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오창공장에 7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전지업체의 '초격차'가 될 4680 중대형 전지의 공장을 처음으로 건설한다.  

이번 투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4680(지름 46mm, 높이 80mm) 중대형 원통형 전지로 가기 위한 과도기 상황에서 진행하는 투자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은 중대형 원통형 전지 개발 경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전지의 파일럿 라인에서 시제품을 생산한 후 테슬라 등 전기차 메이커에 납품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부터 모델Y에 4680 전지를 탑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13일 오창공장에 7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금은 전액 원통형 생산라인을 증설하는데 쓰인다. 1공장에는 1500억원을 투자해 4GWh 규모의 생산라인을 짓고, 2공장에는 5800억원을 투자해 9GWh 규모의 생산라인을 건설한다.

1공장은 21700(지름 21mm, 높이 70mm)의 원통형 전지를 생산하며, 2공장에는 4680의 중대형 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력은 파우치 전지와 원통형 전지이다. 올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캐파는 200GWh로 예상되며, 이중 30%(60GWh)는 원통형 전지이다.

현재 원통형 전지 공장은 중국과 한국에 위치해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매해 20GWh씩 원통형 전지의 캐파를 늘려 2025년 120GWh까지 캐파를 늘릴 계획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원통형 전지공장도 짓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520GWh 규모의 캐파를 갖출 계획인데, 파우치 전지와 원통형 전지의 비중을 7.5:2.5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중대형 전지의 생산 계획을 공식화한 것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2024년 3월 4680 중대형 원통형 전지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파나소닉보다 빨리 4680 양산 계획을 밝히면서 원통형 전지시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원통형 전지 시장의 세계 1위인 삼성SDI는 4680 전지의 양산계획은 밝혔지만, 시기는 공표하지 않았다. 삼성SDI는 올해 기준 연간 20억개의 셀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원통형 전지와 관련해 경쟁 업체들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 원통형 전지 사이즈.(사진=파나소닉)
▲ 원통형 전지 사이즈.(사진=파나소닉)

4680 배터리는 전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배터리이다. 현재 시장에서 표준으로 쓰이고 있는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용량은 5배, 출력은 2배 이상 높다. 원통형 전지의 표준은 1450(지름 14mm에서 높이 50mm)에서 1865(지름 18mm, 높이 65)로 한단계 도약했고, 다시 2170으로 도약했다. 현재 파나소닉과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은 4680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중대형 원통형 전지는 안전성이 생명이다.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배터리팩에 있는 전지의 용량 편차가 적어야 한다. 용량 편차가 클 경우 과충전 상태에 있는 전지가 있을 수 있고, 이 상태에서 전류 차단 장치(CID)가 작동할 경우 전지에 불이 날 수 있다. CID가 작동할 때 가스가 방출되는데, 전해액까지 방출될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LG화학은 2004년 1865 크기의 원통형 전지가 애플 노트북에서 화재사고를 냈던 전례가 있다. 이때 전지에서 전해액이 뿜어져 나오면서 화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LG화학의 원통형 전지를 두고 '우는 전지(Crying cell)'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이후 LG화학은 원통형 전지 대신 파우치형 전지에 전력을 다했다.

원통형 전지는 자체 생산하는 부품이 많고, 특허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다. 생산 속도가 빨라 불량이 많다. 기술력이 우수하고, 경험이 많을수록 더 안정적인 원통형 전지를 생산할 수 있다. 20년 이상 배터리를 생산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일본 파나소닉만 원통형 전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SK온이 원통형 전지를 생산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테슬라가 2020년 4680 전지를 공식화한 이후 전지형태(폼 팩터) 경쟁은 원통형 전지로 옮겨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 전지의 점유율을 높여 글로벌 스탠더드 전지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4680 원통형 전지를, 폭스바겐과 현대차는 각형 전지를 추진하면서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전기차 메이커가 요구하는 전지를 만드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 지어질 4680 원통형 생산라인은 테슬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안정적인 4680 배터리를 양산한 이후 테슬라 등 고객사에 마케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170 원통형 전지는 전동공구 또는 가전용, LEV(Light Electric Vehicle)용으로 소형 전기차·전기바이크 등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83억6000만셀이며, 올해 106억6000만셀로 약 27% 증가한다. 2030년 원통형 셀 수요는 285억8000만셀로 이 기간 동안 168.1% 증가할 전망이다.

원통형 전지 시장은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파나소닉의 '4680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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