을 받지 못했던 중저신용자, 금융이력부족자 등을 1금융권 따뜻한 울타리안으로 다시 포용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며 "타 인터넷은행들과도 돋보이는 토뱅만의 특장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케이뱅크의 사장님대출은 신용보증재단과 제휴한 '온택트 특례보증' 상품으로, 신보 보증서를 지참해야만 실행된다. 금리 조건은 토스뱅크보다 좋다.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연 3.42%의 동일한 금리를 적용한다. 토스뱅크 사장님대출 금리는 연 3.85~15.00%다.

그러나 케이뱅크 사장님대출은 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없다. 신보 온택트 특례보증은 사업자등록 후 1년이 경과하고 대표자 신용평점(나이스신용평가 기준)이 745점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신용등급 6등급(665~749점)의 최상단부터 해당한다.

통상적인 대출상품은 연체율과 부도율 등의 리스크를 반영해 신용등급 구간별로 금리를 차등화한다. 케이뱅크 사장님대출은 단일금리를 책정해 중신용자(4~6등급) 대상으로 마진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측면이 있으나, 신보 보증서가 담보되는 만큼 부도에 따른 손실 걱정은 없다.

케이뱅크나 토스뱅크나 각사가 취급하는 사장님대출 조건에 해당하기만 하면 시중은행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도 혜택을 간편하게 누릴 수 있어 인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취급 시중은행 일반 신용대출 고신용자(1~2등급)의 대출금리는 연 3% 중후반에서 연 4%대다. 특히 케이뱅크는 6월 말까지 사장님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한 달치 이자를 돌려주고 간편 매출관리앱 'KT세모가게'도 1년 무료 사용을 지원한다.

중기시장 노리지만 만만치 않은 IBK기업은행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들어 개인사업자대출 경쟁에 나선 건 금융위원회가 '은행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다. 일반은행에서는 예대율(은행의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 규제(100% 이내)를 충족하기 위해 가계대출(115%)보다 기업대출(85%)을 취급하는 게 유리하다. 똑같은 100만원을 빌려줘도 개인은 115만원, 기업에 대해서는 85만원으로 인식된다.

이와 달리 인터넷은행은 그동안 기업대출 미취급 시 가계대출에 100%의 가중치를 적용받아 기업대출에 나설 요인이 없었다. 개정안에 따라 인터넷은행도 일반은행처럼 가계대출에 대해 115%, 기업대출 부문에선 중소기업 85%, 개인사업자 100%의 가중치를 적용받게 됐다. 개인사업자대출이 개정안 시행 전 가계대출과 비슷한 중요성을 가지게 된 셈이다.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중기대출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 밑작업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 4분기 개인사업자 대출을 선보인다는 계획인데, 장기적으로는 중기시장 전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한 법인에 대해서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목표시장은 가계자금과 중소기업자금 대출시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기대출 시장의 맹주인 IBK기업은행에 맞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 1분기 말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2.6% 증가한 209조3000억원으로, 중소기업금융 시장점유율이 업계 1위인 22.9%에 달한다. 지난해 거래 기업수 200만개를 넘어섰다. 자산 규모가 큰 5대 시중은행이라도 중소기업금융 시장에서는 기업은행을 따라가지 못한다.

▲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 및 시장점유율 추이.(사진=IBK기업은행)
▲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 및 시장점유율 추이.(사진=IBK기업은행)

중소기업 시장은 현장영업을 비롯해 담보 평가, 실사 등을 위한 전문인력과 업력이 중요해 비대면으로만 오롯이 공략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IT인력이 다수인 인터넷은행들이 중소기업 시장을 단기간에 공략할 수 없고, 진입하더라도 기업은행이라는 '벽'을 넘기 위해선 전문인력은 물론 뛰어난 상품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상장을 목표로 하는 케이뱅크로선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해 기업대출 시장에서의 성과가 요구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개인사업자대출로 상품을 확장하고 있지만 당사의 중기대출 점유율은 오히려 전년도보다 증가했다"며 "개인사업자대출은 사업장 규모가 작다보니 서류가 단순하고 리스크도 덜할 수 있지만, 기업대출의 경우 서류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을 현장에서 실사를 통해 파악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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