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에만 6건의 대형 CMO 계약을 체결했다. 대다수의 계약사가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 흔히 제약·바이오의약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 중 관련 매출액이 연간 150억달러 이상인 회사를 지칭)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일 다국적제약사 MSD의 유럽 자회사인 ‘MSD International Business GmbH(이하 MSD)’와 2768억2938만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9월 MSD와 CMO계약 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이번에 본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MSD는 당시 약 490억6482만원을 약속했으나, 본 계약에선 이보다 규모가 약 5.64배(2278억원)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생산 공장 및 품목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통상 LOI 단계에서는 최소 보장 금액을 논의하고, 상황에 따라 증액 계약으로 연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 수주는 2028년까지 유지되는 장기 계약인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MSD 수주 금액는 회사의 최근 매출액(1조5680억원) 대비 17.65% 해당한다. 계약 시작일은 1일, 종료일은 2028년 12월31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번 계약이 고객사의 수요 증가에 따라 3억8186만달러(약 4955억원)로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로써 올해에만 약 7251억원의 수주 금액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 금액(1조1602억원)의 약 62%에 해당한다. 회사가 올해 공개한 수주 계약은 총 6건으로, 이번 MSD를 포함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일라이 릴리·노바티스 등 주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는 지난 6월4일 1005억원 규모의 CMO계약 의향서를 체결했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매출 규모 기준 세계 5위에 오른 대형 제약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는 이번이 첫 거래다. 주요 고객사 명단에 존슨앤드존슨·로슈·머크·GSK·BMS에 노바티스가 추가되며 매출 기준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6곳의 제품을 생산하는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게 됐다. 이 밖에도 아스트라제네카·길리어드사이언스 등 대형 제약사의 의약품도 생산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런 대형 수주는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된다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회사는 4공장 완공 전 로벌 빅파마 3곳과 총 5개 제품을 생산하기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7년 인천 송도에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시설인 3공장(18만L)을 완공하면서 생산량 측면에서 이미 세계 1위를 달성했다. 1공장(3만L)·2공장(15만4000L·이 중 4000L는 임상용 설비)까지 합쳐 총 36만4000L의 생산설비를 운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말 기준 69건의 누적 수주를 기록했고, 1·2 공장은 완전(full) 가동, 3공장은 근접(near-full) 가동 상태를 보이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짓고 있는 4공장의 예상 연간 생산량은 25만6000L다. 4공장은 2022년 부분 생산, 2023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4공장이 완공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 공장 기준 최대 생산량 기록을 자체 경신하게 된다. 4공장이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2만L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기에 더해 송도 5·6공장의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2022년 착공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는 두 생산시설엔 약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백신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CDMO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삼성그룹 차원의 대규모 지원도 기대되는 요소로 꼽힌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산업을 ‘제2 반도체’로 비유하며 지난해 8월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당시 2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반도체·차세대 통신을 비롯해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았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겠단 전략을 밝혔다. 이 같은 비전은 지난 5월24일 450조원의 새로운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더욱 구체화 됐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5년간 국내에만 360조원을 쏟아 부어 미래 신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맞춰 주력 사업인 바이오의약품의 위탁개발생산(CDMO) 영역에서의 압도적 1위 달성은 물론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 바이오의약품 개발 능력도 내재화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 분야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지난달 세계 제약·바이오사 중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해 CDMO 분야 신뢰를 쌓고 관련 사업의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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