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넘어서며 연료,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지만 무역업을 주로 하는 종합상사에게는 오히려 호재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3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LX인터내셔널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고환율로 상당한 실적개선이 예상된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98.10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0.4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23일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다시 1200원 대로 복귀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오른 뒤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당분간은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급속도로 상승함에 따라 국내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우선 항공기 리스료를 달러로 지급하고 항공유를 수입해 사용하는 항공업체들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원유를 수입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업체들을 비롯해 철광석, 니켈, 구리 등 원재료를 수입해 활용하는 수입업체들 또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그러나 제 3자 무역을 주로 하는 LX인터내셔널에게는 이번 환율 급등이 오히려 호재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 팜오일 등 자원 및 메탄올, PE/PP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 가전/자동차용 철강재를 사고파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원재료를 수입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업체에게 공급해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얻는 사업구조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 및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이 전혀 없다.

우선 환율이 오르면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 거래는 달러로 하지만 장부에는 원화로 환산표시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면 상대적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동시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인상은 수수료 인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상품가격이 오르면 아무래도 수수료 마진도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이미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낮은 환율 및 원자재 가격 탓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던 LX인터내셔널은 올 1분기 역시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26억원으로 지난해 7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그동안 물류 자회사 판토스 실적에 기대왔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호실적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LX인터내셔널의 투자부담을 완화시키는 요인이다. LX인터내셔널은 올 3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한국유리공업을 592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거래는 모두 현금으로 이뤄지며 취득 예정일자는 오는 9월 30일로 약 3개월 후에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또 4월에는 포승그린파워를 950억원이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물류 자회사 판토스를 포함한 LX인터내셔널의 연결기준 올 1분기 현금성 자산은 9700억원으로 두 회사를 인수하는데 큰 무리가 없지만, 별도 기준으로 본다면 얘기가 다르다. 1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3287억원에 불과해 인수를 위해 차입금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LX인터내셔널의 부채비율은 75%로 양호한 편이지만 순차입금이 58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차입금 증가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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