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카드의 NFT 프로젝트 'LAMC' NFT 작품의 실물 플레이트.(사진=하나카드)
▲ 하나카드의 NFT 프로젝트 'LAMC' NFT 작품의 실물 플레이트.(사진=하나카드)

신용카드업계가 국내 금융업계 중에서도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진출에 진보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나, 제도권 금융사의 속성으로 인해 보수적인 판단이 상충하는 결과가 비롯되고 있다.

13일 <블로터> 취재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클레이튼 체인 기반 NFT 프로젝트 'LAMC(Lonely Art Museum Club)'는 지난 9일 진행하려고 했던 민팅(발행)을 돌연 연기했다. 하나카드 LAMC 측은 "크립토 시장 상황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부득이하게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획은 독창적인데…금융사라서 두드려야 할 '돌다리'가 길다
LAMC의 로드맵은 1만개의 '미술관' 각각에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씩 전시, 콜렉션이 많아질수록 각 미술관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이로써 홀더의 자산가치 상승을 꾀한다는 개념이었다. 특히 실물카드를 연계한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민팅 사이트에 접속해 유료로 민팅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벤트 기간 내 한정판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카드 NFT를 에어드랍(무상분배)하는 방식이다. 1만장 발매하기로 한 첫 한정판 신용카드는 전시 팝아티스트 아트놈과 협업했다. 플레이트에 카멜레온 잉크 사용, 글루터펄 노출 시트 적용, 블랙 실크 인쇄까지 다양한 제작 기술을 적용해 심미성을 높였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카드사가 수취하는 수수료 수입은 홀더에게 50%를, 30%는 재투자를 위한 트레저리 펀드(이벤트, 신규유치, 바이백 등)에, 나머지 10%는 작가 발굴과 사회적 기부를 위한 ESG 펀드에 월 1회씩 배분하는 펀드를 구상했다. 미술관과 전시작품이 늘어날수록 펀드의 규모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호텔 할인, 전시회, 공연, VIP 행사 초청을 비롯해 트레저리 펀드의 재원으로 호텔 식사권/숙박권 등 다양한 추가 혜택을 기획했다.

소비생활에 필수적인 신용카드 수수료를 활용해 수익 배당의 원천이 안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프로젝트의 주체가 하나카드기 때문에 NFT 시장에서 빈번한 '러그풀(투자금을 모은 뒤 도주하는 행위)'의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민팅 신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대목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나카드는 이 프로젝트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신청자들의 실망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블로터>에 "프로젝트를 검토했는데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준법감시 차원에서 내부의 의견들이 많았다"며 "NFT를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개념일지라도 만약에 (프로젝트가) 잘 안 됐을 때는 '금융사들이 잘못했다, 못했다' 이런 얘기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즉 프로젝트 연기 결정은 LAMC팀이 혼자 내린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의 컴플라이언스(규제준수) 부서 등의 의견이 함께 작용했다는 뜻이다. LAMC 프로젝트의 재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현업의 도전적인 마케팅 영업 정신은 좋지만 이면에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검토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해서 전격 결정을 내렸다"며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 현대카드와 멋쟁이사자처럼의 JV(조인트벤처) '모던라이언'의 로고 및 출범 안내 이미지.(사진=현대카드)
▲ 현대카드와 멋쟁이사자처럼의 JV(조인트벤처) '모던라이언'의 로고 및 출범 안내 이미지.(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가 최근 프로파일픽처(PFP∙Profile Picture) NFT '메타콩즈'로 유명한 멋쟁이사자처럼과 조인트벤처(JV, 특정 사업을 위해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하는 기업)를 구성해 NFT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도 이처럼 카드사의 규제 준수 어려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사의 JV인 '모던라이언'은 올 하반기 NFT 거래소와 NFT 월렛 서비스를 오픈한다. 또 현대카드의 브랜딩 자산에 기반한 NFT를 발행하는 한편, NFT 소싱과 큐레이션 비즈니스도 추진한다.

현재 NFT는 증권성의 인정 여부가 규제당국의 관심사안에 있다. 증권으로 인정될 경우 자본시장법상 각종 공시·발행 등 규제가 뒤따른다. 카드사에는 더욱 고난이도의 규제준수 노력을 요할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NFT 거래소 설립은 업계 최초"라며 "NFT 작품 판매 등은 JV를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자체의 NFT 사업, JV의 NFT 사업이 분리돼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의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답했다.

카드사 NFT 진출 적극 알리지만, 수준은 높지 않아
카드사들은 저마다 보도자료를 통해 NFT 사업에 진출한다고 적극 알리고 있지만, 진출 수준은 '찍먹(찍어 먹어보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카드는 연초 업계 선도적으로 '마이NFT'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NFT 거래, 유통 기능 없이 발급 및 조회 기능만 제공한다. 더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즐비한 상황에서 굳이 신한카드의 NFT 지갑을 이용할만한 동기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 KB국민카드는 자사 플랫폼 '리브메이트'에서 NFT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펼쳤고, BC카드는 블록체인·핀테크 전문 기업 두나무와 업무 협약을 맺고 '두나무 BC카드'를 준비 중이나 아직까지 실물화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기관으로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수수료율까지 통제받는 카드사의 높은 규제수준에 따른다. 수익성 악화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절박감은 높아지는 양상이다. 당정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결제대행업체인 밴(VAN)사까지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에 '가상자산 결제'가 도래할 가능성도 카드사의 사업 지속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결제가 이뤄지면 기존의 '고객-가맹점-PG/VAN-신용카드사'라는 밸류체인에 큰 변화가 발생한다"며 "지급결제 과정에서 오프라인 밴사의 입지가 축소되고 신용카드사가 거래 과정에서 제외되게 된다. 가상자산 결제가 되면 중간 수수료 수취 기관이 감소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미래 먹거리라는 이유로 계속 NFT 시장에 들어오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라며 "금융사들은 보수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분 투자를 통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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