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좋을 스타트업·혁신기업 이슈를 분석합니다.

오늘의집이 '자체 배송 서비스' 출시 1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6월 '오늘의집 배송'을 선보였는데요. '지정일 배송'이 핵심이었습니다. 주문 후 최대 14일 이내 배송·설치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었죠. 

이전까지 오늘의집 정책은 단순했습니다. 2016년 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오늘의집은 단순 '플랫폼' 역할만 담당했습니다. 배송, 제품 관리는 입점 업체 몫이었습니다. 백화점을 떠올리면 편합니다. 장소와 가끔 이벤트를 열지만, 백화점이 입점 업체 제품들을 판매·관리하지는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입점 업체마다 고객 대응, 제품 관리·배송 역량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A업체는 지정일 배송이 가능하고, B업체는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고객 입장에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겠죠. 조금씩 누적된 불만은 오늘의집을 향한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왜 입점 업체마다 정책이 다른데, 플랫폼 제공하는 오늘의집은 가만히 있냐"는 거였습니다. 입점 업체 실수를 오늘의집 잘못으로 인식, 부정적 앱 리뷰를 남기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오늘의집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해결이 시급했습니다. 부정적 고객 경험은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도 2020년 '고객 경험 개인화' 리포트에서 "브랜드가 제공한 경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고객은 이탈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의집 배송'은 결국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해 출시된 서비스인 거죠. 일각에선 "오늘의집이 물류 서비스까지 제공해 사업을 넓히고, 수익성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당장 성과만 놓고보면 사실이 아닙니다.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자체 배송은 비용 부담이 크다. 당장은 '고객경험' 개선에 집중한 서비스로 봐야 한다. 점유율 확대에 도움을 줘 향후 수익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오늘의집 물류센터. (사진=버킷플레이스 홈페이지 캡처)
▲ 오늘의집 물류센터. (사진=버킷플레이스 홈페이지 캡처)

자체 배송 서비스 구조를 살펴보면 '왜 당장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집은 자체 배송을 위해 입점 업체 제품을 '직매입'합니다. 판매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고 확보'를 위해 돈을 쓰는 거죠. 가구 특성 상 안 팔리면 감가상각은 불가피합니다. 오늘의집이 인기 상품부터 직매입하는 이유입니다. 안 팔릴 가능성을 낮추는 겁니다.

또 직매입한 제품을 보관할 곳이 필요합니다. 오늘의집 본사에 가구를 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오늘의집이 경기도 이천에 1만평 규모 가구 물류센터를 구축한 이유입니다. 또 직배송 하기 위해서는 전담 배송기사를 둬야 합니다. 운반비용도 고려해야겠죠.

비용 부담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도 지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재고자산'입니다. 재무상태표에 재고자산 항목이 생겼습니다. 규모는 68억원으로 잡혀있고요. 

▲ 버킷플레이스 재고자산 내역. (자료=금융감독원)
▲ 버킷플레이스 재고자산 내역. (자료=금융감독원)

재무제표 주석 '6. 재고자산'을 보면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품이 69억원, 미착품이 8700만원 잡혀있습니다. 합산 규모는 70억원 정도인데요. 재무상태표 내 재고자산 규모가 68억원으로 잡힌 건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2억원 때문입니다.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은 평가손실을 의미합니다. 기업은 재고자산 가치를 일정 기간마다 재평가하는데요. 평가손실은 직매입한 가구, 인테리어 제품 등 재고 가치가 매입 시기보다 떨어졌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볼 부분은 영업비용입니다. '통신비, 수도광열비, 보험료, 소모품비' 등 본사 외 공장 운영에 필요한 돈들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난해 영업비용은 1561억원으로 2020년(860억원)보다 81.5% 증가했습니다.

영업비용 중 운반비 항목도 사실상 신설됐습니다. 직매입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데 필요한 돈이니까요. 지난해 운반비는 4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직배송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많은 돈이 쓰였습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앞으로도 직배송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고객경험 개선이 핵심 이유이고요. 기회가 된다면 물류센터도 확장해 나갈 방침인데요.

즉, 고객경험을 위한 출혈이라면 기꺼이 하겠다는 겁니다. 오늘의집은 2014년 출시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못냈습니다. 감사보고서에서 2018~2021년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18년 16억원 적자 △2019년 49억원 적자 △2020년 101억원 적자 △2021년 38억원 적자입니다. 


적자에도 비싼몸
연이은 적자에도 시장이 바라본 오늘의집 몸값은 2조원입니다. 국내에 없던 인테리어 소비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로 이어진 듯 합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2조원대 기업가치가 만들어진 건 아닐 겁니다.

오늘의집 영업 지표가 눈에 띕니다. 2018년 72억원이던 매출은 2019년 242억원, 2020년 759억원, 2021년 1176억원까지 늘었습니다. 매출 확대는 곧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의미한다고 평가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8년부터 흑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업만 놓고 보면 이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는 거죠.

현금흐름표에 있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손익계산서에 있는 ‘영업이익’과 다른 개념입니다. 영업이익은 감가상각비 등 회계로만 존재하는 비용까지 반영된 이익입니다. 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현금 자체에 주목한 이익입니다. 실제 들어오고 나간 현금 전부를 계산한 거죠.

오늘의집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8년 57억원 △2019년 197억원 △2020년 470억원 △2021년 111억원입니다. 특히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직매입에 쓰인 선급금, 선급비용 확대와 재고자산 증가에도 흑자를 유지한 겁니다.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는 2025년 내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입니다. 동시에 국내 성공 경험을 밖으로 끌고 나가 해외 시장에도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사람들이 집이나 일상을 볼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그걸 우리가 돼보자, 이런 도전입니다".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가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인데요. 이 대표 목표는 현실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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