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이 열린 우주산업의 국내외 소식을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 한글과컴퓨터의 우리나라 첫 지구관측용 민간위성 ‘세종1호’가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버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5월25일 오후 2시3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3시35분)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글과컴퓨터)
▲ 한글과컴퓨터의 우리나라 첫 지구관측용 민간위성 ‘세종1호’가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버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5월25일 오후 2시3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3시35분)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글과컴퓨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두 번째 도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1.5t급 실용 인공위성을 자체 발사해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누리호 2차 발사는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오는 15일 오후 4시로 예정돼 있다.

누리호는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상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누리호 성공이 끝이 아니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1.5t 중량이 대표적이다. 누리호가 탑재할 수 있는 중량인 1.5t은 통상적인 정지궤도 통신 위성의 무게(3t)에 한참 부족하다. 또 인공위성이 정지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선 약 3만6000km 고도까지 발사체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누리호 2차 발사의 목표 고도는 700km다.

누리호 성능의 한계는 국내 인공위성 사업자의 제약 사항으로도 꼽힌다. 2차 발사가 성공하더라도 누리호만으론 인공위성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인공위성 중량 최대 1.5t, 고도 600~800km’로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의 성능은 중량에 따라 높아지고, 궤도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기능도 달라진다.

KT SAT(샛)이 이르면 2024년, 적어도 2025년에는 우주로 보낼 무궁화인공위성 6A는 이 때문에 해외에서 발사될 수밖에 없다. 무궁화인공위성 6A의 예상 중량이 3t이 넘고, 목표 고도 역시 800km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KT 샛은 무궁화인공위성 6A의 발사를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와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샛은 정지궤도 인공위성을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이다. 무궁화위성 5호·5A호·6호·7호와 KOREASAT 8을 통해 통신위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세계 면적의 60%, 세계 인구의 80% 수준을 충당할 수 있는 통신위성 사업 능력을 갖췄다.

무궁화인공위성 6A는 2025년 수명이 다하는 무궁화위성 6호의 승계를 목적으로 한다. 무궁화위성 6호는 동경 116도, 고도 3만5786Km 정지궤도에서 운용되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Ku밴드 FSS(Fixed Satellite Service·통신용) 24기와 Ku밴드 DBS(Direct Broadcasting Serivce·방송용) 6기 등 총 30기의 중계를 탑재, 고화질(HD) 위성방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무궁화인공위성 6A 역시 무궁화인공위성 6호와 마찬가지로 정지궤도에 오른다. 동경 116도에 위치해 26기의 탑재체(Ku대역 방송·통신용 중계기)로 방송·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KT 샛은 2025년 하반기부턴 무궁화인공위성 6A를 통한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도록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무궁화인공위성 6A가 운용된다면 KT 샛은 지금보다 진일보한 통신위성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을 갖추게 된다.

