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에 이어 유럽 배터리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불리는 노스볼트(Northvolt)가 스웨덴 스켈레프테아(Skellefteå)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 제품을 최초로 출하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스웨덴 전지회사인 노스볼트는 유럽 최초의 배터리 회사로 폭스바겐과 BMW 등 유럽의 전기차 메이커들과 아시아의 전지회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스볼트 등 유럽의 신흥 전지회사들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소니와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에 빼앗긴 전지산업의 패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노스볼트는 이날 "최초로 유럽의 고객사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배달했다"며 "노스볼트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유럽의 변화와 속도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볼트 발언 원문 : Northvolt Ett. As production ramps up, Northvolt Ett will begin to make a meaningful difference to the speed and nature of Europe’s shift to a cleaner future. Here’s how.
후발주자의 '야심'...2030년 세계 점유율 25% 목표

2016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미국 테슬라의 조달 담당 임원이었던 피터 칼슨이 공동 대표 3명과 함께 설립했다. 유럽은 BMW와 폭스바겐 등 유수의 전기차 메이커들이 있었음에도 배터리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다수의 화학사들이 있었지만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지 않았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기업들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노스볼트가 설립되자 유럽투자은행(EIB)과 BMW, 폭스바겐 등이 투자자로 나섰고, IT 기업인 스포티파이 등도 투자했다. 노스볼트는 유럽의 금융기관과 전기차 메이커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2019년 10월 스웨덴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했다. 기가팩토리는 지난해 완공됐으며, 같은해 12월 프로토타입의 시제품을 생산했다. 그리고 6개월여 만에 고객사에 배터리를 납품했다.

스켈레프테아 공장의 캐파는 40GWh 규모이다. 현재 20GWh 규모의 증설을 추진 중이며 2023년 완공될 예정이다. 노스볼트는 "공장 캐파를 60GWh 규모로 늘릴 것이며,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스볼트는 2030년까지 유럽 지역에서 150GWh의 캐파를 구축할 계획이다. 연간 375만대에 달하는 전기차에 납품할 수 있는 규모이다. 유럽 지역은 중소형 전기차의 수요가 높아 배터리셀이 중대형 전기차보다 적게 탑재된다. 때문에 노스볼트는 더 많은 양의 전기차에 배터리셀을 납품할 수 있다. 통상 1GWh당 전기차 1만5000대에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데, 노스볼트 공장은 약 2만대에서 2만5000대에 탑재할 수 있다.

노스볼트 "글로벌 전지시장 한, 중, 일에 지배됐다"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와 전지회사는 노스볼트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 노스볼트를 비롯해 유럽 내에 배터리 스타트업이 잇따라 설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스볼트는 유럽의 '배터리 내재화'를 추동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이날 "수십년 동안 세계의 리튬 산업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지배됐다"며 "우리는 배터리 시장의 지속가능한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이 시장에 입성했다"고 강조했다.

노스볼트 발언 원문 : or decades, the global lithium-ion battery industry has been dominated by a small collection of Chinese, Japanese and Korean companies. As a newcomer with ambitious plans for sustainable manufacturing of batteries, it was into this market which we entered.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사진=폴란드 프로츠와프시)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사진=폴란드 프로츠와프시)

노스볼트는 배터리 산업의 후발주자지만, 선두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국내 업체들의 인재들을 데려가고 있다. 과거 LG화학 등이 소니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해 배터리 기술을 고도화한 것처럼 유럽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출신 엔지니어들 다수가 노스볼트에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볼트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삼원계 형태의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다. 대주주인 폭스바겐이 통합전지(Unified Cell)로 정한 각형 전지를 생산한다. BMW와 폭스바겐 등 유럽 전기차 납품사들은 각형 전지를 선호하고 있다. 

전지업체는 파우치 전지에서 시작해 각형 전지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폭스바겐과 포드는 각형 전지를 탑재할 수 있을 때까지 전기차 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노스볼트는 파우치보다 각형 전지를 통해 유럽 전기차 메이커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노스볼트가 품질 안정성과 수율을 확보한다면 유럽 전지업체에 납품 비중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핵심 생산기지로 삼고 공략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70GWh 수준인 유럽 폴란드 공장의 캐파를 2025년까지 10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SK온은 올해 말 18GWh 캐파인 유럽 공장의 캐파를 48GWh로 확대한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에 따라 캐파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그런데 노스볼트 등 유럽의 배터리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갖춘다면, 국내 배터리 업체의 시장은 좁아질 수 있다. 현재 유럽에는 배터리 스타트업이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노스볼트 외에도 영국의 브리티시볼트(Britishvolt), 노르웨이의 모로우(Morrow), 프랑스의 ACC(Automotive Cells Company), 이탈리아의 Italvolt 등이다. 

각국은 전기차를 비롯해 ESS 등 탄소중립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화석연료를 배터리가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시장도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의 전지회사들에서 배터리를 구입했던 유럽 국가들은 자국 기업에 더욱 인센티브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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