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지난 2021년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18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사진=HD현대)
▲ 현대중공업이 지난 2021년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18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사진=HD현대)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Avikus)가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거나 최소화하는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 중이다. 선박 운용 및 해상물류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과 ICT(정보통신기술) 부문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2일 SK해운과 18만 입방미터(㎥)급 초대형 LNG 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향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 선박에는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이 탑재됐다.

아비커스는 이번 항해가 자율운항 기술로 선박을 제어해 대양을 횡단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선박은 지난달 1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의 프리포트에서 출발, 파나마 운하를 통과했으며 태평양을 횡단했다. 33일 동안의 운항을 마치고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아비커스(Avikus)는?

아비커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1호 사내벤처로 출발해, 2020년 12월 현대중공업지주에 편입됐다. 한국조선해양이 선박항해보조시스템 사업부를 아비커스에 양도하면서 독립 경영의 틀이 갖춰졌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수는 29명이며, 한국조선해양의 자율운항연구실장이던 임도형 실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3억7800만원의 매출을 냈고, 33억69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자산총액은 116억원이며, 자본총계는 106억원(자본금 8억5000만원)이다. 아비커스는 HD현대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프리즘 커리지호는 총 운항거리 약 2만km 중 절반인 1만km를 하이나스 2.0을 적용해 자율운항했다. 아비커스가 개발한 하이나스 2.0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 Integrated Smartship Solution)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 기술은 최적의 경로와 항해속도를 생성하고, 인공지능이 날씨와 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명령까지 제어하는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은 기존 1단계 기술인 인지 및 판단 기능에 더해 조종 및 제어까지 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사진=HD현대)
▲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사진=HD현대)

프리즘 커리지호는 이번 항해에서 최적 경로로 자율운항하며, 연료 효율을 약 7% 높였다. 온실가스 배출은 약 5% 절감했다. 운항 중 타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해 충돌 위험을 100여 차례 회피했다.

선박 자율운항은 해운업계의 인력난와 인적 과실로 인한 안전성 문제, 운항 중 오염물질 배출 등 해운업계가 처한 여러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29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영훈 프리즘 커리지호 선장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이번 테스트에서 항로 유지, 자율 변침(變針) 및 선박 피항조선(避航操船)에 있어 큰 도움이 됐고 선원 항해 업무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자율운항 1단계 기술을 넘어 실제로 선박을 움직이는 2단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대형 상선뿐만 아니라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까지 고도화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항해는 자율운항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에 대한 객관적 입증을 위해 미국선급협회(ABS) 및 한국선급(KR)의 실시간 모니터링 하에 진행됐다. 아비커스는 미국선급으로부터 이번 자율운항 대양횡단의 결과증명서를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한편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올해 초에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2022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선보였으며, 미국선급협회와 선박 자율운항기술의 단계별 기본인증을 위한 협력에 나서는 등 자율운항 기술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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