누리호 성공에도 ‘기업 뒷받침’ 역부족
KT 샛이 진출해있는 인공위성 기반 서비스 시장은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특히 KT 샛이 최근 사업을 시작한 ‘스페이스 데이터(Space Data)’는 활용도가 높아 세계 굴지의 우주탐사 기업들이 미래먹거리로 꼽은 분야다. 스페이스 데이터는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지구 관측 영상·이미지 등 우주를 통해 오가는 다양한 정보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마켓츠앤마켓츠는 위성 이미지 데이터 시장 규모가 2021년 59억달러(약 7조원)에서 2026년에는 그 규모가 3배 이상 성장해 167억달러(약 21조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밸류에이츠는 스페이스 데이터 산업과 밀접한 세계 초소형 인공위성 시장이 2020년 32억달러(약 4조원)에서 2030년 141억달러(약 18조원)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스페이스 데이터 사업의 핵심은 단연 인공위성이다. 자체 우주 운송수단 확보는 이 같은 시장 진출의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발사체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비용을 지불하고도 발사 일정 협상에서의 우위는 전적으로 우주개발 기업에 있어 시장 진출 적기를 놓칠 수 있는 리스크(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누리호가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나라가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당장 국내 기업의 스페이스 데이터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다. 누리호의 성능의 제한은 물론 발사체에 적용된 기술이 민간에 완전히 전달되는 시점이 2027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차 발사와 달리 2차 발사에선 작동하는 성능검증위성(약 180kg)을 누리호에 탑재한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지구궤도에 올릴 목적으로 시행되는 3차 발사 때부턴 위성모사체(위성을 본떠 만든 모형)의 비중이 없거나 대폭 줄어든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2023년 차세대소형위성 2호 △2024 초소형위성 1호 △2026년 초소형위성 2~6호 △2027년 초소형위성 7~11호를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해 지구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누리호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체계종합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현재도 많은 기업이 위성을 기반으로 한 통신·데이터 등의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자체 우주수송 능력을 확보한 미국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경우 현재 2500개가 넘는 스타링크(지구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구축 사업)용 인공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 진출 적기이지만 우주개발 후발주자인 국내 여건에선 문턱이 대단히 높다”며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고 국내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누리호 성능으로 진출이 가능한 인공위성 시장 범위도 제한적인데다 이 기술의 민간 이전 시점마저도 2027년으로 예정돼 있어 사실상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컴인스페이스가 우리나라 첫 지구관측용 민간 위성으로 지난달 26일 궤도에 안착시킨 ‘세종1호’ 발사엔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이 사용됐다. 국내 우주탐사 기술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학계 한 인시는 “누리호 1차 발사가 미완으로 끝난 데다 민간 기업이 국내에서 발사체를 구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선 한글과컴퓨터그룹 사례처럼 해외 기업에 발사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가 누리호에 만족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크기 100×200×300㎜, 질량 10.8㎏의 나노급 초소형 저궤도 인공위성 세종1호는 5월26일 오전 11시11분(한국시간)에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했다. 약 한 달의 테스트 과정 후 5m 해상도의 관측 카메라로 지구관측 영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상으로부터 500㎞ 궤도에서 약 90분에 한 번씩, 하루 12∼14회 지구를 선회한다.

한컴인스페이스는 내년 상반기 세종2호를 추가로 발사한 뒤 하반기 3호와 4호, 2024년 5호까지 총 5기의 인공위성을 순차적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5년 내 50기 이상을 발사해 군집위성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발사 계획은 모두 해외에서 수행될 예정이다.

대형 위성 자체 발사는 언제쯤?
정부도 누리호의 성능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누리호의 후속으로 꾸려려졌다. 해당 사업 계획에 따르면 차세대 발사체는 지구궤도 위성뿐만 아니라 달·화성 등에 대한 독자적인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민간 자본 140억원을 포함, 총 1조933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개발된 차세대 발사체는 2030년에 우주로 향한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누리호 성능으론 △달착륙선 자력발사 △3t급 대형위성 자력발사 등 국가 우주개발계획(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행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차세대 발사체는 △저궤도·정지궤도 대형위성 발사 △국가 우주개발 수요 대응 △우주산업 육성 등을 위해 개발 필요성이 충분하단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의미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에 맞춰 누리호보다 고도화·대형화된 발사체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누리호(왼쪽)와 차세대 발사체 성능 비교.(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누리호(왼쪽)와 차세대 발사체 성능 비교.(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 발사체는 액체산소-케로신 기반 2단형 발사체로 개발된다. 1단 엔진은 10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5기가 클러스터링 된다. 재점화·추력조절 등 재사용발사체 기반기술도 적용된다. 2단 엔진은 1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2기로 구성되고 다회점화·추력조절 등의 기능을 탑재한다. 해당 발사체의 성능은 구체적으로 달전이궤도 1.8t급, 화성전이궤도 1.0t급 탐사체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개발된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해 2030년 달 착륙 검증선을 발사, 성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해당 사업의 예타 조사 착수 관련 보도자료에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설계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첫 발사체 개발 사업으로 민간의 발사체 개발 역량을 제고하는데 본 사업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