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인문학적 정의에 가깝다. 무엇을 핵심 요소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고 본다. 카카오만의 강점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시작해야한다. 카카오는 텍스트가 강하기 때문에 텍스트 기반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7일 오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메타버스 정의다. 보통 메타버스는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펼쳐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남궁 대표는 여기에 카카오만의 정의를 더했다.
카카오는 메타버스 첫 단추로 '오픈링크'를 제시했다. 오픈링크는 취미·장소·인물 등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반으로 제공된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오픈링크를 출시할 계획이다.
남궁 대표는 "반려동물에 관심 갖는 사람, 특정 뮤지션에 관심 갖는 사람 등 관심사가 맞는 사람 간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오픈링크로 카카오 서비스 전체가 연결될 수 있고, 외부 세상까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오픈채팅방 내 자동 번역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카카오 약점으로 지적받던 '지인 기반' 서비스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이를 메타버스로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메타버스는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스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된 개념이다. 스노 크래시에서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아바타 등으로 표현된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메타버스'도 모두 스노 크래시 속 형태를 띄고 있다.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네이버 제페토, 로블록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오픈링크는 가상세계, 아바타와는 거리가 멀다. 지인 기반 서비스에서 비지인간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할 뿐이다.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메타버스와 엮을 수 있지만, 이는 기존 소셜미디어(SNS)에서도 가능한 활동이다.
이날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도 관련 내용이 2차례 언급됐다. 질문 의도는 비슷했다. "텍스트로만 표현된 서비스, 오픈링크를 메타버스라고 표현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의였다.
남궁 대표는 "텍스트 집중이 메타버스 시대에 적응하는 좋은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는 인문학적 정의에 가깝다. 무엇을 핵심 요소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고 본다. 카카오만의 강점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시작해야한다. 카카오는 텍스트가 강하기 때문에 텍스트 기반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오픈링크와 함께 변화할 서비스들도 소개했다. 먼저 프로필을 개편할 방침이다. 이용자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표현하고, 나만의 펫을 키울 수 있는 기능을 적용할 방침이다. 프로필에 방문한 친구들과 이모티콘, 응원메시지 등 소통 기능도 추가한다.
이용자 간(B2C2C) 경제 생태계 구축도 시도한다. 오픈채팅방에는 구독 모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방장이 정보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다만 불법·비도덕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카카오는 '신고 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이날 오픈링크, B2C2C 등을 새로운 '카카오 유니버스'라고 정의했다. 남궁 대표는 "전 세계 1%에 불과한 국내 5000만 이용자가 아닌 99%, 글로벌 이용자 50억명을 (카카오 유니버스)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카카오 유니버스 목표 달성을 위한 연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궁 대표는 "현재 구체적 목표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